사진=더블유코리아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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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페인(campaign)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사회·정치적 목적 따위를 위해 조직적이고도 지속적으로 행하는 운동.' 최근 열린 한 국내 잡지사의 유방암 인식 향상 행사는 이런 의미의 캠페인이 아니었다. 유명인들의 술 파티였다.
유방암 없는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지난 15일,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제20회 W Korea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 자선 행사'가 열렸다. 배우 이영애, 하정우, 이민호, 임수정, 정려원, 이민호, 이채민, 정해인, 변우석, 덱스 등 유명 연예인들이 참석했다. 아이브, 에스파, 방탄소년단, 올데이 프로젝트, 아일릿, 키키 등 아이돌 그룹도 있었다.

초대된 이들 연예인은 유방암 환자나 생존자의 목소리를 듣는 대신 술을 마시며 파티를 즐겼다. 이 모습을 본 누리꾼들은 "유방암 환자들을 모욕했다", "누구를 위한 캠페인이냐"고 하며 질책했다.

이 행사가 질타를 받는 이유는 취지가 '술 파티'로 변질된 것 외에 몇 가지 더 있다. ▲행사 무대에 섰던 그룹들 중 아일릿과 키키 등 멤버 일부가 미성년자였다는 점 ▲가수 박재범의 곡 '몸매' 속 가사가 여성에 대한 조롱의 여지가 있다는 점 ▲초대된 연예인 중 유방암과 관련된 메시지를 전했던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주최 측도 다수의 연예인이 포토존에 서는 모습, 이들이 서로 만나 인사하는 장면, 축하 공연을 하는 영상을 위주로 공식 SNS에 업로드했다. 유방암 관련 인터뷰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에 W Korea 공식 SNS는 "이게 유방암이랑 뭔 상관?", "환자를 위한 메시지는 어딨냐"는 누리꾼의 질타로 도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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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자선 행사에서 어떤 역할 하길래이를 본 다수는 "유방암 검진의 중요성 등을 인터뷰나 영상으로 설명만 했어도 행사의 핵심 메시지를 많은 사람에게 잘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또 생존자나 환우의 얘기를 들어보는 시간, 유방암 관련 기부를 한 연예인 초청 등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긍정적인 시도도 있었다. 주제가 유방암 인식 향상이었음에도 남자 연예인이 다수 초청된 것이다. 유방암은 대부분 여성에게 생기지만, 남성도 유방암에 걸릴 수 있다. 어머니, 아내, 자녀 등이 환자가 될 수 있어 이들의 남자 가족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메시지도 전달할 수 있다. 특히 대중 앞에 서는 남자 연예인이 여성 캠페인에 참여하는 모습은 젠더 편견을 허무는 데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사진=더블유코리아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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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은 전달자일 뿐, 중심이 아니다"대게 행사에 참석하는 연예인은 영향력을 바탕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러나 이날 초대된 연예인들은 샴페인을 들고 음악을 즐기며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 노래를 흥얼거리고 분위기를 탔다. 주최 측도 SNS에 "○○연예인이 파티를 즐기고 있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축하 무대에 오른 박재범은 자신의 곡 '몸매'를 불렀다. 이 곡에는 '소개받고 싶어 니 가슴에 달려 있는 자매', '목폴라를 입어도 티 나는 몸매' 등 여성의 신체 부위를 선정적으로 묘사하는 가사가 있다. 유방암 인식 캠페인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행사의 가장 큰 허점은 행사 내용이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이라는 취지를 무색케 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이런 캠페인에서는 환우들의 생존 스토리를 들려주고, 유방암 예방 교육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향후에는 연예인을 통해 이런 내용을 강조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다연 텐아시아 기자 ligh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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