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리 퀴리' 오는 19일까지
유럽으로 역수출한 국내 창작 뮤지컬…차별에 맞선 약소국 여성의 분투
"남편을 잃고 혼자가 된 여자의 처연한 모습을 기대했을 거야. 난 당신을 보러 갔어! 당당한 표정과 단호한 목소리, 역시 당신이었어."(마리 퀴리의 딸 이렌 퀴리)

과학자 마리 퀴리(1867~1934)의 고향 폴란드로 역수입된 한국 창작 뮤지컬 '마리 퀴리'가 올해 마지막 국내 공연을 약 1주일 앞뒀다. 이 작품의 공연팀은 2022년 폴란드에서 특별 콘서트와 공연 실황 상영회를 했고, 중부 유럽의 대표적 음악 축제인 ‘바르샤바 뮤직 가든스 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 '황금물뿌리개상'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2023년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대상·프로듀서상·극본상·작곡상·연출상 등 5개 부문 수상을 기록했다. 올해 국내 마지막 공연은 이달 19일로, 얼마 남지 않았다.
유럽으로 역수출한 국내 창작 뮤지컬…차별에 맞선 약소국 여성의 분투
이 뮤지컬은 제목이 말해주듯 과학자 마리 퀴리의 인생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는 방사성 원소인 폴로늄과 라듐을 발견했고, 방사능의 개념을 정립해 노벨상을 두 번이나 받은 인물이다. 이 작품은 마리 퀴리가 프랑스 소르본대에 막 입학한 풋내기 학부생에서 걸출한 과학자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다. 이 과정에서 여성으로서 성차별에 맞서 싸운 모습, 폴란드인으로서 소수인종 차별에 저항한 모습을 비중을 두고 담아낸다. 마리 퀴리 역의 배우로는 김소향·박혜나·김려원과 함께 뮤지컬 디바 옥주현이 열연한다.

이 작품의 시작은 마리 퀴리가 임종 직전에 과학자로서의 자기 삶을 돌아보는 장면이다. 그가 본격적인 과학 연구를 위해 소르본대로 가는 열차를 탔던 날, 그는 벌써 성차별·인종차별과 마주한다. 이 열차에서 마리 퀴리는 그가 폴란드인이라며 시비를 거는 불량스러운 취객을 만나고, 여자라는 이유로 앉을 자리조차 제대로 잡지 못한다. 이 사건들은 앞으로 마리 퀴리가 걸어갈 길이 녹록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실제로 마리 퀴리가 소르본대에 입학한 1891년은 여자에게 참정권조차 보장되지 않았을 때였다.
유럽으로 역수출한 국내 창작 뮤지컬…차별에 맞선 약소국 여성의 분투
마리 퀴리는 이에 맞서 당당하게 외친다. 그는 "다 할 수 있을까 / 길이 멀고 멀어 / 날 가로막는 벽들 / 온몸으로 부딪혀 / 매번 더 높아지는 저 벽 / 내가 찾을 수 있을까 / 이름 알아낼래 / 불려본 적 없는 이름 /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지도 완성할래"라는 가사의 넘버(뮤지컬에 삽입된 노래)를 부른다. 차별에 대한 저항과 과학적 탐구에 대한 열정이 두드러진다. 기차에서 만난 평생의 친구 마리는 "이 주기율표에 별처럼 꼭 이름 남겨요. 당신은 우리 폴란드의 별이 될 거예요"라며 그를 격려한다.

실험실, 공장, 강의실 등으로 빈번하게 배경 전환을 하면서도 극이 끊김 없이 이어지도록 하는 연출이 돋보인다. 조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극적인 분위기를 빨리 끌어내고, 반투명 스크린으로 클라이맥스 장면을 꾸민 것도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 과학자의 양심, 공장 노동자와 기업가의 대립, 우정과 가족애 등 다양한 주제를 서로 얽히지 않게 전달하는 것도 장점이다. 이 작품은 지난해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에도 올랐다. 당시 공연에 대해 영국 무대공연 전문 매체 'THEATRE VIBE'는 "친숙하면서도 몰입도 높은 분위기를 자아낸다"며 "마리 퀴리의 삶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준다"고 평가했다.

양병훈 기자 hun@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