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7일 방송된 MBC 금토드라마 '달까지 가자'(연출 오다영, 정훈/극본 나윤채) 4회는 '부자가 되고 싶은 이유'라는 부제로 '무난이들' 정다해(이선빈 분), 강은상(라미란 분), 김지송(조아람 분)이 각자 과거의 상처와 결핍을 마주하는 순간을 그렸다.
이 과정에서 정다해는 '함박사' 함지우(김영대 분)와의 예기치 못한 하룻밤으로 아찔한 후폭풍에 휘말리며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새집으로 이사한 정다해는 문턱이 생긴 집에 잠시 뿌듯했지만 여전히 벽에 못 하나 자유롭게 박지 못하는 현실에 씁쓸함을 삼켰다. 출근길 버스 안에서는 모텔 화재 뉴스 속에서 정다해의 모습이 포착돼 충격을 안겼다. 모자이크로 가려졌지만 보는 이들은 금세 다해임을 알아챘고 회사까지 소문이 퍼지면서 다해는 진땀을 빼야 했다.
동시에 강은상과 김지송이 각자의 과거 상처와 마주했다. 강은상은 딸 김지상(기소유 분)의 어린이집 통학 버스 사고를 떠올리며 슬픔에 잠겼다. 김지송은 사이비 종교에 빠진 엄마와 집을 떠난 아빠, 쓰레기장 같은 집에서의 유년 시절을 이야기하며 "내 인생엔 예쁜 것만 들이겠다"는 어린 날의 다짐을 고백했다.
같은 시각 정다해는 퇴근길 버스에서 모텔 화재가 있었던 밤의 기억을 떠올렸다. 잠든 함박사의 팔뚝에 익살스러운 낙서를 새기던 자신의 모습이 스쳐 간 것. 그날 밤 불이 나기 전 두 사람은 노래방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옆방에서 들려온 자신의 노래에 이끌려 문을 연 함박사 앞에 다해가 있었다. 힘든 시절 그의 노래를 들으며 버텼다는 정다해의 고백에 함박사는 "내 음악이 누군가를 구원했다는 게 너무 미치도록 좋아서요"라며 벅찬 감정을 내비쳤다. 고조된 감정 끝에 두 사람은 뜨거운 키스를 나눴고 이후 함께 향한 모텔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앞서 지난 2회의 엔딩은 정다해와 함박사의 예상치 못한 '이마 박치기'로 마무리됐다. 회식 자리에서 정다해가 부른 노래가 마음에 걸렸던 듯 함박사는 취한 정다해를 붙잡고 그 노래를 어떻게 아는지 물었다. 그러자 정다해는 "이제 제 취향까지 심사하시려는 거냐"며 울컥했다. 함박사가 "다음번에 더 열심히 하시고…"라고 말을 잇자 '열심'이라는 단어에 제대로 긁힌 정다해는 "열심 안 한다고!"를 외치며 함박사의 이마를 들이받았다.
이날 방송의 에필로그에서는 정다해와 함박사 사이 뜻밖의 과거 인연이 그려졌다. 학창 시절 집안 형편이 어려워 후원 프로그램에 나가게 된 다해는 친구들에게 사정을 들킬까 걱정했지만 그날 무대에 선 함박사가 음 이탈로 무대를 망치는 바람에 모든 관심은 자연스레 그쪽으로 쏠렸다. 사실 두 사람의 인연은 이미 그때 시작되고 있었다.
무난이들이 '부자'를 꿈꾸는 이유는 거창하지 않았다. 벽에 못 하나쯤은 편히 박을 수 있고 다 쓴 치약은 바로 버릴 수 있으며 요플레 뚜껑 정도는 굳이 핥지 않아도 되는 삶. 그저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을 바라는 소박하지만 선명한 바람이었다.
임채령 텐아시아 기자 syjj426@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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