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에 자신의 명품 가방 사진을 올리는 등 '돈 자랑'하는 연예인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이런 과시적 행동이 대중의 비난을 받으면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 자리를 스타의 '착한 소비'가 채운다. 어려운 이웃에 대한 기부나 윤리적 소비를 하는 스타는 '개념 연예인'으로 불리며 대중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 연예계에도 '윤리적 자본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예계에도 '착한 소비'가 대세

가수 아이유 역시 평소 검소하고 수수한 모습을 보인다. 그는 청바지에 반팔 티셔츠 옷차림을 할 때가 많다. 아이유의 수입이 적은 건 아니다. 그는 '걸어 다니는 기업'이라 불릴 정도로 평소 연기와 CF 등을 통해 고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기부에는 열심이다. 지난 18일에는 데뷔 기념일을 맞아 팬들과 함께 난치병 아동 등을 위해 2억원을 기부했다.
가수 이효리도 생활 습관이 검소한 연예인으로 꼽힌다. 그가 JTBC '효리네 민박'에서 공개한 집 내부를 보면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나무 소재의 가구가 가득했다. 지난해 서울 평창동으로 이사 온 후에는 플리마켓에 나들이를 나섰다가 데님 모자 하나만 샀다. 이효리는 평소 동물 보호 및 유기견 후원을 하고 있다.
'돈 자랑' 스타에는 여론 싸늘

홍콩에 도착한 손연재는 5성급 호텔에 갔다. 이어 남편과 럭셔리한 식당에서 고급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몸치장을 했다. 손연재가 입고 걸친 건 V사 드레스, J사 구두, V사 액세서리 등 값비싼 해외 유명 브랜드 제품이었다. 가격을 다 합치면 수천만원에 달했다. 그는 "결혼기념일인 만큼 오랜만에 꾸꾸꾸(많이 꾸민다는 뜻)"라고 했다.
영상이 공개된 후 손연재는 '악플 세례'를 받았다. 다수 시청자가 "명품 자랑을 하는 걸 보기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손연재는 앞서 육아템을 공개하는 영상에서도 고가의 제품, 명품 아이템들을 소개했다. 이때도 "돈 자랑한다"라는 내용의 댓글을 받았고, 채널 자체가 돌연 삭제됐다.
"빈부격차가 상대적 박탈감 자극"
시청자들이 돈 자랑 콘텐츠에 불편감을 호소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연예인들의 명품 노출을 비교적 쉽게 받아들였다. 연예인이 TV에서 값비싼 물건을 자랑하면 이를 추종 소비하는 사람이 많았다. 2020년대 들어 물가 상승, 청년 실업, 집값 폭등 때문에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유명인들의 잦은 명품 과시가 대중의 상대적 박탈감을 강하게 자극했다.
유명 연예인의 집 소개 유튜브 영상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미지근한 것도 같은 비슷한 맥락이다. 고소영, 한가인 등 과거 S급 연예인이 최근 유튜브에서 자기 집을 소개했지만 크게 화제 되지 않았다. 데뷔 33년 만에 유튜브를 통해 집과 옷장 등을 소개한 고소영의 영상에는 "그들이 사는 세상이네"라며 공감할 수 없다는 댓글이 달렸다. "럭셔리 옷장에 서민 냄새나는 저렴한 드레스 있었으면 반전 매력일 텐데"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대중문화 평론가는 "명품은 이제 부의 상징이 아닌 격차의 상징으로 읽히고 있다"며 "대중들은 화려한 치장보다 진정성 있는 행보를 보이는 연예인들에게 더 큰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현재 사회가 불평등에 민감한 만큼, 대중들과의 오랜 소통을 원한다면 연예인들은 사회 분위기를 주기적으로 성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다연 텐아시아 기자 ligh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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