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3일 방송된 '백번의 추억'1회는 배우, 작가, 감독의 완벽히 맞아떨어진 삼박자로 뉴트로 청춘 멜로의 매력을 충분히 입증했다. '백번의 추억' 1회 시청률은 수도권 3.5%, 전국 3.3%를 기록했다. (닐슨코리아 제공, 유료가구 기준

양희승·김보람 작가의 대사에선 시대가 선사하는 가슴 따뜻한 감성과 인간미가 가득 묻어났다. 특히 새벽 4시부터 하루를 시작하고 종일 서있어야 하는 고된 하루 속에서도 청춘의 발랄한 유쾌함과 유머를 잃지 않는 버스 안내양들의 모습에선 작가 특유의 긍정 힘이 더욱 진하게 전해졌다. 여기에 김상호 감독은 세심한 연출로 시대의 청춘만이 선사할 수 있는 공기를 탁월하게 담아냈다. 회수권, 토큰, 출퇴근 기록부, 주판, 성문 영어책, 종이 인형 등 극 곳곳에 배치된 소품들은 단순한 시대적 배경이 아니라, 그 시절의 일상과 정서를 고스란히 불러냈다. 그 모든 순간이 어우러져, '아름다워라 청춘은'이라는 첫 회의 부제가 완벽히 완성됐다.
이날 방송은 그 시절, '버스 차장'이라 불렸던 안내양 고영례(김다미)의 하루로 막을 올리며 시청자들을 단숨에 1980년대 한복판으로 안내했다. 그리고 그가 추억하는 너와 나, 우리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두 번의 운명적 만남으로 시작됐다. 새벽 4시, 남들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하는 버스 안내양 영례는 늘 바쁘다. 승객들의 요금을 빠짐없이 챙기고, 발 디딜 틈 없는 만원 버스 속에서도 "오라이~!"를 외치는 그는 틈 없는 일상에서도 온갖 자격증을 취득했고, 모두가 잠든 시각 손전등을 켜고 교과서를 폈다.
영례에게 찾아온 첫 번째 운명은 청아운수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입 안내양 서종희(신예은)였다. 영례는 지각 위기에 몰린 여학생을 태워주느라 정작 자신은 버스를 놓쳤고, 종희는 창문 밖으로 스카프를 흔들어 버스를 세웠다. 그리고는 고마움을 전하는 영례에게 초면부터 "나중에 얹어서 갚아"라는 반말로 "와, 작살이다"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두 사람은 기숙사의 같은 방을 쓰게 됐다. 그리고 절대 권력자 권해자(이민지)의 기선 제압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 종희에게 영례는 반했다.

화장실을 수차례 들락거리면서도 "먹을 수 있을 때 먹어야 한다"며 라면을 흡입하는 영례를 보며 종희는 웃음을 터뜨렸다. '상또라이보다 무섭다'는 '은또'(은근 또라이)란 별명도 지어줬다. 또한, 대학 국문과에 가서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영례, 미스코리아를 거쳐 배우가 돼 사람들을 울리고 웃기고 감동 주고 싶다는 종희, 두 친구는 서로의 꿈을 나누며 더 가까워졌다. 그리고 이번엔 종희가 영어책에서 본 명언을 인용 "걸즈 비 앰비셔스!"를 외치는 영례에게 반했다. 그렇게 서로에게 반한 두 친구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우정을 키웠다.
그 사이, 영례에게 두 번째, 더욱 극적인 운명이 나타났다. 무임 승차 학생을 쫓다, 멱살이 잡히고 각목으로 위협까지 받게 된 순간, 갑자기 나타난 한 남자가 영례를 구해준 것. 그는 단숨에 상대를 제압하고 요금까지 받아냈고, 다친 영례의 손에 수건을 감싸줬다. 마치 설명할 수 없는 영례의 떨림을 대변하듯 팝송 <클로즈 투 유(Close to You)>가 흘렀다. 영례가 첫눈에 반한, 그의 가슴을 요동치게 만든 운명적 첫사랑, 한재필(허남준)의 등장이었다.
동인백화점 사장의 아들로 멋진 외모에 인기까지 갖춰, 재수 없는 '백마 탄 왕자새끼'라 불리는 재필은, 사실 권위적인 아버지 한기복(윤제문)과의 갈등, 그리고 어머니를 지키지 못했다는 상처를 안고 있었다. 복싱은 그 분노와 청춘의 혼란을 풀어내는 탈출구였다. 그러다 주먹으로 시비가 붙어 싸움에 휘말리면서 경찰의 추격을 받게 됐다. 달아나다 숨어든 곳은 휴차 날 영례와 종희가 찾은 극장. 머리에 피를 흘린 자신을 보고 놀라 비명을 지르려던 종희, 그리고 뒤이어 들어온 영례의 입을 자신도 모르게 틀어막았다.
그 순간 영례의 동공이 커졌다.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준 남자, 그리고 첫눈에 반했던 바로 그 소년이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필의 의미심장한 내레이션이 흘렀다. "그 시절, 뛰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목마름 끝에 너를 만났다"는 그의 시선 끝엔 영례와 종희가 있었다. 재필의 '너'는 과연 누구일지, 심장 박동수를 높이는 운명적 서사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