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주니어 출신 연예인 이특. 사진=텐아시아DB
슈퍼주니어 출신 연예인 이특. 사진=텐아시아DB
미성년 연예인의 수익 일부를 금융기관에 의무적으로 신탁도록 하는 '한국형 쿠건법'이 추진된다. 그룹 슈퍼주니어 소속으로 연예계에 데뷔한 이특은 "나도 어릴 적부터 연예 활동을 해 이 문제에 관심 있다"며 "법의 보호 아래 어린 연예인이 수익을 저축하면 성인이 된 뒤에도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9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에서 '미성년 연예인 소득보장법 공청회'가 열렸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개정안은 아역 배우, K팝 아이돌 등 미성년 연예인이 벌어들인 수익의 50%를 금융기관에 의무 신탁도록 하는 내용이다. 미성년 연예인이 어른이 될 때까지 이 돈을 다른 사람이 탕진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취지다. 15%를 의무 신탁도록 하는 미국 '쿠건법'(1939년 제정)을 벤치마킹했다.
9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에서 열린 '미성년 연예인 소득보장법 공청회'. 사진=배현진 의원실
9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에서 열린 '미성년 연예인 소득보장법 공청회'. 사진=배현진 의원실
이날 공청회에는 배 의원을 비롯해 같은 취지의 개정안을 발의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석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도흡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 김교흥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은 축사를 통해 힘을 보탰다. 공청회 토론자로는 영화 '두사부일체' 등에 나온 배우이자 한국방송연기자협회 이사장인 정준호, 양병훈 한경텐아시아 편집국장, 최건 법무법인 건양 변호사, 김현목 문화체육관광부 대중문화산업과장 등이 나왔다.

정 이사장은 "미국, 프랑스에는 미성년 연예인의 수입을 지켜주는 쿠건법이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없다"라며 "만약 한국형 쿠건법이 생긴다면 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기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는 미성년 연예인이 자신의 커리어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며 "아동·청소년 연예인들이 쏟은 땀과 노력이 정당한 보상으로 이어지고, 이들이 사회로부터 온전히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준호 한국방송연기자협회 이사장이 서울 여의도동 국회에서 열린 '미성년 연예인 소득보장법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배현진 의원실
정준호 한국방송연기자협회 이사장이 서울 여의도동 국회에서 열린 '미성년 연예인 소득보장법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배현진 의원실
배 의원은 "미국 쿠건법은 신탁 비율을 15%로 정했지만 내 법안은 과감히 50%로 했다"면서도 "꼭 50%로 해야 한다고 못박는 건 아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가장 적절한 비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민 의원은 "미성년 연예인이 성인이 됐을 때 아무것도 벌어놓은 게 없는 상황을 맞닥뜨린다면 얼마나 끔찍하겠냐"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법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양 국장은 "아역 연기학원 등 관련 업계에서는 한국형 쿠건법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는 사람이 많다"면서도 "사회적 약자인 미성년자 보호는 국회와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라고 했다. 그는 "미성년 연예인 육성이 가족의 생계 비즈니스인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을 부모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게 하면 부모의 투자 의지가 꺾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며 "하지만 앞서 쿠건법을 제정한 미국, 프랑스 등의 사례를 보면 이런 우려에는 근거가 없다"고 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여의도동 국회에서 열린 '미성년 연예인 소득보장법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배현진 의원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여의도동 국회에서 열린 '미성년 연예인 소득보장법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배현진 의원실
양 국장은 "미성년 연예인의 수입을 부모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게 놔두면 나중에 부모와 자식 간 갈등이 생기기 쉽다. 아이가 성인이 된 뒤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 가족이 깨지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한국형 쿠건법은 부모의 권리를 제한하는 법이 아니라, 오히려 가족을 지키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 변호사는 "일부에서는 민법이 보장하는 부모의 친권을 한국형 쿠건법이 부당하게 제한한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알고 보면 재산에 대한 민법의 친권은 독자적인 게 아니라 미성년자의 재산권에 부속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지적은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한국형 쿠건법은 부모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9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에서 열린 '미성년 연예인 소득보장법 공청회'. 사진=배현진 의원실
9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에서 열린 '미성년 연예인 소득보장법 공청회'. 사진=배현진 의원실
연예인들도 '한국형 쿠건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청회장에서 재생된 영상에서 가수 홍경민은 "선진국도 이 법을 시행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법이 얼른 만들어져서 많은 미성년 연예인에게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이 문제에 대한 어른들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SM엔터테인먼트에 2000년 입사해 18살의 어린 나이로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이특은 "나 또한 어릴 적부터 활동해 온 연예인인 만큼 이 문제에 관심이 있다"며 "법의 보호 아래 어릴 때부터 수익을 저축할 수 있게 되면 성인이 된 뒤 안정적으로 활동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윤 텐아시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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