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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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정민이 1인 2역에 노개런티로 출연한 영화 '얼굴'을 선보인다. '얼굴'은 연상호 감독의 신작. 연 감독은 그간의 제작 방식과 다르게 제작했다고 밝혔다. 개봉 시기가 오는 9월로 박찬욱 감독, 이병헌 주연의 '어쩔수가없다'과 맞물리게 됐는데, 영화 팬들에겐 훌륭한 감독과 배우들의 작품을 2편이나 만날 수 있어 반가운 소식이 됐다.

22일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영화 '얼굴'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연상호 감독과 배우 박정민, 권해효, 신현빈, 임성재, 한지현이 참석했다.

'얼굴'은 시각장애인 전각 장인인 아버지 임영규의 아들 임동환이 40년 전 실종된 줄 알았던 어머니의 백골 시신 발견 후 그 죽음 뒤의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 북미 최대 규모의 영화제인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됐다.
'얼굴' 포스터. /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와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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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감독은 "임영규는 보이지 않는데 시각 예술을 하는 아이러니한 인물이다. 엄청난 걸 극복한 사람이다. 고도성장을 이룩한 한국을 상징하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한국의 근대사를 상징할 수 있는 인물이다. 또한 그 반대편, 이면에 있는 정영희라는 인물과 함께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연 감독은 "'얼굴'은 만화로 먼저 선보였는데, 엔딩에서 주는 감정이 있다. 엔딩에서 감정을 던지는 그런 작품을 저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 감정을 관객과 함께 느껴보고 싶었다"고 제작 이유를 밝혔다.

'얼굴'은 기존의 영화 작업 방식과 다르게 작업됐다. 프리 프로덕션은 2주에 불과했고, 13회차 촬영과 20여 명의 스태프로 진행됐다. 로케이션을 포기하고 세트장을 긴급 제작해 촬영했다. 일반적인 장편 영화 대비 4분의 1에 불과한 촬영 기간이었다. 연 감독은 "유튜브, OTT 등 요즘 여러 매체가 있지 않나. 영화 만드는 방식의 다각화를 이루지 못하면 영화를 계속 만들 수 없겠다고 생각해서 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얼굴' 스틸. /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와우포인트
'얼굴' 스틸. /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와우포인트
박정민은 젊은 시절의 임영규와 아들 임동환으로 1인 2역을 맡았다. 젊은 임영규는 시각장애를 가졌지만 도장을 파며 성실히 살아가는 소시민이다. 임영환은 어머니의 죽음 뒤 진실을 좇기 시작한 아들이다.

박정민은 1인 2역을 자신이 직접 연 감독에게 제안했다고. 그는 "아들이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파헤쳐 가는 데 있어서, 그렇게 연기하면 관객들에게 이상한 감정을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 또 제 개인적으로도 도전해보지 않았던 거라 재밌을 거 같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감독님께 슬쩍 던져봤는데 넙죽 받으시더라. 출연료를 아끼시려고 하는 건가 싶었다. 너무 아무렇지 않게 '그래' 그러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박정민은 1인 2역을 하며 "재밌었다"고 했다. 이어 "젊은 임영규를 연기했기 때문에 임영환으로서 받는 느낌이 있더라.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느낌이었다. 그 동안은 느껴보지 못해서 새로웠다"고 이야기했다.

연 감독은 "연기 잘하는 배우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가 됐다. 한국의 연기파 배우라고 하면 '박정민' 세 글자를 떠올려야 한다"라고 극찬했다. 이에 박정민은 "조롱 아니냐. 현장에서 뭐 실수했냐"며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연 감독은 멈추지 않고 "짜증이 깊어졌다. 예전에는 짜증 내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짜증에 깊이가 생겼다"고 부연했다.
'얼굴' 스틸. /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와우포인트
'얼굴' 스틸. /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와우포인트
권해효는 시각장애를 가졌지만 가장 아름다운 도장을 파는 전각 장인인 현재의 임영규를 연기했다. 그는 "촬영하기 위해 렌즈도 껴야 했는데, 실제로 앞이 잘 안 보인다. 그때 느끼는 묘한 편안함이 있었다. 많은 정보가 눈을 통해 들어오지 않나. 배우들도 연기할 때 거기에 자극받기 마련인데, 눈이 안 보이는 상태라는 안정감, 편안함이 있더라. 내가 어떻게 보일지 의식하지 않게 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작고하신 장인어른이 시각장애인이셨다. 그 모습을 봤던 저로서는 자연스럽게 (시각장애인 인물을 화면에) 담은 것 같다"고 전했다.

권해효의 모습이 담긴 스틸이 공개되자 박정민은 "이 영화 때문에 제가 도장 파는 걸 좀 배웠는데, 감독님이 '아무리 그렇게 도장을 파 봐라. 저 얼굴이 나오나'라고 하더라. 저 얼굴이 나오는데 '이건 장인이다'며 제가 무릎을 꿇었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박정민은 연 감독과 배우들에게 자신이 직접 판 도장을 선물했다고. 그는 "정말 못 팠다. 못 파는 건 쉽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연 감독은 "'연상호인'이 아니라 '연상인호'더라"고 폭로했다. 박정민은 "이름도 반대로 쓰고 엉망진창이었다"고 인정했다. 연 감독은 "인감으로 등록할까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정민은 "취미로 한 번 해보셔라. 재미가 쏠쏠하다"며 "영화 끝나고 재미 들여서 세트를 엄청 샀는데, 집에 새것 그대로 쌓여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얼굴' 스틸. /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와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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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빈은 청계천 의류 공장 청풍피복의 직원 정영희 역을 맡았다. 정영희는 남들에게 구박받는 데 익숙한 청계천 의류 공장의 직원으로, 40년 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신현빈은 "이야기 자체가 흥미로웠다. 이런 설정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겠나 싶더라. 어려울 수도 재밌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며 촬영을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신현빈은 "전면에 얼굴을 드러내기보다 다른 방식의 표현을 더 해야 했다. 배우들은 표정, 얼굴을 많이 활용하는데, '그 부분을 줄이게 되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많이 생각하며 접근해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가 얼굴이 나왔나요?' 그랬다"며 웃었다. 연 감독은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데 역설적으로 감정이 많이 전달됐다. 신현빈 배우가 잘 표현해줬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얼굴' 스틸. /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와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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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재는 청풍피복 공장의 사장 백주상 역을 맡았다. 그는 "귀엽지만 귀여운 얼굴만 있지 않고 다른 얼굴도 있다"고 캐릭터를 소개해 궁금증을 자극했다.

한지현은 전각 장인 임영규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다가 정영희의 죽음을 파헤치기 시작한 PD 김수진 역을 맡았다. 한지현은 이번 작품으로 연상호 사단에 새롭게 합류하게 됐다.
'얼굴' 스틸. /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와우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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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감독은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든 이유에 대해 "새로운 영혼을 가진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게 마음속에 있었다. 그렇다면 새로운 몸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까지 했던 방식과는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물론 두려움은 있었다. 하지만 그 두려움 자체가 제작 방식 다각화에 걸림돌이었더라. 두려움은 우리 팀이 모이고 작품을 시작하면서 없어졌다"라고 전했다.

'얼굴'은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자 배우 이병헌, 손예진이 주연한 '어쩔수가없다'와 비슷한 시기 개봉하게 됐다. 경쟁하게 된 소감을 묻자 연 감독은 "훌륭한 선배님과 박정민 배우의 맞대결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대표 연기파 배우 자리를 두고 이병헌과 박정민, '9월에 맞붙어보자'"라고 놀렸다. 박정민은 "(이병헌을) 어려워한단 말이다"라며 곤란해하더니 "존경하는 선배님이라 함부로 말씀드릴 순 없고, 박찬욱 감독님 너무 존경하는 감독님이다. 저희는 저희 할일을 열심히 하겠다. 박찬욱 감독님, 이병헌 선배님 '어쩔수가없다'를 꼭 극장에 가서 보겠다. 파이팅"이라고 말했다. 이에 연 감독이 "파이팅이 '파이팅'인 거냐"라고 놀리자 박정민은 "싸우자는 '파이팅'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박정민은 이번 영화에 노개런티로 출연했는데, "노개런티로 한 것을 이 자리에서 굉장히 후회하고 있다"라고 농담해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도 "좋은 영화에 힘을 보탤 수 있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을 평소에 제가 사모한다. 제가 도와드릴 게 있으면 도와드리면 좋지 않나. 그리고 제작비가 작은데 거기서 달라고 하는 게 속된 말로 짜치더라"라더니 "감독님 파이팅!"이라고 말해 웃음을 더했다. 연 감독은 "사실 저희가 준비한 약소한 금액이 있었는데, (안 받는다고 해서) 화난 줄 알았다"고 전해 폭소케 했다.

임성재는 "연상호 감독에게 등 돌린 팬들이 다시 돌아올 절호의 찬스이자 마지막 기회"라며 관람을 독려해 폭소를 자아냈다. 박정민은 "이 영화로 서로가 이야기해보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 근사한 영화다"라고 말했다.

'얼굴'은 오는 9월 11일 개봉 예정이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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