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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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새 금토드라마 '달까지 가자'가 티저 영상으로 인종차별 논란을 빚고 있다. 첫 방송을 한 달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이 영상에서는 주연 배우 이선빈, 라미란, 조아람, 김영대가 알라딘 콘셉트의 옷으로 등장해 아이스크림 스크류바 광고를 연상케 하는 춤을 춘다. 공개 후 중동 지역 문화를 비하했다는 비판이 국내외에서 나오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문제가 된 장면에서 배우들은 아라비아풍 복장을 한 채 과거 스크류바 광고 멜로디에 맞춰 흐느적거리는 춤을 춘다. 특히 "이상하게 생겼네~"라는 가사 위로 김영대가 온몸을 배배 꼬며 과장된 코믹 연기를 한다. 가볍게 웃음을 유도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이지만, 표현 방식이 지나치게 구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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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까지 가자'는 월급만으로는 생존조차 어려운 세 여성이 코인 투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하이퍼리얼리즘 생존기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분투하는 흙수저 여성들의 현실을 조명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번에 공개된 티저 영상은 그 메시지와는 거리가 먼 연출로 작품의 방향성을 흐렸다는 우려가 나왔다.

티저는 공개되자마자 SNS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를 본 다수의 아랍권 시청자는 "자신들의 전통문화를 희화화했다"며 불쾌해했다. "미국 드라마에서 기모노를 입고 갓을 쓰며 전족을 한 채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온다면 어떤 느낌이겠느냐"는 비유가 국내외에서 퍼졌다. 이 영상이 문화의 상대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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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란이 단순한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 영상이 기획 단계부터 대중에게 공개되기까지 수많은 검토를 거쳤음에도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건 제작진의 감수성 부족과 무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MBC 금토 드라마는 최근 시청률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앞서 정경호가 이끈 '노무사 노무진'은 큰 기대와 달리 최저 시청률이 2%대까지 하락했다. 그 뒤를 이은 이보영의 '메리 킬즈 피플'은 1%대에 머물렀다. 이런 상황에서 '달까지 가자'는 침체한 흐름을 반등시켜줄 기대작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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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측은 '달까지 가자' 인종차별 논란과 관련해 21일 오전 텐아시아에 "본 드라마의 스토리가 제과회사를 배경으로 한 점에 착안해 1980~1990년대의 유명 아이스크림 광고를 패러디해 제작했다"며 "이 과정에서 타 문화권에 대한 입장을 고려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현재 해당 영상은 모두 삭제했다. 앞으로는 이런 부분에 더 신중함을 기해서 불편함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선 이미 '특정 문화를 희화화했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은 만큼, 드라마의 이미지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반응도 나온다. 이 작품이 향후 어떤 방식으로 연출되고, 시청자들과의 신뢰를 회복해나갈지 주목된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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