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준원 기자/wizard33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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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서 '조력 사망'을 소재로 한 19세 이상 시청가 드라마가 공개된다. 배우 이보영이 약 13년 만에 MBC 드라마로 복귀하며 택한 파격적 선택이다. 생명과 죽음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첨예한 윤리적 질문, 그리고 이를 둘러싼 인물들의 감정과 갈등을 담아낼 '메리 킬즈 피플'이다.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 MBC 사옥에서 '메리 킬즈 피플'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배우 이보영, 이민기, 강기영, 권해효, 윤가이와 박준우 감독이 참석했다. '메리 킬즈 피플'은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들의 조력 사망을 돕는 의사와 그들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담은 서스펜스 드라마다.
사진=조준원 기자/wizard333@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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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영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조력 사망을 돕는 응급의학과 의사 우소정 역을 맡았다. 그는 "내 캐릭터를 절대적인 선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아픈 사람들의 고통을 끝내주는 인물로 이해하고 접근했는데, 보는 분들에 따라 '저건 불법 아닌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 논란이 될 수 있는 캐릭터라고 본다. 그래도 나는 선하다고 믿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2012년 종영한 '애정만만세' 이후 약 13년 만에 MBC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이보영은 "결과가 좋았으면 좋겠다는 부담감이 솔직히 있다. 오랜만에 불러주신 만큼 좋은 결과로 보답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부담이 있다"고 털어놨다.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그는 "항상 캐릭터나 연기하고 싶은 신이 있거나, 드라마가 재밌을 때 선택하기도 하지만, 어떤 작품은 당시 내 생각이나 감정과 닮았을 때 유독 끌릴 때가 있다. 재미와는 상관없이. 요즘 부모님도 연로하시고, 우리도 나이가 들면서 노후와 미래를 고민하던 시기에 이 대본을 받아서 '이런 이야기를 한번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력 사망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작품이 재미있고 흥미롭다기보다는, 그냥 한 번쯤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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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과 결혼해 가정을 이룬 이보영은 '조력 사망'이라는 주제를 다루며 부담은 없었냐는 질문에 "이 대본을 작년 7월쯤 받았는데, 그즈음 해외의 한 노부부가 조력 사망으로 함께 죽음을 선택했다는 뉴스를 보고 (지성) 오빠와 그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나이가 들어 아이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 정신이 온전할 때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어쩌면 굉장히 행복한 삶을 살다 가는 거 아닐까, 그런 얘기를 나눴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게 옳다, 그르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내 입장에서는 행복한 삶의 방식이라 생각되지만, 남겨진 사람들과 사회적 시선 때문에 쉽게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도 이 주제를 던져서 사람들이 함께 얘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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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감독은 "죽음의 자기 결정권은 과연 존중받을 수 있는 걸까. 내 어린 딸이 너무 아픈데, 안락사시켜달라고 하는 그런 상황은 극한이지만 실제로 존재한다. 우리 드라마에 그런 설정이 등장하는데, 가족 간 관계나 부모·부부 사이의 감정에 초점을 맞춰서, 캐릭터들이 타인의 고통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담아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심의 기준상 조력 사망, 혹은 조력 자살이라 표현되기도 하는 주제를 다루는 건 쉽지 않다. 자살을 조장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어서, MBC에서도 본질적인 표현을 위해 19세 이상 관람 등급으로 결정하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캐스팅에 관해 박 감독은 "너무 잘하시는 분들이다. 내가 선택했다기보다는, 내가 선택을 받은 거다. 다른 제안을 많이 받으셨을 텐데도 이 작품을 선택해주신 건, 대본을 깊이 공감해주신 덕분인 것 같다. 젊은 배우들이라기보단, 가족의 죽음이나 삶의 끝에 관해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봤을 연배의 배우들이기에 가능했던 선택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리 킬즈 피플'은 오는 8월 1일 오후 10시 첫 방송 된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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