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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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하고 내성적인 한 사람이 세상을 모두와 함께 바꾸고자 한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의 주인공 김독자의 모습이다. 김독자를 연기한 안효섭은 그의 '평범함'에 끌렸다.

1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감독 김병우)에 출연한 배우 안효섭을 만났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전지적 독자 시점'은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판타지 액션. 동명의 웹소설이 원작이다. 안효섭은 10년 넘게 연재된 소설의 유일한 독자인 김독자 역을 맡았다.

안효섭은 "프리프로덕션부터 완성까지 2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린 것 같다"며 "영화가 처음이라 조바심도 났다. 촬영이 끝난 지 1년 지났는데 보니, 완성본을 보니 신선한 감정이 들었다. 떨림 반 설렘 반이었다"라고 개봉 소감을 밝혔다.

영화의 원작은 글로벌 누적 3억뷰를 기록했을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방대한 원작의 내용을 2시간가량 영화에 다 담는 것은 불가능한 일. 안효섭은 "원작이 있는 작품은 호불호가 공존하는 것 같다. 저도 원작 있는 작품들이 리메이크됐을 때 실망한 적 있다"면서도 "2시간짜리 영화 안에서 저희가 어떠한 선택을 하고 방향성을 정했는지는 변함이 없다. 그에 따른 책임도 우리가 져야 한다. 2시간짜리의 완벽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전지적 독자 시점' 스틸.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전지적 독자 시점' 스틸. /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안효섭에게 '전지적 독자 시점'은 첫 영화다. 그는 "기술 시사 때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온몸에 힘이 들어가 있더라. 끝나고 감기에 걸렸다. 긴장했나 보다"라며 떨리는 마음을 드러냈다. 영화 데뷔작으로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저는 작품 고르는 기준이 뚜렷하다. 제 심장이 뛰면 한다. '하고 싶다'라는 게 제가 느껴진다"라면서 "김독자의 평범함에 끌렸다. 제가 지금까지 했던 역할들은 뭔가 강점이나 특별한 점이 있었다. 굉장히 잘 나거나 못 나거나, 특색이 있었다. 김독자는 눈 씻고 찾아봐도 강점이 없더라. 누구나 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 끌렸다. 내가 '평범함'을 어떻게 표현해낼 수 있을지 궁금했다"라고 말했다. 스케일이 크고 CG도 많이 들어간 작품인 만큼 "부수적으로는 한국에서의 이런 도전이 어떻게 결과물로 나올지 궁금했다"고도 했다.

안효섭은 김독자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가 김독자에게 더 끌렸던 이유다. 안효섭은 "당시에 되게 무료했다. 그때 제가 여러 작품을 안 쉬고 3~4년 동안 쭉 했다. 어느 순간 매너리즘에 빠졌다. '내가 뭘 하고 있나' 싶더라. 매 신 집중해서 하고 있어도 '내가 원했던 연기자의 삶이 이런 건가' 싶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제가 이 대본을 카페 2층 구석의 소파에서 읽었다. 아무것도 안 보여주는 캐릭터에 이상하게 마음이 놓이더라. 이 상황에 놓여서 휘둘리는 김독자에 공감이 됐다. 마치 제가 놓인 상황 같았다"라고 털어놓았다.

감독은 김독자가 마치 관객에게만 비밀을 털어놓는 듯한 시점을 만들기 위해 유독 가까이에서 안효섭을 촬영한 신이 많았다. 안효섭은 "제 얼굴이나 속마음이 보일 정도로 가깝게 찍은 경우가 많다"라며 "우리 작품만큼 주인공 심리를 따라가게 안내해준 작품이 있을까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안 그래도 가까이 찍는다 생각했는데 큰 스크린에 나오니 부담스럽더라"면서도 "어렸을 때부터 영화 배우를 꿈꾸던 사람으로서 감격스러웠다"며 뿌듯해했다. 또한 "시원시원한 액션과 끊이지 않는 눈요깃거리, 그리고 인간에 대한 고뇌라는 메시지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 우리 영화의 주요 포인트"라고 자랑했다.

안효섭은 이번 영화를 통해 이민호와 연기 호흡을 맞췄다. 이민호는 10년 넘게 연재된 소설의 주인공 유중혁을 연기했다. 안효섭과 이민호는 과거 같은 소속사에 몸담기도 했던 사이.

안효섭은 "반가웠다. 형을 다시 만난 게 10년 만이다. 형이 스스럼없이 먼저 다가와줘서 편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캐나다에 있을 때, 학생이었을 때부터 형의 작품을 보며 자랐다. 제 연예인이었다. 김독자한테도 유중혁은 그런 존재다. 영웅이자 아이돌이다"라며 "연기하면서 이런 부분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것 같다"라고 전했다.
안효섭 / 사진제공=더프레젠트컴퍼니
안효섭 / 사진제공=더프레젠트컴퍼니
극 중 김독자는 소설 주인공 유중혁만이 살아남는 결말을 모두가 함께 살아남는 결말로 바꾸겠다고 결심한다. 살아오며 한 선택 중 바꾸고 싶은 선택이 있느냐는 물음에 안효섭은 "단 하나도 없다"고 답했다. 그는 "어떤 것이든 선택에 따라서 지금의 제가 만들어진 것 같다. 계속 좋은 선택을 했다고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고통 없이 얻어지는 건 없다는 관점에서 보면 모든 선택은 유의미했다"고 말했다.

고통을 극복한 순간 중의 하나로는 "저는 나서는 걸 싫어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배우는 연예인과 떼려야 뗄 수 없다. 누군가 저를 봐줘야 하는 직종이다. 그걸 넘어서는 것도 큰 고통이었다"라고 털어놨다. 또한 "해야 하니까 극복했다. 사실 지금도 극복한 건지는 모르겠다. 제가 아무리 이 예술을 사랑하고 연기하는 게 좋아도 봐주는 분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봐주는 분이 없으면 제가 존재할 수 없지 않나. 그 생각 하나로 이 꽉 깨물고 한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연기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성인 되고 나서 가장 시간을 오래 투자한 일이다. 한 분야에 오래 투자한 건 값어치 있는 일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예전에 한석규 선배님이 '연기 재밌지? 근데 잘하면 더 재밌다'고 하시더라. 그 말이 와닿았다. 지금까지 겨우 쌓아 올린 저만의 탑이 있는데, 이제 조금 알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이걸 놓치고 싶지 않다. 어디까지 갈지, 얼마나 재밌어질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연기가 재밌어진 시점이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를 할 때다. 안효섭은 "초반에는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많았다. 연기도 해야 하는데, 신인 때는 욕도 많이 먹고 빠릿빠릿해야 했고, 제가 상상했던 현장도 아니었다. 하지만 '낭만닥터 김사부2'를 찍으며 한석규 선배님한테 많은 얘길 들으면서 그때부터 연기에 대한 열망이 가득해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연기를 즐긴다. 현장 가는 매일매일이 즐겁고 설렌다"라고 전했다. 또한 "연기가 이젠 삶이 된 것 같다. 예전에는 언제까지 일어나야 하고 몇 시까지 이동해야 하고 이런 것들이 부수적으로 느껴졌다면 이제는 모든 게 제 일부가 됐다"라며 연기를 향한 애정을 표했다.
안효섭 / 사진제공=더프레젠트컴퍼니
안효섭 / 사진제공=더프레젠트컴퍼니
캐나다에서 거주하다가 데뷔의 꿈을 안고 한국에 온 안효섭. 그는 "사실 배우와 가수 둘 다 하려고 했다. 당시에 '연기돌'이 뜰 때였다. 가수의 인기로 연기도 하자는 게 저만의 순진한 계획이었다"며 웃었다. 이어 "하다 보니 이 분야들을 존중하게 됐다. 할 거면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는 배우로 빠지게 된 경우"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하나를 제대로 파자는 생각이었다. 저는 음악을 취미로 남겨놓고 싶었고 지금도 너무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하다 보니 연기가 재밌어졌고 욕심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어느덧 데뷔 10년을 맞은 안효섭. 그는 "이제 시작인 것 같다. 지금까지는 기반에 물을 주는 시간이었다면 이젠 잘할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이어 "연기를 잘하고 싶어도 테크니컬을 모르면 잘할 수가 없더라. 동선이나 프레임 같은 기술적인 것과 감정적인 부분을 모두 마스터했을 때 잘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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