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아세요?(you know what)'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가 흥미로운 방송계의 이슈를 잡아내 대중의 도파민을 자극하겠습니다. 예능계에 불고 있는 '해외 촬영 열풍'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가운데, 시청자들의 반응이 차가워지는 분위기다. "해외여행 예능은 이제 식상하다", "상대적 박탈감이 든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 촬영 예능의 인기가 처음부터 싸늘했던 건 아니다. tvN '윤식당', '꽃보다 할배' 등 과거 프로그램은 출연진이 낯선 환경에 적응해 가는 과정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들, 이국적인 풍경이 어우러지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인기 연예인들이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포맷이 당시엔 신선했고 시청자들에게는 대리만족을 선사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멈출 줄 모르는 비슷한 포맷에 시청자들의 반응은 점차 "식상하다"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JTBC '팽봉팽봉', '길바닥 밥장사', tvN '뿅뿅 지구오락실3', ENA·SBS Plus '지지고 볶는 여행' 등 현재 방영 중인 예능 상당수가 해외에서 촬영한 프로그램이다.
사진=JTBC
'팽봉팽봉'은 '환승연애'로 주목받은 이진주 PD가 '윤식당'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식당 예능이다. 유승호가 데뷔 24년 만에 첫 고정 예능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첫 방송 시청률은 1.6%에 그쳤고, 2회에서는 1.1%로 하락했다.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 PD는 '연애남매' 이후 식당 예능으로 돌아온 이유에 관해 "시청률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1%대의 저조한 성적이 이런 의도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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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현숙과 이봉원의 실제 식당 운영 경험을 녹여냈다는 제작진의 설명과 "진심을 다했다"는 출연진의 소감도 시청자들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결국 또 해외에서 출연료 받고 연예인들 이색 경험 쌓는 거네"라는 냉소적인 반응마저 나오고 있다.
해외 촬영 예능들은 하나같이 '차별화'를 강조하지만, 실상은 출연진만 바뀌었을 뿐 구성과 흐름은 대동소이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요리하고, 중간에 지치고, 티키타카 하는 등 반복되는 패턴 속 시청자들은 출연진의 체험기를 보며 대리만족한다. 프로그램 자체의 신선함과 메시지는 희미해졌다는 평가다.
사진=채널A
'지지고 볶는 여행', 채널A '하트페어링'처럼 일반인을 내세운 연애 예능마저 예외가 아니다. 유럽에서 연애 프로그램을 촬영하는 구조에 관해 "이제 비연예인 연애까지 해외에서 하냐"는 부정적 여론이 뒤따른다. 제작진은 리얼리티를 내세우지만, 고급 숙소와 이국적 배경에서 펼쳐지는 연애 서사는 오히려 이질감만 더한다는 시각이 많다.
일부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 생활하는 시청자 입장에서 유럽 여행은 큰 결심이 요구되는 일이다. 상당한 비용과 긴 휴가가 필요하지만, 방송 속 연예인들은 고액의 출연료를 받으며 부담 없이 해외를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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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까닭에 최근 해외 촬영 예능은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에서 부진한 성적을 나타내고 있다. 투자 대비 효율은 낮고, 시청자들의 피로도는 높아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예능이 시청률 1%대에 머무르는 이유는 단순하다. 시청자들 입장에서 공감도 안 되고, 해외 예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질려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사진=SBS플러스/MBC
이런 가운데 자영업자에게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SBS Plus '사장은 아무나 하나', 환경 보호 메시지를 전하는 MBC '지구를 닦는 남자들'처럼 의미 있는 방향성을 가진 예능도 간간이 등장한다. 연예인의 화제성을 활용하되, 대중에게 실질적인 공감과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방송계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과제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