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직비디오를 살펴보면 병맛은 더 눈에 띈다. 부석순의 뮤직비디오는 아이돌 그룹 유닛의 뮤직비디오라기보다 예능 프로그램이나 코미디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아이돌 뮤직비디오지만 시작부터 멤버들이 국민체조를 따라 하는 듯한 장면이 나온다. 제목인 '청바지'를 강조하는 바지춤도 나온다.

무엇보다 20·30세대라면 모를 리 없는 KBS1 '도전! 골든벨', KBS2 '스펀지', SBS '생활의 달인'을 오마주한 장면들이 지나가며 보는 이들의 추억을 자극했다.

제목인 '응 그래'는 누가 뭐라든 상관 없다며 상대의 참견을 무시할 때 주로 쓰는 MZ세대 유행어다. 발음도 영어 발음처럼 굴려서 해 능글맞은 곡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뮤직비디오는 전반적으로 고급스러운 병맛 감성이 주를 이룬다. 시작부터 한 멤버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화면으로 돌진하다 크게 넘어져 웃음을 자아낸다. 넘어진 멤버를 둘러싸고 다른 멤버들이 놀리는 듯한 연출도 있다. 배경에는 엉성한 글씨체로 '내 머릿속은 무지개 꽃밭'이라고 적어 웃음을 더했다. 이런 글씨 연출은 후렴에서도 쓰였다. 후렴에서 킥플립은 가사대로 적은 '응 그래 뭐뭐 응 그래'라는 타이포그래피와 함께 가사를 반복해 부른다.
'응 아니야'라는 가사와 같이 대중들이 '킹받는다'(웃기게 화가 나는 상황에서 쓰이는 신조어)고 말할 만한 요소들도 많다. 멤버가 넘어지면서 날린 스케이트보드가 벽에 박혀있다거나, 쓰던 핸드폰 화면이 박살 나는 등 보는 이를 계속해 '킹받게' 만들었다. 마지막에는 손가락으로 '응' 모양을 만들고 명상하는 듯한 자세를 취해 병맛의 정점을 찍었다.
이런 감성은 대중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이어졌다. 유튜브에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지 사흘 만에 조회수 1239만회를 기록했고, 댓글에는 SNS 바이럴을 보고 왔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누리꾼들은 "음원 언제 나오나. 온종일 듣고 있음. 중독성 미쳤네 ㅋㅋㅋㅋㅋㅋㅋ", "노래 웃기다 해서 들으러 왔는데 진짜 좋음", "제목이 난해해서 뭐지 싶었는데 노래가 사기잖아? 느좋(느낌 좋음의 준어) 때려 박았네 진짜"라며 칭찬했다.

중독적인 후렴만 있는 게 아니라 곡의 빌드업에 충실했고 우수한 프로듀싱의 흔적이 가득한 데다, 뮤직비디오도 B급 감성 웃음 코드를 더했을 뿐 퀄리티는 뛰어나다. 곡을 소화하는 아티스트들의 보컬 수준도 매우 높다.
음악의 본질은 즐거움이다. 부석순과 킥플립은 즐기기라는 음악의 목적을 극대화해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좋은 퀄리티와 B급 유머 코드를 한 곡에 소화하기란 큰 용기가 필요한 선택이다. 용기를 갖고 병맛 콘셉트에 도전한 아티스트들과 프로듀싱 팀에게 찬사를 보낸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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