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렁크'는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와 그 안에 놓인 두 남녀의 이상한 결혼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멜로다. 시청 난이도가 있는 작품이지만 공유가 선택한 이유는 오히려 그 때문이었다.
공유는 "말랑말랑한 류의 얘기들이 대중적으로 많지 않나. 어두운 면면, 우울한 감이 있는 얘기를 선호하지는 않으신다. 저는 프레임 안에 있는 모든 것이 허구고 창작물이고 상상력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사랑과 관계에 대한 얘기를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을 마냥 밝지만은 않게 다룬다"고 말했다. 이어 "연애할 때도 관계 속에 어두운 면이 있는데, 보통 드라마, 영화에서는 밝게 다뤄지고 미화되는 면이 있다. 물론 거기서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하고 휴식이 되기도 한다. 그게 드라마, 영화가 하는 역할 중 하나기도 하다"면서 "반대로 저는 조금 어두운 면을 얘기하고 싶었다. 연기자로서 그런 경험도 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공유는 "정원이 왜 이렇게 힘들고 아플까에 대해 궁금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정원의 한 구석에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캐릭터에 마음이 갔다"며 캐릭터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어떤 점에서 동질감을 느꼈냐는 물음에 "정원은 비현실적인 인물일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세상이 TV만 틀고 SNS만 봐도 드라마보다 믿기지 않은 일들이 비일비재하지 않나"라며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나만의 고충이 있을 게 아니겠나. 정원처럼 트라우마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나도 내면에 남들에게 꺼내서 보여주고 싶지 않은 무언가 있다. 거기서 오는 동질감이다. 정원에게 연민을 느꼈다"고 답했다.
이번 작품을 하며 결혼에 대한 생각도 해봤냐는 물음에 공유는 "생각은 늘 많이 하는데 어렵더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결혼은 철저히 개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해야 한다, 안 해야 한다는 각자의 입장이다. 가치관에 맞게끔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공유는 "서현진 씨와 언젠가 연기해보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만나게 된 것 같다. 가치관, 결이 비슷한 부분이 있더라. 그래서 '트렁크'로 조우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진 씨가 아닌 인지는 상상이 안 된다. 하면서도 느꼈고 다 끝내놓고도 '이건 서현진이 아니었으면 누가 했을까' 할 정도다. 현진 씨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현장에서 보니 정확하더라. 그러면서 얕지 않다.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깊은 사람이다. '섬세하고 지독한 연기를 하는구나' 같이 하면서 느꼈다. 많은 영감을 받았고 배우기도 했다"고 했다.
공유는 치밀하게 연기하는 서현진을 두고 "살이 빠지고 왜 안 찌는 지 알겠더라"며 칭찬했다. 서현진이 극 중 좌절하며 엎드리는 장면에서는 척추뼈까지 도드라진다. 이 장면에 대해 공유는 "제 신이 아닌데 제꺼 찍으러 갔을 때 궁금해서 감독님에게 졸라서 보여달랬다. 감정적으로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신이다. 제가 보고 '어우 지독하다'고 했다"며 감탄했다. 이어 "비주얼적으로 의도한 건 아니다. 현진 씨가 그거 때문에 일부러 살을 뺀 게 아니다. 이런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보고 감독님한테 '그녀의 경추가 아름답게 느껴졌다'고 했다. 저는 섹시하기까지 하더라. 대사 없이 이미지만으로도 많은 걸 표현하는 느낌을 받아서 멋지고 아름다운 신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예고편에도 꼭 넣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어느덧 얼굴의 주름이 자연스레 화면에 남기는 배우가 된 공유. 나이 들어가며 늘어가는 주름도 공유는 "좋다"고 했다. 또한 "화보 속 모습은 다 만져주는 것"이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공유는 "옛날엔 없던 쌍꺼풀이 생기는 것도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개인적으로 제가 쌍꺼풀을 싫어한다. 다년간 봐왔던 내 얼굴이 아니라서 싫었다. 늙어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했던 내 얼굴이 있는데 얼굴의 변화가 처음에 불편하게 느껴지긴 했다. 나이 들어가고 제 얼굴에 주름이 생기는 것이 불편하거나 싫지 않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주변에서 피부과를 가라고 하는데, 저도 피부과를 가긴 하지만 그때마다 그들과 '꼭 그래야 하냐', '다른 사람은 다 하는데 넌 왜 안 하냐', '나는 최소한의 것만 해도 된다'라는 식으로 논쟁을 벌인다"면서 의외의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배우로서 주름이 미쟝센이 될 수도 있어서 괜찮다. 늙어가는 게 싫지 않다"고 말했다.

이달 말 '오징어 게임' 시즌2 공개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오징어 게임' 시리즈 역시 분량보다는 '의미'에 있어서 공유에게 매력적이었다. 공유는 "전 특별 출연이다. 고정 멤버 욕심은 믿을지 모르겠지만 정말 없다. 중요한 건 너무 재밌었다. 주연 혹은 더 큰 역할에 대한 욕심이 없었냐는 질문이 많았지만 저는 그 정도여서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어 "시즌1 때 감독님이 A4 용지 1장을 주셨다. 제가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였고, 캐릭터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없어서 상상력이 동원되니 재밌었다"며 아이 같은 표정을 지었다. 또한 "이번에도 그 전에 연기하면서 느껴보지 못한 카타르시스, 희열을 느꼈다. 다른 인물과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인물이 아니어서 훨씬 자유롭게 연기하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어서 재밌고 즐거웠다"고 전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