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년이' 속 정년이는 하나하나 뜯어보면 얄밉기 그지없다. 오지랖에 제 멋대로인 성격으로 주변에 피해만 입히는데, 실력은 타고난 천재다. 어머니 가슴에 대못을 박고 집을 나오는 것까진 시골 소녀 성장기에 꼭 필요한 요소라지만, 매란 국극단에 들어와 국극배우로 성장해 가는 정년의 성장통은, 마냥 응원을 보내기 힘든 지점도 분명 있다.

최근 방송에서도 정년이는 자신의 절친이 오디션 상대 역으로 다른 사람을 지목했다는 것에 상처 받고, 자신의 오디션 상대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 덫에 걸려 목이 상한다고 뜯어 말려는 조언 역시 듣지 않고 동굴에서 득음을 연습하다 결국 피를 토하고 쓰러진다. 정년이의 성장기는 곧 그의 민폐력으로 연결되는 듯한 모양새다.

그럼에도 '정년이'를 향한 인기가 뜨거운 건 오롯이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국극 무대의 완성도 덕이다. 거센 사투리 연기부터 소리까지 소화해내며 정년이 자체로 분한 김태리의 연기는 호불호 없이 완벽했다. 오히려 김태리가 연기를 너무 잘한 탓에 정년이가 더욱 얄밉게 보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또한 자칫 어색할 수 있는 국극 무대를 몰입도 있게 그려낸 덕에 매주 긴 러닝타임을 잡아 먹는 국극 무대가 대중에게 더욱 호응을 얻고 있다. '춘향전'부터 '자명고'까지 이들의 국극 연기 역시 매주 화제를 모으는 중이다.

'정년이'는 종영까지 4회 만을 남겨두고 있다. 목소리를 잃은 정년이의 마지막 성장 스토리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캐릭터를 연출하고 적절히 편집하는 제작진의 능력도 성장할 시기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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