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의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김민수 감독과 배우 정우, 김대명, 박병은이 참석했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은 인생 역전을 꿈꾸는 두 형사가 뒷돈에 손을 댄 후 계획에 없던 사고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연출 데뷔작인 김 감독은 "사람들이 살면서 가치 판단을 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에 영화 속 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쫓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직관적이고 교훈적인 느낌의 제목에 대해 "같이 작업했던 작가님과 고민하다가, 저한테 제안해준 제목이다. 처음에는 길이감도 있고 직접적인 면도 있어서 고민했다. 직설적인 만큼 투박하지만 정직하고 힘 있는 제목이라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제목처럼 결말도 분명하게 짓고 싶다는 생각에 이렇게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극 중 딸의 병원비로 인해 큰 돈이 필요한 명득. 정우는 "비슷하게 딸 아이가 있고 촬영 때 3~4살이었던 것 같다. 극 중 아이의 이름을 불러야하는데 제 실제 딸 이름을 부르면서 연기했다. 저는 기억 안 나는데 그랬다더라. 그 감정에 공감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범죄를 저지르면 안 되지만 명득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됐다. 주인공 명득의 감정에 관객들이 잘 올라탈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범죄는 저지르면 안 되는데"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대명은 "스태프들도 배우들도 감독님도 또래였다. 또래들이 똘똘 뭉쳐 치열하게 촬영했다. 청춘의 한편이었다. 오로지 이 영화만을 위해서 달려갔던 모습이 떠오른다.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영화 중간에 빨간 셋업을 입고 나오는 장면이 있지 않나. 이 옷을 입고 도저히 어떤 장면을 찍을지 모르겠더라. 완성된 모습을 보고 이런 장면을 생각했구나 싶더라"고 전했다.
명득과 함께 뒷돈을 챙기다가 큰 사건에 휘말리는 동혁. 김대명은 "저는 안 할 것 같다. 겁이 많아서 도망갈 것 같다"며 웃었다.

박병은은 "승찬은 비단구렁이 같은 느낌이었다. '왜 내 발을 감지?'하다가 목을 감는 느낌으로 다가섰다. 화를 내고 다그치는 느낌이 아니라 비단구렁이처럼 살며시 조여가는 느낌을 유추하고 상상하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밤샘촬영 후 기사식당에 가서 매니저 친구와 밥 먹고 맥주 마시는데, 저 쪽에서 대명 씨가 '형' 하면서 오더라.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넓은 남양주에서 어떻게 거길 들어왔는지 신기했다. 별말도 없이 '고생했다'고 한 것 같다"고 전했다.

박병은은 정우와 김대명의 열연이 인상적이었다고. 그는 "두 배우가 붙는 장면에서, 두 배우의 집중력과 서로의 연기를 받아주려는 마음들, 맹수 같은 배우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배우지만 대단하고 존경한다는 마음이 들더라. 감동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저는 말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들이 이러니까 저도 덩달아 내성적으로 변해서 조용히 셋이서 했던 것 같다"고 웃음을 자아냈다.

정우는 "집 사고 차 사고 그럴 것 같다. 그렇게 흥청망청 쓰기에는 불안하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생각을 가끔 하긴 했다. 조현철 배우의 극 중 바람처럼 차도 갖고 싶고, 집도 갖고 싶고, 김대명처럼 이자놀이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병은이 형은 안 건드린다고 해서 의외다. 기부도 하고 싶다. 유기묘센터에도 기부하고 싶다"며 "뒤탈 없는 복권 당첨금 같은 돈이라면 알차게 쓰고 싶다"고 상상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관객들과 소통한 배우들. 몇 년이 지나 개봉하게 된 것에 대해 정우는 "샤프한 제 얼굴이 눈에 띄었다. 그때 당시 고민하고 치열하게 연기하고 있는 제 모습, 눈을 보니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그래도 내가 작품마다 애쓰는구나, 다행이다' 생각했다. 내 자신에게 고마웠다. 함께했던 스태프들 많이 생각났다. 당시 치열했던 현장의 공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박병은은 "오늘 김대명 배우가 감독님에게 멋진 옷도 빌려줬다. 진짜 피를 나눈 형제 같을 순 없을 거다. 하지만 아직까지 끈끈하게 연락하고 지내는 게 촬영하다 보면 쉽지 않다. 감독님의 진심 어린 마음들이 오늘 오신 분들에게도 조금이나마 갔으면 좋겠다. 많은 분들이 와서 봐주시면 감독님이 다음에는 좋은 옷을 입으시지 않겠나"며 재치 있는 인사로 훈훈함을 자아냈다. 김 감독과 20년 인연이라는 정우는 "저는 배우라는 꿈을 이뤘고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성장하는 과정이다"라며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어낼 감독님의 첫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는 오는 17일 개봉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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