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군'은 '악마를 보았다', '신세계', '마녀'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박훈정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이다. 디즈니+에서 첫 연출을 맡게 된 데에 박훈정 감독은 지난달 15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처음으로 극장이 아닌 다른 매체에서 작업을 해봤는데 힘들었다. 처음이라 그런지 힘들고 드라마를 만드는 분들이 존경스러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폭군'의 주연으로는 김선호, 조윤수, 차승원, 김강우 네 사람이 주연으로 이름을 올렸다.

'폭군'에 출연한 배우 중 내면 연기가 가장 중요했던 인물은 김선호였다. 타인의 위협에 흔들리고 심각한 고민에 빠진 모습을 그려낼 때 김선호는 대사 한마디 없이 눈빛과 표정으로만 상황을 표현해냈다. 그의 섬세한 감정 연기 덕분에 최 국장의 쓸쓸한 고뇌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었다.

큰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지만, 역시는 역시였다. 무쌍이라는 비주얼적 특징은 김다미를 연상케 했지만, 그가 가진 매력은 독보적이고 차별화됐다. 김영호 촬영감독은 조윤수에 관해 "실제론 수줍음 많은 소녀인데 카메라 앞에만 서면 돌변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포털 사이트에 '조운수' 세 글자를 검색하면 나오는 인물이 자경이를 연기한 배우가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다. 신선하면서도 극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그의 연기력은 김다미와 신시아를 잇는 충무로 기대주로 칭송받기 충분했다.

차승원은 캐릭터 중 유일하게 상대방을 대할 때 '다나까' 체로 존댓말을 썼다. 그러나 공손함보다는 싸늘함을 배가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독전', '낙원의 밤' 등 앞선 작품에서 독특하고 임팩트 있는 캐릭터를 선보였던 만큼,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아는 맛이 좋았다.

김강우가 4월 종영한 드라마 '원더풀 월드'에서 선과 악을 넘나드는 인물을 그려냈다면, 이번 '폭군'에서는 매서운 인상을 남겼다. 차승원이 겉으로는 말투를 통해 내면의 잔인한 톤을 낮추는 반면, 김강우는 겉과 속이 모두 가감 없이 위협적이다. 악의적이고 야망 있는 그의 '빌런' 캐릭터는 극에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기대작이었던 만큼 4인 4색 주연의 개성과 역량이 훌륭하지만, 배우 무진성과 김주헌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었다. 두 사람 모두 제각각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해와서인지 노련하면서도 극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마녀2가 '마녀1'에 비해 혹평받았지만, 이번 '폭군'은 '마녀'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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