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자들' 설민석이 표절 기사 났던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19일 방송된 MBC ‘심장을 울려라 강연자들’(이하 '강연자들')에서는 3년 만에 방송 복귀한 설민석이 논문 표절에 관한 속내를 털어놨다.

이날 설민석은 논문 표절 사건에 대해 "최강 절정 지옥을 맛봤다"고 표현했다. 10년간 최정상 역사 강사로 영광을 누리다가 52세 되던 해 논문 표절로 한 순간에 나락에 빠진 것.

설민석은 "2020년 12월 말,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회사 대표가 달려왔다. 휴대폰을 건네주는데 논문 표절 기사가 났더라"고 회상했다. 이어 "사람이 엄청나게 큰일을 겪으면 사람이 눈앞에 하얘지고 사람이 다운되더라"고 말했다.

당시 자신을 응원하고 신뢰하던 학생, 팬들을 떠올리며 "이대로 가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물러나야 할 것 같았다. 출연 중인 모든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전화해서 '너무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논문지도 교수님께도 전화를 다 돌렸다"고 밝혔다.

소식을 접한 가족은 너무 두려워하고 있었고, 직원들 또한 설민석을 무척 걱정했다고. 그는 "나 죽지 않으니까 걱정 말라 하고 사과했다"면서 이후 "잘못했고 죄송했고 자숙하고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직접 썼다고 전했다.

설민석은 "너무 주저앉고 싶었지만, 나에게는 직원들, 가족들이 있었다"면서 "다음날 눈을 떴는데 온 세상이 하얗게 덮여있더라. 꿈인가? 아 꿈이었으면 했다"며 울컥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창업한 회사는 2년 만에 어려워졌고, 직원들은 떠났다. 설민석은 "가족들과 외식하면 주변에서 손가락질을 하더라. 그런데 그게 진짜 손가락질인지 그렇게 내가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서 더 미치겠더라"고 털어놨다.

"공황장애 대인기피는 참을 수 있었다"는 설민석은 어린이 팬들이 특히 눈에 밟혔다면서 "나는 공부해서 남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살아왔던 대로 살아가자. 기회가 주어진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다시 공부를 결심한 설민석에게 주변에서는 "안된다" "미쳤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더불어 "시간 지나면 다 잊혀진다. 다 지나가니 이럴 필요 없다"는 설득도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내가 이대로 외면하거나 도망가면 지금까지 강의한 역사 속 위인들이 다 거짓말 된다"면서 "그때 나를 '역사기꾼 설민석'이라고 부르더라. 사기꾼이라 비평을 받을지언정 내가 그런 삶을 살면 안 될 것 같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당시 연세대 교육대학원 역사학과 석사 논문이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설민석은 다시 시험 봐서 모교에 입학해 현재 대학원생으로 재학 중이다.

"어떤 한계와 고난이 있더라도 나는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 나갈 거"라는 그에게 김영미PD가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이번 석사 논문이 전과 같은 주제냐. 이번 논문은 문제 없다고 확신하냐"면서 청문회급 궁금증을 드러낸 것.

설민석은 "이번 논문은 전혀 다른 주제다. 아직 통과하지 않았는데, 1910년 러시아 항일독립운동사에 관한 내용이다. 문제없을 것을 약속드리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은정 텐아시아 기자 eun@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