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준은 달랐다. 김동준은 "32부작을 통으로 보여드리다 보니 왕순이라는 인물을 한 번에 모든 걸 보여드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초반에 '이걸 참아야 해, 이걸 안고 있어야 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왕순이가 점점 성장해 나가듯이 나의 발전 폭도 함께 바라봐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어린 왕이었고 어찌 보면 성장 드라마이지 않나"라고 답했다.
김동준이 말한 '이걸 참아야 해, 이걸 안고 있어야 해'라는 말의 뜻이 연기를 더 잘할 수 있었음에도 훗날 멋진 그림을 위해, 극대화된 성장의 폭을 위해 일부러 훌륭한 연기력을 참고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사극 톤과 어울리지 않는 발성, 경직된 표정 등 그를 둘러싼 연기 논란은 극 초반 아쉬운 시청률의 주요 원인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을 정도로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의도된 것이라 느끼기도 어려웠다. 때문에 '사극의 왕'으로 불리는 최수종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엔 중량감이 떨어져 대하사극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겠냐는 업계의 지적이 나왔다.
부족함을 인정하고, 더 나은 연기를 위한 노력을 다짐해야 할 인터뷰에서 그는 참고 있었다는 식의 예상치 못한 답을 했다.

김동준은 본지 기자가 언급한 '금쪽이' '현쪽이'에 대한 아쉬움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차기작에서 극중 인물의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인물 자체로 불려진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김동준이라는 사람 자체가 그 인물이라는 이야기이지 않나. 차기작은 크기에 상관없이 많은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대부분의 답변에서 느껴졌던 건 '아이돌 출신' 배우답다는 것이었다. 통상 아이돌 활동을 했던 배우들은 인터뷰에서 "~인 것 같아요. ~한 것 같아요. 너무 즐겁고 좋았어요. 서로 응원해주는 사이에요. 너무 많은 걸 배웠어요" 등과 같은 형식적인 답변만을 일관되게 내놓기 때문. 확실하고 정확한 답변 대신 빙빙 돌려 말하며 수박 겉핥기 식의 대답만 한다.
김동준은 벌써 연기 13년차다. 캐릭터의 성장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된 연기였다 하면, 이를 어색하지 않게 보여주는 게 연기자의 역량이다. 보는 이는 연기력 논란인데, 스스로는 의도된 연기였다고 한다면 아전인수격 해석에 불과하다. 차기작에서는 처음부터 성장한 연기를 보여줘야 할 상황에 스스로 들어간 꼴이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