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 김숙흥 역, 배우 주연우 인터뷰

'거란다죽인다맨'이라는 수식어로도 불리는 주연우는 다소 앳된 얼굴 뒤에 꺾이지 않는 곧은 심지와 본국의 백성들을 위한 마음으로 똘똘 뭉친 진정한 장수이자 장군을 표현해낸다. 1009년(고려 목종 12년, 현종 즉위년)부터 1019년(고려 현종 10년)의 시대적 배경을 그리는 '고려 거란 전쟁' 안에서 시간적 격차를 줄이는 인간적인 얼굴로 단숨에 몰입을 하도록 한다.
특히, 사료로 남아있는 '김숙흥 장군과 양규 장군이 거란군으로부터 맞서 싸우다가 고슴도치처럼 화살을 맞아 전사'하는 16화의 에피소드는 숭고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 마치 김숙흥 장군의 단단한 내면을 품은 듯, 인터뷰 내내 자신만의 중심을 바로잡고 연기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짙게 배여있다는 느낌을 받은 배우 주연우의 다음 발걸음은 어떨까.

실존 인물이기도 한 김숙흥 장군을 구현하기 위해서 역사적 사료도 찾아봤지만 자료가 많지 않아서 여백에서부터 시작했다는 주연우. 그는 "대본에 나온 김숙흥 장군님을 표현한 대사들과 상대 배우의 대사들 안에서 대본에 집중했다. 장군님을 표현하도록 한발 한발 다가갔다. 자료 중, 양규 장군님과 김숙흥 장군이 고슴도치처럼 화살을 맞아 전사하신 엔딩 지점을 생각하며 만들어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4화에서 주연우의 매력이 물씬 묻어난다. 고려 군사들이 거란군에 대비해 밤잠도 자지 않고 혹독하게 훈련하는데, 이때 군사들이 잠을 자고 싶다고 투덜거린다. 김숙흥 장군은 "잠은 거란군 다 죽인 다음에 잘 것이다"라는 대사를 내뱉으며 '거란다죽인다맨'라는 호칭으로도 불리고 있다. 이에 주연우는 "그 대사는 대본에 그대로 나와 있었다(웃음) 연기를 할 때, 현장에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성향이 많다. 순간순간에 대입하면서 일상에서 다른 모습이 있듯이 현장에서 캐릭터를 만드는 부분이 있다. 상대가 잘 표현을 해주었기에, 저 친구를 잠을 깨워줘야겠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라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양규 역의 배우 지승현과의 연기 호흡에 관해선 "현장에서 보여주시는 애티튜드를 많이 배웠다. 꼭 OK 사인이 들리면, 박수를 두 번 치신다. 사실 별거 아니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은연중에 좋은 에너지가 나오지 않나. 어느 날 나도 같이 치고 있더라. 신마다 진정성으로 표현하시는 모습을 너무나도 흡수하고 싶었고 존경심이 생겼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2023년 연기대상에서 지승현 배우와 베스트 커플상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 강감찬 장군 역의 배우 최수종과 현종 역의 배우 김동준에게 돌아갔다. 지승현은 인터뷰를 통해 아쉬운 마음을 비치기도 했던바. 아쉬운 마음이 들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주연우는 "정말 솔직하게 상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 함께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나도 지승현 선배 인터뷰를 찾아봤는데, 많이 아쉬워하셨더라. 따로 연락을 드리지는 않았지만, 인터뷰 글을 보면서 '좋아요'를 눌렀다(웃음)"이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해당 장면에서 김숙흥 장군은 화살을 맞은 양규 장군을 향해 다가가려고 하지만, 끝내 이동하지 못하고 울부짖는다. 처음에는 "도승검사"라고 부르다가, 이내 "형님"이라고 목놓아 부르는 모습은 '고려 거란 전쟁'의 명장면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주연우 역시 "나도 '형님'이라고 부르는 부분에서 많이 울었다. 마지막 방송을 지승현 선배와 같이 시청했었다. 실제로 김한솔 감독님이 몇 개월 전부터 '마지막에 죽는 상황에서 고민해보세요'라고 말을 해주셨다. 혼자 많은 상상을 해봤다. 지승현 선배와 사적으로 이야기하다, '형'이라고 부르라고 하셨는데 작품이 끝나고 그 호칭으로 부르겠다고 했다. 어쩌면 김숙흥 장군도 양규 장군이 죽는 모습을 봤을 때, 형님이라는 단어로 부르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고이고이 그 마음을 간직하다가 현장에서 감정을 터뜨린 것 같다"라고 답변했다.

2018년 tvN '복수노트 2'로 데뷔한 주연우는 '어? 이 배우가 저 배우야'라는 말을 자주 들을 정도로 캐릭터마다 작품마다 늘 신선한 얼굴로 등장한다. 한동안은 '고려 거란 전쟁'의 김숙흥 장군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지만, 앞으로 배우로서 듣고 싶은 수식어가 있느냐는 물음에 주연우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수식어는 딱히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연기의 매력은 어떤 생명을 만들어가는 지점에서 있는 것 같다. 시간이 흘러도 그때의 그 친구는 화면 속에서 살아있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라고 차분히 자신의 신념을 언급했다. 2024년을 시작하며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눈앞에 있는 것들을 잘 마무리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는 주연우는 "1월 초에 '스터디 그룹'에 들어갔다. 지금 맡은 캐릭터를 잘 표현해서 잘 전달이 되면 좋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필모그래피 안에 '고려 거란 전쟁'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느냐는 물음에 주연우는 이렇게 답변했다. "제 인생에서 중요한 한 챕터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지 않을까요? 첫 사극이고, 첫 제안이고, 처음으로 실존 인물을 표현한 순간이었기에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순간까지도 못 잊을 것 같아요(웃음)"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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