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영화 '올드보이'(2003) 데뷔, 20년차
짝사랑남의 정석 보여준 유연석
선과 악을 공존하는 연기
짝사랑남의 정석 보여준 유연석
선과 악을 공존하는 연기
'운수 오진 날'에서 유연석은 그간 보여준 부드럽고 상냥한 미소 대신 섬뜩하다는 표현이 절로 나오는 연쇄살인마 사이코패스 금혁수라는 인물로 탈바꿈한다. 서사 구조상 한정된 공간인 택시 안에서 대부분의 사건이 펼쳐지기에 지루할 법하지만, 금혁수는 연신 키득거리며 오택에게 살인 무용담을 펼쳐놓거나, 부채의 앞뒷면처럼 빠르게 감정이 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는 '운수 오진 날'의 시청을 멈추지 못하게 만들었으며, 그 중심에는 배우 유연석이 있다.
어느덧 데뷔 20년 차를 맞이한 유연석은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2003)를 시작으로 연기 경력을 시작했다. 배우 유지태의 아역 이우진 캐릭터로 스크린에 얼굴을 비춘 유연석은 짧게 깎은 밤톨 머리에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한 소년의 모습이었다. 극 중에서 친누나인 수아(윤진서)와 묘한 감정을 나누던 사실이 학교에 퍼지며, 수아는 다리 아래로 뛰어내려 자살한다. 이때, 우진(유연석)은 수아의 팔을 붙잡으며 눈물 콧물을 다 쏟으며 죽지 말라고 처절하게 애원하는데, 유연석은 신임임에도 불구하고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압도적인 무게감을 만들어낸다.
빌런 이미지로 굳어질 뻔한 유연석의 연기 인생 터닝 포인트가 된 것은 바로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속 성나정(고아라)을 짝사랑하는 지고지순 순정파 야구선수 칠봉이 역을 맡고 난 이후부터였다. 야구 선수로서 재능과 실력을 넘치지만, 사랑 앞에서는 자꾸만 풋내기가 되어버리는 칠봉이는 왠지 모를 애잔함을 남기기도 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야구선수 요기 베라의 말처럼, 칠봉이는 같은 자리에서 성나정을 향해 묵묵히 공을 던졌다.
물리적으로 다가설 수 없는 거리에 있었던 '미스터 션샤인'의 구동매와 달리, 드라마 '사랑의 이해'(2022)에서 유연석이 맡았던 하상수는 같은 은행 안에서 근무하는 안수영(문가영)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힐 수 없었던 순간들을 현실적으로 묘사했다. 특히, 안수영과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까지 뛰어가다가 우뚝 멈춰선 뒤 돌아섰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장면은 '왜 유연석인지'를 알려주는 장면임에 틀림없다.
지금의 유연석에게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은 건, 그저 '운수가 좋아서' 만들어진 것들이 아니다. 그의 작품들만 보면 알 수 있듯, 치열하게 고민하며 캐릭터를 연구하던 모든 순간들이 쌓여 지금의 유연석이라는 배우가 만들어졌다. 올해 데뷔 20년차를 맡은 배우 유연석의 앞으로 20년은 또 어떨지 기대되는 바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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