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가장 내밀하고 뒤틀린 욕망과 누군가를 향한 증오는 본래의 형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괴상하고 기이하다. 분명 감정의 불씨가 피어난 지점이 있을 테지만, 어느 순간 원인불명의 알 수 없는 형태로 변질하고야 만다. 영화 '신체모음.zip'은 마치 감정의 민낯을 해부하고 신체조각들로 감정의 이음새를 만든다.
영화 '신체모음.zip'은 사이비 종교 단체를 잠입 취재하는 막내 기자 '시경'(김채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삼아 신체 조각에 관한 6개의 에피소드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이뤄져 있다. 교인들은 어디선가 구해온 신체조작을 제물로 바치고 자신들이 원하는 소원을 빈다. 에피소드 '토막'(감독 최원경), '악취'(감독 전병덕), '귀신 보는 아이'(감독 이광진), '엑소시즘.넷'(감독 지삼), '전에 살던 사람'(감독 김장미), '끈'(감독 서형우)로 구성되는 영화는 옴니버스 형식을 빌려 재미를 더한다.

2부 에피소드 '귀신 보는 아이'는 주인공 준호가 귀신을 본다는 이유로 인해 괴롭힘을 당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영화는 '보는 것'을 큰 키워드로 삼아 그동안 보지 못하던 것의 경계를 허문다. 준호를 괴롭히던 아이들은 귀신을 한번 보자고 장난삼아 말하고, 이후 그들은 어둠 속에서 잔혹한 숨바꼭질을 하게 된다. 눈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았던 결과물은 편견으로 물든 눈을 뺏어가는 처참한 결과를 낳는다.

공통점이 있다면, 이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이거나 서로를 믿지 못하고 참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인다는 점이다. 인간의 가장 약하고 악한 감정을 매개로 신체를 수집하는 행위는 우리의 가장 어두운 단면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 같다. 특히나 중심 이야기가 되는 막내 기자 시경의 잠입 취재는 다른 에피소드를 모두 압축한, 증오가 피어오르는 시작과도 같다. 선배 기자의 무차별적인 폭언과 신도들 사이에서 혼란함을 겪는 시경의 감정 변화는 5개의 에피소드를 이어주는 커다란 가지가 된다. 무엇보다도 신도들이 선물을 바치고 실체를 알 수 없는 '아버지'의 육신을 위해 기도를 드리는 장면은 소름이 끼친다. 한자리에 모인 이들이 토해내는 말들의 근원이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깨진 조각들인 탓이다.

물론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작품상을 수상할 만큼, 신선한 아이디어로부터 도약한 '신체모음.zip'의 섬세한 연출력은 이음새 부족을 메꿔준다. 공포영화의 불모지와도 같은 한국에서 기존의 법칙에 벗어난 좋은 시도였다는 평가를 주고 싶다.
영화 '신체모음.zip' 8월 30일 개봉. 러닝타임 104분. 15세 관람가.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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