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이프덴' 엘리자베스 역 정선아 인터뷰

정선아는 2021년 1살 연하인 사업가와 결혼, 지난해 득녀했다. 정선아에게 '이프덴'은 출산 후 뮤지컬 복귀작이다. 정선아는 첫 무대 복귀작으로 왜 '이프덴'을 선택했을까. 그는 "이전에 제가 캐릭터가 있거나 강한 작품을 보여드렸다. 많은 분이 사랑해주시는 글린다나 암네리스 등 특별하고 화려한 모습을 보여줬다. 저도 많은 선택과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니까 용기가 많이 생기더라. 안 해 본 길을 개척해서 가보자는 마음이었다. '이프덴' 안에는 임신, 출산을 겪는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안 하면 누가 하냐?'는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개막 후에 한 달 간 관객과 만난 정선아다. 그는 "개인적으로 행복한 공연을 하고 있다. 누구나 자기가 하는 공연이 다 행복하다고 하겠지만, 오랜만에 복귀라서 많은 걱정을 했다. '예전만큼 사랑을 못 받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당연히 했다. 무대에 서니까 좋더라. 이 시기에 이 작품이 저한테 온 게 참 행운"이라며 웃었다.
정선아는 복귀 전 어떤 걱정을 했었을까. 그는 "이 공연을 올리기 전까지 걱정했다. 체력이 확실히 다르더라. 제가 자연 분만을 했는데 22kg가 증량했다. '여배우로서 내가 어떻게 살을 뺐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 '아이를 낳고 22kg씩이나 쪘네', '뺄 수 있겠지?' 이런 생각을 했다. 아이를 낳으면 빠진다고 하더니 아니더라. (출산 전) 혹독한 다이어트도 했었다"고 털어놨다.

정선아는 "저는 임신 5~6개월까지 일 했다. 그 뒤로 시간이 안 가더라. '이프덴' 2막에서 나오는 리즈처럼 욕도 해보고 나 스스로 '일해야지 사는데, 너 때문에'라면서 아이를 미워도 해봤다. 몸이 커지니까 자존감이 많이 무너지더라. 제가 원래 마른 체질은 아니었지만, 운동하면서 열심히 살을 뺐다. 내가 어떻게 뺐는데, 임신하고 22kg가 쪄서 70kg가 넘어가더라"며 "이 작품은 놓칠 수 없었다. '정선아 인생에 딱 맞는 작품이라 몸에 찬 바람이 들어와도, 몸이 시큰해도 이 작품을 꼭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더라. 아이 낳고 빨리 회복을 위해서 운동도 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프덴'을 복귀작으로 선택하고, 다이어트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지만, 또 다른 어려움도 있었다고. 정선아는 "연습할 때 분량 때문에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정말 많이 울었다. 아이를 낳으니까 기억력이 안 좋아지더라. 특별하게 좋지도 않았지만"이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또한 "연습하면서 좋은 작품을 만났지만,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지', '미쳤나 봐, 왜 했지' 등과 같이 울다 웃어서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나머지 연습을 안 하면 못 쫓아갈 정도로 '공연 어떻게 올리지?', '대사를 외울 수 있나?'는 생각이 들더라. 암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과거 '비혼주의자'였던 정선아는 자기 생각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저는 원하지 않았던, 원했든 배우로서 제 인생이 어느 길로 잘 가고 있는 것 같다. 저는 결혼 생각도 없었다. (결혼 생각이) 없는 사람이 참 빨리 가는 것 같다"며 "비혼주의자였다. 아이를 그렇게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아이를 그렇게 예쁘다고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나도 모르게 길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개척해 나가니까 그 자리에 딱 핏 되는 사람이 되더라. 저도 이 길을 걸어오면서 엄마에 대한 생각을 전혀 못 했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배우의 깊이가 넓어진 것 같다"고 했다.
2022년 뮤지컬 '렌트'로 데뷔한 정선아는 지난해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20년간 뮤지컬이라는 한 우물만 판 그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정선아는 "뮤지컬 10년 하니까 슬럼프가 오더라. 10년이라고 해봤자 고작 서른이었다. 내가 꿈꾸던 장래 희망, 꿈을 직업으로 삼는 게 감사하고 행복하다. 저는 빨리 꿈을 이뤘기 때문에 행복했지만, 공허한 느낌이 들더라"며 "배부른 소리겠지만 그때는 그랬다. 왜 그런지 모르겠더라. 일도 잘되고 좋았다. 그냥 문제 될 게 없었고, 감사한 걸 몰랐다"고 말했다.

'이프덴'을 하면서 정선아에 대한 대중의 평가도 달라졌다. 정선아는 "예전에 '정선아 잘한다', '노래 저렇게 잘해야지'라는 반응이었다면, 요즘은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아이를 낳은 후 우울하고 힘들었는데 나와 같은 연기를 한 배우를 보니 공감되고 위로받았다'는 후기가 많더라. 자기를 대입해서 공감하고 울고 웃었다는 말을 많이 해주더라. 이 작품이 주는 메시지의 힘이 있구나 싶었다. 내가 잘 선택했다는 또 다른 기쁨이더라. '정선아 잘한다'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큰 욕심은 없다는 정선아. 그리고 소속사 이적과 출산, '이프덴'으로 인생 제2막을 맞았다. 그는 "새로운 출발인 것 같다. 저의 인생도 아이 엄마로서도 새로운 시작이다. 갓 데뷔한 느낌"이라면서 "내가 들려주고 싶은 걸 잘 전달하는 책임감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예전에는 '짧고 굵게'가 인생 모토였다. '인생 뭐 있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니다. '얇고 길게' 살면서 사랑받고 인간미 버리지 않고 즐겁게 공연하면서 사랑도 주고 기쁨도 주고 동료들과 행복하게 공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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