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예의 시네마톡≫
대한민국 최초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 '영웅'
'쌍 천만' 윤제균 감독의 빛나는 도전
대한민국 최초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 '영웅'
'쌍 천만' 윤제균 감독의 빛나는 도전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영화 이야기를 전합니다. 현장 속 생생한 취재를 통해 영화의 면면을 분석하고, 날카로운 시각이 담긴 글을 재미있게 씁니다.
영화 '영웅'(감독 윤제균)은 특별하다. 완성도나 스토리를 말하기 앞서 부각되는 것은 도전정신. 한국 최초의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라는 타이틀은 결과와 상관없이 기록될 만하다.
'해운대'(2009), '국제시장'(2014)'을 통해 한국 최초 '쌍천만' 감독에 오른 윤제균 감독은 안정보다는 도전을 선택했다. '영웅'은 20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첫 막을 올린 국내 창작 뮤지컬 '영웅'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애국심을 자극하는 안중근의 이야기가 뮤지컬로 만들어졌고, 이 뮤지컬은 다시 스크린에서 재탄생했다. 안중근의 거사 과정이 무대에서 벗어나 더 많은 사람에게 와닿을 수 있게 된 통로가 생긴 셈.
시각과 청각 그리고 리듬이라는 감각이 중첩될 때 사람들의 이야기는 기억이란 이름으로 뇌에 각인되기 마련이다. 한국인이라면 안중근의 독립운동은 기억에 남길만한 얘기다. '흥행 감독' 윤제균이 익숙지 않은 뮤지컬 영화에 도전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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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작은 뮤지컬 넘버를 '라이브', '원테이크'로 촬영하겠다는 결심이었다. 그러나 라이브-원테이크 상황에서 연기와 가창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OK컷이 나오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라이브 현장 녹음을 위해 한 겨울 패딩도 입을 수 없고 바닥은 담요를, 신발은 헝겊으로 감싸야 했던 고충을 감수했다. 한 스태프가 참지 못한 기침 탓에 정말 잘 나온 테이크를 다시 찍어야 했다. 스태프들은 미세한 소리도 새어나오지 않는 촬영 조건을 유지해야했고, 배우들은 자연스러운 연기와 감정 섞인 가창을 동시에 해내야 했다.
여러 번의 재촬영이 계속됐다. 심지어는 OK컷이 나온 이후에도 재촬영, 재재촬영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윤제균 감독은 안중근(정성화 분)이 사형대 앞에서 부르는 넘버 '장부가'의 경우 "OK 촬영 이후 편집하다가 아쉬움이 생겨 다시 찍었고, 그 후 일주일 뒤 또 한 번 불러 재재촬영했다"며 "총 테이크를 합치면 30번 이상 부른 거 같다"고 말했다. 조마리아(나문희 분)가 부른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는 처음엔 서대문 형무소를 걸으며 찍었다가, 이후 집에서 안중근의 배냇저고리를 안고 부르는 것으로 다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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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초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 '영웅'은 이렇게 탄생했다. 윤 감독은 누구도 간 적 없는 '영웅'의 길을 걸었다. 사형을 기다리면서도 적어 내려가던 '세계 평화론'이란 정신이 영화를 통해 넓은 세계로 퍼질 수 있다면 하늘나라에 있는 안중근 의사도 또다른 '영웅'을 보며 웃고 있지 않을까.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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