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 속 이민자 가족 4대의 이야기
윤여정 "자이니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돼…가슴 아팠다"
"아카데미 수상, 나이 들어 받아서 다행"
진하 "나와 내 가족 이야기 할 기회 빨리 찾아와"
"윤여정과 연기, 영광"
윤여정 "자이니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돼…가슴 아팠다"
"아카데미 수상, 나이 들어 받아서 다행"
진하 "나와 내 가족 이야기 할 기회 빨리 찾아와"
"윤여정과 연기, 영광"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파친코'는 선자라는 여성을 중심으로, 4대에 걸친 한국인 이민자 가족의 대서사시를 그린다. 18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파친코'에 출연한 배우 윤여정과 진하를 만났다. 16살 소녀일 적 선자는 부산 노천시장에서 마주친 남자 한수에 매료되고, 그의 아이를 갖게 된다. 나중에 한수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선자네가 운영하던 하숙집에 머물던 목사 백이삭의 도움으로 선자는 백이삭과 결혼하며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일본으로 건너간다. 윤여정은 노년의 선자를 연기했고, 한국계 미국인 진하는 선자의 손자 솔로몬 역을 맡았다. 일본 내 한국인 이민 가정에서 태어나 유아기를 일본에서 보낸 솔로몬은 차별을 피해 청소년기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내가 예전에 미국 남부의 어느 조그만 동네에 살았어요. 내가 그렇게 사교적인 사람도 아니고 직장도 안 다니고 영어도 잘 못하니까 미국 친구들이 절 많이 도와줬거든요. 그래서 그때 나는 인종차별주의를 못 느꼈어요. 그런데 우리 아들, 그리고 진하 배우 세대가 많이 느끼는 것 같았어요. 나는 얘들이 '국제 고아' 같다고 생각해요. 한국에도, 미국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느낌이요. '미나리' 할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나는 아이작(감독)을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으로 했어요. 다 내 아들 같아서요. 이 작품이 '인터내셔널 프로젝트'라서 참여한다? 그런 마음은 없어요."(윤여정)
"의미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좋은 경험이었어요. 제가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살아가며 (캐릭터와) 연결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돌아가신 할머니가 일제강점기 때 태어나셨어요. 아버지는 일본어를 공부해서 유창하게 하고 가족들 중에 일본어를 잘하는 가족들도 많아요. 일부는 강제적으로 일본어를 해야 하는 상황을 겪기도 했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역사를 미국 TV쇼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게 특별하고 영광스러워요. 언젠가 저와 제 가족 이야기를 연기해보고 싶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기회가 올지 몰랐어요."(진하)

"저는 자이니치(재일조선인)라는 단어에 부정적 뉘앙스가 있는 줄 알았어요. 우리가 독립하자마자 6·25 전쟁이 나면서 정부가 한국에 있는 국민들을 먼저 구제하려다보니 해외동포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는 상황이 일어난 거죠. 그렇게 자이니치는 한국에서도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어딘가에 동떨어지게 된 겁니다. 극 중 제 아들인 모자수를 연기한 배우가 자이니치에요. 자이니치에는 재일동포지만 한국인으로 산다는 뜻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자이니치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자부심을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이번에 배우고 작품을 찍으면서 가슴 아팠어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전 자이니치도 아니고 일본어도 못하지만 솔로몬에 많이 공감했어요. 미국에서 아시아계로 살아간다는 경험이 솔로몬을 더 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죠. 연기는 공감하고 모든 것에 마음을 열어두고 인류애를 깊이 생각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진하)

"아카데미 수상 후에도 달라진 건 하나도 없어요. 똑같은 친구와 놀고 똑같은 집에 살아요. 하하. 하나 감사한 건 내가 나이 들어서 상을 받았다는 겁니다. 나도 나이 드는 게 싫은 사람인데 내 나이를 감사해보긴 처음이에요. 내가 30~40대 때 받았다면 기분이 둥둥 떴을 거예요. 상을 받는 건 기쁘지만 상이 나를 변화시키진 않아요. 저는 저로 살다 죽을 겁니다. 하하."(윤여정)

이에 윤여정은 "나는 촬영할 땐 진지하지만 다른 때도 그 장면에 대해서 얘기하고 토론하는 건 힘들다. 그냥 웃고 싶고 릴렉스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배우들은 쉬는 시간에도 감독과 토론하고 그러는데 나는 연기는 토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연기론을 쓰든지 그래야 된다. 나는 그런 건 싫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날 좋아하고, 또 그래서 날 싫어한다. 그게 세상 사는 거 아니겠나"라며 톡톡 쏘는 입담으로 웃음을 안겼다.
윤여정과 진하는 경계와 편견 없이 대서사시에 담긴 '우리 이야기'를 봐달라고 부탁했다.
"장대한 이야기를 한 가족을 쫓아가며 하는 겁니다. 각색을 했으니 원작 소설과는 또 달라요. 저는 보고 만족했어요. 봉준호 감독의 말마따나 1인치 장벽을 넘으면 많은 얘길 나눌 수 있지 않겠어요? 우리가 더 많은 얘길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윤여정)
"우리에 대한 이야기, 우리를 위한 이야기를 계속해 나가는 기회가 있길 바랍니다."(진하)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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