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 감독의 '미나리'
감독의 경험 바탕으로 써낸 이민자의 이야기
스티븐 연 "영화와 실제로 비슷한 경험했다"
한예리 "할리우드 진출? 거창한 말"
감독의 경험 바탕으로 써낸 이민자의 이야기
스티븐 연 "영화와 실제로 비슷한 경험했다"
한예리 "할리우드 진출? 거창한 말"

23일 오후 온라인을 통해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부문 영화 '미나리'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갈라프레젠테이션은 거장 감독의 신작 또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화제작을 초청한 섹션이다. 리 아이작 정 감독(한국명 정이삭)과 배우 스티븐 연은 미국 현지에서 온라인을 통해 화상으로 연결했고, 배우 윤여정과 한예리는 현장에 참석했다.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미국 아칸소주(州)의 농장으로 건너간 한인가정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를 연출한 정 감독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영화에 자신의 경험을 녹여냈다.
정 감독은 "이 영화의 대본 작업을 했을 때 윌라 캐더의 '마이 안토니아’라는 책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 이야기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작가가) 자신의 기억에 대해 진실하게 다가가려는 것이었다. 뉴욕에서 살면서 이 책을 쓸 때 이 이야기가 얼마만큼 실제 삶과 같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한 "윌라 캐더가 했던 것처럼 내 기억을 진실하게 되돌아보려 노력했다. 1980년대 내 기억들의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이를 되짚어봤다. 대부분 이야기가 실제로 우리 가족에 겪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과정을 통해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픽션으로 만들었다. 나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실존 인물에서 영감을 받은 캐릭터들이 나왔고, 배우들이 각 캐릭터를 연기하며 새롭게 창작해냈다"고 덧붙였다.

한국계 미국인 배우인 스티븐 연 역시 영화의 많은 부분에 공감했다. 그는 "우리 가족은 캐나다를 거처 미국 미시건으로 갔다. 서부의 한적한 곳에서 살았다"며 "비슷한 내 경험들이 영화에 녹아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민을 해서 산다는 것은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다. 세대, 언어, 문화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며 "정 감독이 만든 내용을 보면서 공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 감독은 진실하고 정직하게 이야기를 만들면서 배우들에게 자신을 투영할 수 있는 많은 공간을 줬다"고 덧붙였다.
스티븐 연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면서 내가 어느 곳에도 속해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중간 갭에 끼어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가족들이 더 결속한 것 같다"며 이민자로서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제이콥 캐릭터에서 자신과 자신의 아버지 모습을 봤다고 했다. 그는 "제이콥은 나와 아버지의 내외면과 닮아있다. 살아내기 위해 녹록치 않은 현실을 이겨낸다. '아케리칸 드림'이라는 얘길 하는데 우리 아버지가 이런 걸 추구하면서 미국에 왔을 거라는 동기 같은 걸 이해할 수 있었던 계기였다"고 말했다.
스티븐 연은 이번 영화의 제작에도 참여했다. 그는 "미국인의 관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며 "우리의 진실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우리가 아는 우리 한국인의 모습을 전하기 위해 필름 메이킹의 전 과정에서 컨트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제작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한예리 역시 "감독님 인상이 좋았다. 제가 영어를 잘 못하는데도 감독님과 소통이 잘 될 것 같다는 이상한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적인 부분이 가장 많은 인물이 모니카라고 생각했다. 엄마, 이모, 할머니 등 주변에서 많이 봤던 모습이 모니카 안에 있었다. 감독님과 어떻게든 모니카를 만들어 볼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미국에서의 경험은 없지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한예리에게 이번 영화는 외화 첫 주연작이다. 한예리는 "할리우드 진출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기사가 나서 좀 부담스러웠다. 왜 이렇게 거창하게 기사가 났나 생각했다"며 쑥스러워 했다. 윤여정 역시 "할리우드는 가보지도 못했다. 시골에서 찍었다. 그렇게 쓰지 말아 달라. 할리우드 못 갔다"며 웃었다.
배우들은 촬영 당시 합숙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윤여정은 "기숙사 같은 데서 합숙하면서 다 같이 대본 얘기만 했다. 우린 정말 패밀리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제8회 미들버그 영화제에서 앙상블 어워드상(배우조합상) 수상을 언급하며 "그 사람들이 영화를 잘 본 거 같다고 했다. 우리가 정말 가족이었지 않나"고 말했다.

이번 영화는 선댄스 영화제 수상 후 아카데미상 주요 후보로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정 감독은 "'기생충'의 수상을 보고 미국 관객들이 더 많은 영화를 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적 콘텐츠가 일반 미국 관객들에게 소구되는 것 같다. 비단 영화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다른 콘텐츠들에 대한 반응을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여정이 아카데미 조연상 후보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윤여정은 "저도 잘 몰랐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는 "곤란하게 된 게 식당에 갔는데 어떤 아저씨가 축하한다고 하더라. 아카데미 조연상 후보에 올랐다고. 아니라고 했다. 아직 '후보에 오를지도 모르는 상황'인 거다. 만약 못 올라가면 나는 못 탄 게 되는 거 아니냐"며 웃었다.

스티븐 연은 "관객 입장에서는 각자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제가 이 영화를 하면서 배우로서 더 배우게 됐다. 우리는 서로가 다 연결돼 있고 서로 없인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언어나 물리적으로 서로 배려하며 세대 간 이해와 소통을 할 수 있는 힐링 포인트가 되길 바란다"며 영화에 담은 메시지를 전했다.
한예리는 "감독님과 스티븐 연, (영화에 출연한) 두 아이 모두 왔으면 좋을 텐데 못 와서 속상하다. 한편으로 영화제가 지속돼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가 빨리 정리돼야 '미나리'도 많은 관객들에게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하루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치열하게 찍은 영화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인사를 전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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