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경기 전에는 시범경기가 있었는데요, CGV 무비꼴라쥬 관객 프로그래머 연합이 영화 팀과 맞대결을 펼쳤습니다. 문제를 맞출 때마다 영화 관람권을 획득해서 기부하는 행사지만, 일단 승부가 펼쳐지면 지기 싫은 것이 인지상정. 김태우 씨의 닦달과 집착에 힘입어 조성규 감독과 예지원 씨가 최선을 다해 문제를 풀어 보이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었습니다. 말이 식전 행사지 이게 사실은 출제 유형과 풀이 방식의 브리핑이란 말이죠. 문제 풀이 시간은 15초, 화면과 음성 동시 제공 되며 사진 자료 역시 주어집니다. 그리고 주최측이 진행하는 행사나 배급한 신작 영화들을 꼼꼼히 정리하면 초반 승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습니다. 본선 경기는 소위 말하는 ‘골든벨’ 형식으로 치러지며, 최후의 3인이 남을 때까지 계속 진행 됩니다. 이날 본선을 보면 말이죠, 3번째 문제에서 오답자 최초 발생! 7번째 문제에서 대거 탈락으로 탄식이 영화관을 가득 메우더니, 9번째 문제부터는 생존자에게 박수를 치기 시작하고 결국 12번째 문제에서 최종 3인이 결정 됐습니다. 진행자들은 생각만큼 치열하지 않아서 당황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는데 사실 어마어마한 고수가 마스크를 쓰고 앉아서 참가자들을 하나씩 떨어뜨리며 사망유희 영퀴 배틀을 시전 했어도 볼만 하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포기는 이릅니다. 찍은 답을 바꿔주고 바꿔주고! 확실히 아닌 걸 지우고 남은 보기가 통통통통! 객관식 시간이 지나서, 주관식으로 접어듭니다. 첫 문제부터 참가자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데요, 아니! 이게 어찌 된 일인가요! 2번 참가자 결심한 듯 적기 시작하는데 (ㅠ_ㅠ)가 등장했어요. 과 안냐 마냐니! 떠올려야 합니다! 3번 참가자 파졸리니 감독인 것 까지는 알았는데 영화 제목을 틀려버렸네요. 으아아아! 아깝습니다! 이렇게 주관식 문제를 풀 때는 몰라도 일단 뭘 적을 줄 아는 스타급 센스가 필요합니다. 돈 빌려간 누구, 좀 값으라던가. 마음에 드는 참가자 번호를 써 본다거나 말이죠. 말씀 드리는 순간, 마지막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배점 50점! 아니 저건! 스크린에 빽빽하게 문제가 한바닥이에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을 만든 평론가는! 아아, 결국 누구도 정답 적지 못하고 역전에 실패. 객석에서 정답 ‘세르쥬 다네’가 3명이나 나왔네요. 100:1의 경쟁률을 뚫고 예선을 거쳐 다시 300명 중에 3인으로, 결국 운칠기삼의 정신과 영민한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준 2번 참가자가 오늘의 우승자로 결정되었습니다. LA 왕복 항공권과 연간 240회 영화를 볼 수 있는 프리패스가 부상입니다. 끝까지 객석을 지켜준 탈락자들에게도 추첨을 통해 영화 관람권 선물이 주어지네요. “관객이 주인공인 영화축제”라는 설명이 꼭 들어맞는 행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글. 윤희성 nine@
사진. 채기원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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