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 주요 사건은 미국 최상류층의 화려한 주택가를 중심으로 펼쳐지지만 그 세계만큼은 국내 시청자들에게 상당히 친숙하다. 재벌가, 복수, 불륜, 출생의 비밀, 기억 상실 등 흔히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 클리셰로 불리는 설정들이 모조리 버무려진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는 소위 ‘막장’으로 비판 받는 자극적 요소들이 치밀한 플롯과 다층적 캐릭터 안으로 흡수될 때 작품이 얼마나 흥미진진하고 매력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를 위해 그를 배신한 공모자들을 응징하는 딸의 전형적 복수극과 함께,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인물들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나는 입체적 플롯은 이 작품의 강점이다. 즉 아만다(에밀리 반캠프)의 복수라는 중심 플롯을, 그녀가 억만장자 에밀리 쏜으로 변신한 사연이나 그레이슨 가의 여왕 빅토리아(매들린 스토우)의 비밀 같은 흥미로운 서브 플롯들이 탄탄하게 떠받치며 풍성한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다.
또한 4회까지 매회 공모자들을 하나씩 제거해나가는 빠른 전개로 이목을 붙든 드라마는 5회부터는 조금씩 드러나는 사연으로 캐릭터들의 내면을 깊이 파고 들어갔으며, 8회부터는 다시 주요 인물 한명의 죽음과 비밀의 열쇠를 쥔 새 인물의 등장이라는 강한 갈등 위주로 되돌아온다. 예컨대 아만다와 신분을 바꿔 준 ‘진짜’ 에밀리는 9회에서 아만다의 과거를 자신의 현재로 삼아 햄튼에 남으며 이야기에 새로운 긴장을 불어넣었고, 아만다의 후원자 중 한 명인 사토시의 등장은 그녀의 과거에 대한 또 하나의 열쇠를 제공했다. 하지만 를 그냥 재미있는 복수극 이상으로 만드는 요소는 역시 인간을 선과 악의 경계에서 딜레마에 빠뜨리는 복수 자체에 대한 성찰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 자체로 인간의 양면적 속성에 대한 탐구와도 같은, 매 에피소드의 시작과 끝을 감싸는 아만다의 내레이션이야말로 놓쳐선 안 될 이 복수극의 알파요 오메가다.
글. 김선영(TV평론가)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