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내가며 애를 써 봐도 돌아가신 아버지와 이야기다운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없는 사람이라서요. 그래도 진로 결정이라든가 혼인 문제 같은 인생의 중대사는 허락을 얻는 절차를 거쳤을 법도 한데 도무지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면 그조차 단답식 대화에 그쳤던 모양이에요. 우리 아버지는 당신은 휘적휘적 앞서 가시고 저를 업은 어머니는 보따리를 들고 종종 걸음으로 뒤따르는, 전형적인 옛날 남자였거든요. 예전 우리네 아버지들은 왜 겉으로 자식 사랑을 드러내는 걸 점잖지 못하게 여기셨던 걸까요? 알고 보니 저희 시아버님도 다를 바 없으셨더라고요. 그러니 뭘 보고 듣고 배웠어야지 저나 남편이나 우리 애들에게 애정 표현을 제대로 하지요. 마음은 굴뚝 같아도 쑥스러워서 변변한 스킨십 한번을 제대로 한 적이 없이 데면데면 살아온 우리 가족, 그 댁과는 참 비교가 됩니다.
차태현 씨 가족을 보며 저를 돌아보았답니다

지난 해 차태현 씨가 SBS 에 출연해 처음으로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 놓았을 때 모두들 깜짝 놀랐죠. 담담한 어조로 아무렇지도 않게, 심지어 너털웃음을 지어가며 얘기하는 고통의 시간들이 너무 엄청나서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언제 봐도 밝고 유유자적한 모습들이 그런 심적 고통과는 한참 거리가 멀어 보였기 때문일 거예요. 힘들어도 워낙 표를 안내는 성품인지라 최측근만이 힘든 나날을 함께 했지 싶네요. 하지만 사는 동안 누구나 한번쯤은 겪게 되는 위기의 순간, 묵묵히 뒤에서 지켜주신 부모님이 많이 의지가 되었을 테죠? 아버님께서 말씀은 농담 삼아 “통장에 돈이 들어오지 않으니 알지. 하지만 교양 있는 부모 노릇을 하려면 표현 않고 기다려야지. 그게 참 어렵지”라고 하셨지만 그 아끼시는 아들이 마음의 병을 얻어 고생하고 있었으니 얼마나 가슴 아프셨을까요. 그러나 아버님은 한결같은 유쾌한 웃음과 긍정적인 마인드로, 어머님은 홀로 새벽 기도를 올리며 아들의 쾌유를 기원하고 계셨던 거죠.
토크쇼에서 급의 뭉클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난 주 KBS ‘1박 2일’에서 평소에는 심하다 싶게 지지리 운이 없던 차태현 씨가 저녁 복불복에서 이겨 푸짐한 조개 구이 한 상을 받는가 하면, 잠자리 복불복에서도 승리하고, 거기에 기상 미션에도 성공해 아침상까지 받는 모습을 보고 나니 마치 제 배가 부른 양 흐뭇하던 걸요. 아직도 완쾌를 위해 여러모로 노력 중이라는 차태현 씨, 이미 가족만으로도 부족함이 없으시겠지만 제 마음도 살짝 보태봅니다.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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