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POP의 흥행, AKB48을 필두로 한 걸 그룹의 대두. 최근 일본 음악 시장을 들썩이게 하는 이 두 바람 사이에 퍼퓸(Perfume)의 테크노 팝이 있다. 캡슐(capsule)의 나카타 야스타카가 프로듀싱한 이 그룹은 ‘데크노 가요풍 아이돌’을 콘셉트로 2005년 데뷔한 3인조 여성그룹이다. 단조로운 전자음을 쌓아가며, 세 멤버의 목소리도 이펙트로 변환해 합성하는 이들의 음악은 기존의 일본 아이돌 팝과는 확연히 다른 노선이다. 다소 기계적인 동작을 독특한 리듬감으로 녹여내는 안무 역시 눈에 띈다. 퍼퓸은 데뷔 초기 미지근한 반응에 고전을 겪었지만 2007년 이후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오리콘차트 1위, NHK홍백전 출연, 도쿄 돔 공연 등이 줄을 이었다. 그리고 캬리 파뮤파뮤가 나타났다. 캬롤라인 차론플롭 캬리파뮤파뮤(Caroline Charonplop Kyarypamyupamyu)의 줄임말을 이름으로 쓰는 이 여자 가수는 스무 살 독자모델 출신이다. 그리고 나카타 야스타카의 작품이다. 그녀는 패션지 < Zipper > < KERA > < HR > 등에서 주로 활동했고, 도쿄걸콜렉션, 코베콜렉션 등 젊은 여자들을 타깃으로 하는 패션쇼에 자주 섰다. 나카타 야스타카의 손에 의해 2011년 iTunes에서 데뷔곡 < PONPONPON >을 발표하기 전까지 캬리 파뮤파뮤는 사사키 노조미, 카리나 등과 함께 여고생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패션모델이었다.
하라주쿠 문화가 낳은 히트상품

캬리 파뮤파뮤는 확실히 퍼퓸과 동일한 음악적 뿌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다양한 문화 텍스트를 품고 있는 인물이다. 독자 모델과 패션지, 그리고 음악으로 대변되는 하라주쿠 문화. 여자 중고생을 중심으로 한 카와이 문화, 그리고 블로그와 유튜브, 그리고 트위터를 바탕으로 하는 인터넷 기반의 놀이터가 그녀를 하나의 문화 집결체이자 발신자로 만들었다. 캬리 파뮤파뮤의 무대는 일견 하라주쿠, 카와이를 테마로 한 각종 서브 컬쳐의 콜라주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카타 야스타카는 한 인터뷰에서 “유튜브에서 캬리 파뮤파뮤의 뮤직 비디오를 본 해외 팬들은 하나같이 하라주쿠와 카와이란 검색어로 영상 검색을 확장해나간다”고 했다. 확실히 그녀는 이상하다. 전신 타이즈를 입고 화보를 찍으며, 외계어에 가까운 단어들로 노래를 부른다. 일본판 레이디 가가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하지만 그녀가 가진 영향력은 지금 일본에서 무시하지 못한다. 첫 번째 싱글 는 3만 장이 넘게 팔렸고, 지난 5월에는 사진가이자 영화감독인 니나가와 미카와 함께 각자의 시선으로 도쿄 지도를 담은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무엇보다 여자 중고생들의 지지가 대단하다. 진중한 의미 따위 없어도 좋다. 귀여움이 행복을 만드는 세상. 어쩌면 지금 일본 여고생들에게 캬리 파뮤파뮤는 21세기의 록 스피릿이 아닐까. 괴상하면서도 귀여운 캬리 파뮤파뮤가 그려내는 일본 문화의 한 장이 흥미진진하다.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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