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사람들은 맥주를 참 좋아한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한 캔을 따고, 밥을 먹으며 또 한 캔을 따며, 목욕 후 잠들기 전에 마지막 한 캔을 딴다. 여기서 맥주는 반주를 넘어 일상 음료가 된다. 기린, 삿포로, 아사히 등 각종 음료 회사에서 판매하는 맥주는 종류만 30가지가 넘으며, 흑맥주, 논 알코올 등 시대에 따라 다양한 유행을 타기도 한다. 여름은 물론 일 년 내내 TV에 흐르는 맥주 CM은 평균 10여 편을 넘는다. 6월 2일과 3일 양일에는 도쿄 에비스에서 대규모 맥주 축제도 열린다. 올해로 15회째를 맞는 ‘재팬 비어 페스티벌 2012’는 일본 크래프트 맥주 협회(Japan Craft Beer Association)가 주최하는 맥주 애호가를 위한 잔치다. 라거, 에일, 흑맥주 등 기본적인 맥주의 종류는 물론 일본 각지의 독특한 풍미를 내세운 지역 맥주까지 총 240 종류의 맥주를 입장료 4900엔에 마음껏 마실 수 있다. 그저 맥주를 마시기 위한 자리로 꾸려진 이 페스티벌은 7월 오사카, 8월 나고야, 그리고 9월 요코하마로 향연을 이어간다. 5월 22일 오픈하는 도쿄의 새 상징 스카이트리에는 세계 150 종류의 맥주를 맛볼 수 있는 세계 맥주 박물관이 들어선다.
일본인의 소울 드링크, 맥주

기무라 타쿠야는 말했다. “일본의 성장은 맥주와 함께였다.” 2011년 TV를 탄 삿포로 맥주 CM의 한 대사다. 무슨 고작 술 하나에 나라의 역사를 들먹이나 싶지만 결코 과장은 아니다. 일본에서 맥주는 1980년대 경제 발전과 함께 축포의 음료였다. 그들은 서구에 아시아의 힘을 자랑하며 맥주를 마셨다. 신나게 샴페인을 터뜨리던 시절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일본의 거품은 아픈 현실을 드러냈다. 그리고 맥주는 하루의 피로를 푸는 회복제가 되었다. 퇴근 후 샐러리맨들은 맥주 한 잔으로 일과의 찌꺼기를 씻어낸다. 공장 노동자도, 오피스 레이디도, 취업 준비생도 하루에 구두점을 찍으며 맥주 캔을 딴다. 본래 주인이 누구였든 상관없다. 맥주에는 일본 나름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기억과 추억이 담겼다. 맥주의 계절 여름. 일본이 다시 맥주를 마신다. 슬픔, 기쁨, 아픔, 성공 모두와 함께 하는 술이다. 시대를 품은 술은 단순한 알코올을 넘어선다.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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