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사다코의 야구장 나들이는 사실 5월 12일 개봉하는 가도카와 제작 영화 의 홍보 일환이다. 1998년 영화 의 흥행으로 유명세를 타 이후 후속 영화와 관련 드라마 등에 줄기차게 등장하며 일약 일본 공포영화의 새로운 히로인이 된 사다코는 세기말 공포의 원류이자 아이콘이었다. 이승에 원한을 품고 ‘저주의 비디오’를 통해 세상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그녀의 역할은 매스 미디어와 대량 복제, 그리고 컴퓨터 네트워킹의 익명성이 낳은 어둠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스즈키 코지의 소설 을 원작으로 한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영화는 일본 공포의 전통적인 주제인 원한과 1990년대 시대상을 제유하는 비디오를 엮어 기존에 없던 공포물을 만들어냈다. 은 영화의 흥행은 물론 이후 J 호러의 붐을 이끌었고, 등이 후속편으로 제작됐다. 한국과 할리우드에서의 리메이크, 드라마와 책 등 장르를 오가는 패러디와 스핀오프는 이 세기말 공포의 뿌리를 적절히 잘 드러냈음에 대한 예시일 것이다.
사다코, 21세기 공포에 대한 가장 적절한 화자

사다코의 시구는 기발했다. 2D에서 3D로의 전환 그 자체였던 의 명장면을 3D 영화 제작으로 발전시킨 제작 아이디어 역시 단순하고 직접적이지만 적절하다. 사다코는 단순히 공포영화의 주인공을 넘어 한 시대를 풍미한 아이콘이었고, 무엇보다 매체를 바꿔가며 공포의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전염체다. 비디오에서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까지. 어쩌면 사다코는 미디어가 지배하는 21세기 공포에 대한 가장 적절한 화자가 아닐까. 모든 이야기는 화자가 필요하다. 도시전설이든, 기담이든 끊임없이 이야기를 확장시킬 주체는 그 이야기의 생명이다. 대부분의 블록버스터 시리즈들이 인기 캐릭터를 중심으로 볼륨을 키워나가듯 사다코 역시 저주의 사명을 받고 부활했다. 신 미디어의 망령이 지금 도쿄 중심을 뒤흔든다.
글. 정재혁 자유기고가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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