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이 말했다. “한국 오락 프로그램이 너무 재밌어서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설마 그럴까 싶지만, 요즘 오락 프로그램은 정말 심각할 정도로 재밌다. 공중파 TV에서는 몇 년째 장수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매너리즘은 커녕 더욱 더 웃음을 주고 있고, 여기에 케이블 TV는 Mnet 로 지상파를 위협하는 성과를 냈다. 가 뽑은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동시에 화려했던 2010년의 예능에 대한 정리이자 경배다. 또한 올 한해 예능에서 가장 뜨겁게 활약한 엔터테이너 10명과 예능을 빛낸 순간들도 함께 한다.

에서 ‘남자의 자격’까지

결선에서 군데군데 조악한 완성도를 보여준 의 인기가 “하나같이 매력적이던 탑11의 기적 같은 조합의 힘인지 프로그램 자체의 힘인지” 의아한 부분은 있다. 그러나 “‘지금, 여기’ 한국 사회의 욕망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 프로그램”(김선영)이 대중에게 엄청난 호응을 받은 것은 지금 예능의 한 경향을 보여준다. 이후의 리얼 버라이어티 쇼는 예능에 드라마의 스토리와 영화의 연출을 끌어들였다. 와 ‘합창단 특집’으로 “올 한 해 예능 프로그램이 해낼 수 있는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킨 ‘남자의 자격’은 여기에 음악을 더해 예능의 한계를 확장시켰다. 특히 출연자들이 자격증을 따고, 유기견을 맡아 기르면서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한 미션이 아닌 조금씩 자기 자신을 깨나가는 미션”을 한 이 프로그램은 “평균 나이 40의 남자들이 자신의 생활 안에서 조금씩 성장”(위근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내 삶을 돌아보게, 생각해보게 만든다”(정석희)는 점에서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새로운 영역을 발견했다. 와 ‘남자의 자격’은 기존의 쇼 바깥에서 또 다른 ‘리얼’을 찾아냈다.
새로운 형태의 예능에 대한 가능성

조영남, 윤형주, 김세환, 송창식이 함께한 ‘쎄시봉’ 특집과 이적, 장기하, 루시드폴, 장윤주의 ‘노래하는 괴짜들’에서는 토크와 노래가, 웃음과 눈물이 자연스럽게 교차한다. 리얼 버라이어티 쇼가 동일한 캐릭터로 긴 호흡 속에서 그들의 세계를 만들어낸다면, 토크쇼는 매번 바뀌는 게스트와 한 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할 수 있는 소재와 장르를 끝없이 넓히면서 희로애락과 기승전결이 담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는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시대에 대한 토크쇼의 대답이다. 또한 SBS 은 토크쇼에 춤, 노래, 개인기는 물론 때론 뮤지컬까지 보여주며 토크쇼와 버라이어티 쇼의 경계를 무너뜨렸고, KBS 과 Mnet 는 가수의 노래와 경력을 사소한 농담거리로 삼으면서 ‘라디오 스타’로부터 시작된 음악과 토크의 새로운 결합이 정착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토크쇼와 버라이어티 쇼의 바깥에서, KBS 과 KBS 라디오 으로 음악과 토크를 결합한 유희열 역시 새로운 형태의 예능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위기가 아닌 혁신을 위한 시작

그래서 유세윤의 행보는 올해 예능에서 가장 인상적인 퍼포먼스였다. 유세윤은 UV를 만들고, 뮤직비디오를 발표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으며, 이를 바탕으로 Mnet < UV 신드롬 >에서 현실과 가상이 혼재된 자신의 역사를 완성시켰다. ‘독립 예능’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는 기존의 매체와 방식에서 벗어난 예능을 보여줬다. 그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여전히 주도적인 위치가 아님에도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예능인이 된 것은 2010년 예능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예능의 ‘대세’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영역을 지켰고, 여전히 새로운 영역들을 끊임없이 발견하며 스스로 발전한다. 그들을 뚫을 틈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길이 나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건 아예 길을 새로 만드는 것뿐이다. 그리고 예능은 여전히 유세윤처럼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이 허락되는 장르다. 의 윤종신이 말하지 않았나. “예능은 지금 가장 뜨거운 장르”라고. 2010년 예능은 위기가 아니라, 혁신을 위한 시작이었다.
글. 강명석 two@
편집. 이지혜 seven@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