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광의 네 번째 미니음반 ‘앤드 유(And You)?’는 하루의 시간을 나누어 담은 6개 트랙이 실렸다. 고요한 아침, 창 밖에서 들리는 봄비 소리처럼 촉촉한 ‘비처럼 폴인럽(fall in love)’부터, 별이 가득한 밤하늘이 그려지는 ‘별이 된다는 것’까지. 모두 홍대광이 만들었고, 그래서 그의 이야기와 감성이 녹아있다. 그리하여 물었다, 홍대광의 추억들.
홍대광 / 사진제공=CJ E&M 음악사업본부, MMO엔터테인먼트
01 비처럼 fall in love 비를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 빗대어 표현한 곡. 과하지 않은 절제된 편곡. 한 템포 쉬어가는 여유, 마치 물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사운드로 봄비의 정취를 담았다.
10. ‘비 내리는 날’에 얽힌 추억. 홍대광: 자전거를 타고 아르바이트를 다니던 때였다. 한강을 따라 자전거를 탔는데 비가 오면 한 손에 우산을 들고 한 손으로 자전거 손잡이를 잡았다. 어느 비 내리는 날, 퇴근길에 좋아하던 교회 누나가 버스 정류장에 우산 없이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봤다. 보통은 내 우산을 주고 멋있게 돌아가는 걸 상상할 텐데, 저는 누나한테 우산을 들게 하고 뒷자리에 태웠다.(웃음) 처음에는 비가 조금씩 내려서 재미있자고 그렇게 한 거였는데, 한강을 따라 갈 때부터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제가 스물 세 살 때 일이다. 깔깔 웃었던 기억이 난다.
02 이 노래가 끝나면 리드미컬한 기타, 시원한 신스에 리듬을 타며 듣게 되는 평범한 남자의 진솔한 고백송
10. 데뷔 전, 버스커 홍대광으로 돌아가 보자. 길거리 공연 중 ‘마지막 노래가 끝나면’ 어떤 기분이 들던가. 홍대광: 사람들이 야속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마지막 노래가 끝나면 사람들이 싹 사라진다. 텅텅 빈 곳에서 혼자 주섬주섬 장비를 정리하고 ‘오늘은 얼마 벌었나’ 계산하고.(웃음) 기분이 묘하고 좀 쓸쓸했다. 아무래도 버스킹이라는 게 재미있긴 했지만, 그 굴레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는 삶이다. 사람들이 홍대광을 기억해주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서 노래하는 애’ 정도로 기억한다고 생각하면, 혼자 싸우는 느낌이었다.
10. 반면 데뷔 후, 단독 콘서트의 ‘마지막 노래가 끝나면’ 어떤 기분인가. 홍대광: 모든 공연이 끝 곡을 마치면 몽롱해지는 것 같다. 집에 돌아가면 항상 불을 꺼놓고 침대나 의자에 앉아 멍하니 2, 30분을 보낸다. 막 좋을 것 같지만, 또 복잡하고 묘한 심정이다. 물론 저를 보려고 와 주신 팬 분들이 있다는 건 너무 고맙다. 제가 노래로 전달하고 싶은 것들이 보다 확실히 전달될 수 있으니까. 그 기분은 비교할 수 없다.
홍대광 / 사진제공=MMO엔터테인먼트
03 떠나자 시원한 퍼커시브 기타소리에 청량한 보컬로 전하는 응원. 일상에 지친 상대방에게 전하는 곡이다. “불안한 걱정들도 다 시작이니까 괜찮아”
10. 가장 ‘떠나고’ 싶은 곳. 홍대광: 6월 일정을 다 비워 놨다. 길게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 가을의 나라를 찾아 떠나고 싶다. 누구는 러시아를, 또 누구는 아이슬란드를 추천하더라. 여행갈 때 관광지보다 사람들이 잘 안가는 곳을 선호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유럽, 미국을 한 번도 못 가봤다. 대신 네팔, 뉴질랜드, 라오스를 가봤다. 여행은 혼자 지독한 고독을 맛보는 게 묘미다.(웃음) 기타 하나 들고 컴퓨터 하나 들고 카메라 하나 들고, 그런 거 한번 해보고 싶다. 사진 찍는 친구와 함께 여행지에서 새 음반에 실릴 재킷 이미지, 셀프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거다.
04 봄의 기적 기나긴 겨울이 지나가면 봄이 오기 마련이다. 함께 봄을 맞이 하고 싶은 바람을 담은 곡. 리드미컬한 스트로크&퍼커션 사운드로 생명력이 역동하는 듯한 봄의 기운을 표현했다.
10. 최근 ‘기적’ 같았던 일. 홍대광: 이번 음반이 나온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회사에 몸담고 있는 가수이기 때문에, 음반 한 장 내는 게 사투다. 게다가 전곡 자작곡으로 이루어진 음반이라 그 자체가 기적 같았다.
05 넌 나에게 제일 소중해 잔잔한 피아노와 스트링만으로 구성된 편곡으로 홍대광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게 된다.
10. 홍대광에게 ‘소중한’ 물건. 홍대광: 기타, 안경, 이런 건 너무 빤하지 않나.(웃음) 좋아하는 것 말고 소중한 것이라 하면, 물건은 아니고 방이다. 집에 2평정도 되는 방을 작업실로 만들었다. 방음벽을 세워서 그 안에 들어가면 외부와 단절된다. 그 시간을 너무 좋아한다. 저는 특이하게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 집중을 잘한다. 그 방에서 많은 것들을 한다. 집보다 소중한 방이다. 심지어 너무 크면 안 된다. 지금처럼 딱 2평이 적당하다. 컴퓨터, 피아노, 기타, 음악장비, 게임기가 있다.
10. 게임기도 작업에 필요한가.(웃음) 홍대광: 스트레스를 게임으로 푼다. 원래 외향적인 성격이었는데 가수가 직업이 되고서부터 집에 있는 시간이 늘었다. 주변에 음악하는 지인들도 다 게임을 좋아하더라. 저도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됐다.(웃음) 조용히 음악 듣고, 책도 보고, 그런 패턴으로 살고 있다.
10.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게 된 것 같다. 홍대광: 가끔 지독하게 외로울 때가 있다. 그럴 때는 하루에 약속을 다 잡고 사람만 만난다. 그건 잠깐이고, 정말 소중한 친구 다섯 명이 있다. 그들이 가끔 집으로 놀러온다.
06 별이 된다는 것은 새벽 시간에 느끼게 되는 감성을 담담하게 노래했다. 편곡적으로도 기타 아르페지오로 이를 표현했다.
10. 홍대광이 ‘별’처럼 빛날 때. 홍대광: 항상. ‘별이 된다는 것’을 쓰면서 그런 고민을 했다. 최근에 천체 망원경에 관심이 있어서 알아보다가 문득, 밤하늘에 보일 듯 말 듯 작은 별들에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지만 그 별은 늘 자기 자리에서 제 몫을 다 하고 있다고. 제 모습과도 같았다. 제 이름에도 빛날 광(光)이 있다.(웃음) 어디서라도 제 목소리를 다해 노래하고 있으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저도 항상, 그렇게 빛나고 있더라.
10. 항상 빛나고 있는 홍대광을 더 자주 보면 좋을 것 같다. 음악 방송 말고, 방송 활동 계획은 없나. 홍대광: 먹는 방송을 죽기 저에 찍어봤으면 좋겠다. 세상에 맛있는 음식들에 대한 탐구와 욕심이 있다.(웃음) 방송이든 공연이든, 누군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자리를 만들어 놓는, 그런 활동들을 많이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10. 콘서트 계획도 있나. 홍대광: 이번 음반이 보라색을 콘셉트로 하고 있다. 제가 약간 분홍색의 느낌이라면 함께 작업한 구름 씨가 차가운 푸른 계열의 느낌이었다. 둘이 섞여서 보라색의 느낌이 나왔는데, 이 매혹적인 분위기가 잘 표현되는 콘서트를 열고 싶다. 아직은 기획 단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