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일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미운 우리 새끼’, ‘나 혼자 산다’, ‘살림하는 남자들2’ 스틸컷
한동안 주말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건 귀여운 아이들이었다. MBC ‘아빠! 어디가?’를 비롯해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오 마이 베이비’ 등 육방(육아 방송)을 보며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남녀는 대리만족했고, 부모들은 공감했다. 이들의 모습은 제작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관찰하는 형식으로 나타났다. 인위적인 설정을 부여하기 보다 일상을 끄집어내는 방식으로 공감대를 넓혀왔다. 최근 이 같은 관찰예능의 범주가 확장되고 있다. 육방은 물론이고 1인 가구 부터 신혼부부의 일상, 더 나아가 ‘졸혼’(결혼을 졸업한다)을 한 스타들의 모습 등 그 양상이 다채롭다.
MBC ‘나 혼자 산다’와 SBS ‘미운 우리 새끼’는 1인 가구 500만 시대에 발맞춰 혼자 사는 스타들의 모습을 집중 조명하는 프로그램으로 각광 받고 있다. 2013년 방송된 ‘나 혼자 산다’는 독신 남녀와 1인가정이 늘어나는 세대를 반영해 유명인들의 일상을 담으며 4년째 그 인기를 지속하고 있다. ‘미운 우리 새끼’는 엄마의 입장에서 자녀들의 삶을 바라보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으로 김건모·토니안·허지웅·박수홍 등 ‘나홀로족’ 연예인의 리얼한 일상을 보여주며 화제몰이중이다. 특히 ‘미운우리새끼’는 어머니가 직접 스튜디오에 출연해 자식들의 일상을 지켜보는 포맷으로 친근함을 더했다. 출연자들의 소소한 일상과 관계 맺기를 통해 싱글라이프 삶에 대한 노하우와 동경을 심어주기도 한다.
tvN ‘신혼일기’는 지난 2016년 5월 결혼한 안재현·구혜선이 출연해 신혼생활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생리현상을 트고 아주 사소한 일에 삐치고 감동하는, 가상의 관계를 다루는 프로그램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신선함이다. 카메라는 강원도 인제에 신접살림을 차린 두 사람의 모습을 쫓는다. 프로그램 제목대로 두 사람의 신혼일기를 담아내는 것. 안재현과 구혜선은 신혼생활의 알콩달콩한 모습은 물론 실제 부부들이 겪는 다툼과 갈등 등 현실적인 모습으로 많은 신혼부부와 예비 신혼부부들에게 귀감을 사고 있다. 부부싸움을 현명하게 이끌어가는 구혜선과 구혜선을 ‘구님’으로 부르는 애처가 안재현의 지지고 볶는 모습이 재미요소다.
시즌2로 돌아온 KBS2 ‘살림하는 남자들’은 일찍 결혼한(조혼) 일라이와 늦게 결혼한(만혼) 정원관 그리고 결혼을 졸업한(졸혼) 백일섭의 모습을 담아낸다. 11살 연상과 결혼한 일라이와 17살 연하와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정원관 그리고 졸혼을 한 뒤 혼자의 삶을 즐기고 있는 백일섭의 극명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졸혼은 최근 인생 2막을 계획하고 있는 중년의 부부들이 많이 생각하고 실천하고 있다고 알려진 사회 현상으로 ‘살림하는 남자들’이 발 빠르게 이 같은 현상을 포착했다.
MBN ‘사돈끼리’는 멀기만 한 사돈 친구 되기 프로젝트로 사돈과의 기막힌 1박 2일을 통해 사돈지간의 경계를 허무는 걸 목표로 한다. 김정민·루미코 부부와 개그맨 권재관·김경아 부부 그리고 양가 사돈이 함께 출연 중이다. SBS ‘자기야-백년손님’은 연예인 사위와 장모의 허물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목요일 밤의 절대 강자로 군림 중이다.
이처럼 최근 관찰예능은 아이와 부모부터 싱글, 부부, 사돈지간 등 그 범위가 광범위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살림하는 남자들’ 같은 경우는 결혼은 했지만 상황에 따라 다른 세 남자의 일상에 주목하면서 색다른 재미를 안기고 있다. 특히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개념이 생소한 졸혼을 다루며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전통적인 가족관계가 해체되면서 1인 가구는 물론이고 이혼을 하지 않고 각자의 삶을 영유하는 중년의 부부 등 가족의 정의가 다양해지고 있는 가운데, TV 프로그램이 이러한 현상을 담기 시작하면서 관찰 예능의 범주가 확장됐다”면서 “한동안 이 같은 다양한 가족의 개념을 담은 프로그램이 성행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