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콜피언스
스콜피언스
[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살아있는 전설을 만났다. 그들은 물리적인 나이가 얼마나 무력한 것인지 알게 했다. 동시에 그 나이 속에 새겨진 역사가,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지도 알게 했다. 록 음악의 대부, 스콜피언스의 이야기다.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는 2015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스콜피언스는 첫날 공연의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올라 열광적인 무대로 열대야를 녹였다. 록은 죽지 않는다는 말처럼, 멤버들은 건재했고 또 뜨거웠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연령과 성별을 불문한 관객층이었다. 20~30대의 젊은이들 외에도 중장년의 관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뽀글머리의 중년 여성 관객들도 펜스 가까운 곳에서 스콜피언스의 음악을 즐겼다. 목마를 탄 어린애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데뷔 50년 차의 위엄. 전 세대가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스콜피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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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에 하루 앞서 열린 기자회견 자리에서 스콜피언스는 “7~80년대의 명곡들과 함께 신곡의 무대도 선보일 것이다. 새로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실제로 ‘탑 오브 더 빌(Top of the bill)’, ‘스팀록 피버(Steamrock fever)’, ‘스피디스 커밍(Speedy’s coming)’, ‘캐치 유어 트레인(Catch your train)’과 같은 70년대 메들리와 ‘고잉 아웃 위드 어 뱅(Going out with a bang)’ ‘위 빌트 디스 하우스(We built this house)’ ‘락앤롤 밴드(Rock`n`Roll band)’ 등 새 앨범 수록곡을 골고루 들을 수 있었다.

이날 무대는 특별히 2단으로 구성돼 웅장한 멋을 더했다. 메인 스크린에는 대형 태극기가 등장하거나 멤버들의 실루엣이 비추어지며 환상적인 순간을 만들어냈다. 멘트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왕관이나 전갈(Scorpion)의 이미지가 띄워져 등골을 짜릿하게 했다.
스콜피언스
스콜피언스
‘얼웨이스 썸웨어(Always somewhere)’ ‘아이 오브 더 스톰(Eye of the storm)’ ‘샌드 미 언 엔젤(Send me an angel)’로 이어진 어쿠스틱 메들리는 스콜피언스 특유의 서정을 들려줬다. 눈시울을 붉히는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영웅을 만난 환희에서 온 눈물인지, 지나간 세월을 반추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틀림없이, 또 한 번의 잊지 못할 순간이 그들의 인생에 새겨졌으리라.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윈드 오브 체인지(Wind of change)’의 떼창이었다.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불러오기도 한 이 곡은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보다 의미 있게 다가왔다. 클라우스 마이네는 “컴온 코리아”를 외치며 분위기를 이끌었고 후렴구에서는 마이크를 아예 객석으로 돌려버렸다. 현장에 울려 퍼지던 군중들의 목소리는 장엄하고 심지어 경이롭게까지 느껴졌다.

올해는 스콜피언스가 데뷔 5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도 하다. “우리 안에는 창의력과 에너지가 여전히 살아있다”던 스콜피언스. 머리는 하얗게 셌지만, 이들은 여전히 ‘노병’ 아닌 ‘형님들’이었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예스컴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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