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회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개그맨들" /><개그콘서트> 700회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개그맨들KBS 2TV <개그콘서트>가 2013년 6월 9일 700회를 방송하게 된다. 1999년 9월 4일 시작됐으니, 햇수로는 무려 14년째다.
MBC나 SBS, 다른 지상파 방송국의 공개 개그프로그램이 명맥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마당에 KBS의 <개그콘서트>는 최근 하락하는 시청률 및 스타 발굴 성적이 미진하면서 불거진 ‘위기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굳건한 네임 밸류를 자랑하는 유일한 개그프로그램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 <개그콘서트>인만큼 700회 방송의 라인업은 화려하다. 왕년의 <개그콘서트> 스타들이 간만에 한 자리에 모여 개그향연을 펼칠 예정이다. <개그콘서트>를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과 진정한 <개그콘서트> 무대의 주인공인 신인 개그맨들도 모두 함께한다.
5일 오후 KBS 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작진은 “‘수다맨’ 강성범과 김지민, 박지선이 함께 할 예정이며, 원년멤버 정형돈, 이재훈과 대세 김기리가 ‘도레미 트리오’로 호흡한다. 또 신봉선과 김대희는 ‘대화가 필요해’ 코너에서 5년 만에 부부로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이외에도 ‘키 컸으면’의 이수근, 정명훈, 허경환, 황현희, 박성광, ‘달인’ 김병만, ‘안내 전화’ 김영철, ‘꺾기조’ 박성호, ‘발레리NO’ 샘 해밍턴, ‘현대 레알 사전’ 이정수, 장동혁 등이 출연하게 된다”고 밝혔다.
출연진들의 명단만 봐도 <개그콘서트>의 화려한 역사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녹화를 진행 중이던 이날 오후 <개그콘서트>의 연기자들은 리허설 사이사이 기자들을 만나 소감을 들려줬다. 선배, 후배 할 것 없이 서로의 말꼬리를 물고 말장난을 주고받는 분위기 탓에 여러 차례 웃음이 터졌다. 그 와중에 오랜만에 무대에 돌아온 신봉선은 벅차오르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며 눈시울을 붉혔는데, 김대희는 이를 두고 또 상황극을 만들며 깔깔 웃어댔다. 함께 있는 현장 자체가 하나의 무대였다.
피할 수 없었던 질문, <개그콘서트> 위기설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김대희, 김준호, 박성호 등 원로(?) 개그맨들이 나름의 분석을 들려줬다. 이들은 단순히 위기에 대한 대응책이 아닌 새로운 전성기를 찾기 위한 꾸준한 노력들의 구체적인 방식을 이야기하며 프로그램에 대한 끈끈한 주인의식을 드러냈다. “오늘 이렇게 축제를 준비하고 있지만, 사실 700회보다 701회가 더 중요하다”는 이들은 축제의 화려한 현장 뒤편에서 800회라는 새로운 여정을 위한 닻을 올리고 있다.
10. 박성호 씨가 오늘 이 자리에 가장 연장자네요. 700회 무대에 서게 된 기분이 어떤가요.
박성호 : <개그콘서트>가 700회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제작진들과 연기자들의 탄탄한 협동심과 개그에 대한 열정, 또 <개그콘서트>에 대한 사랑 덕분이 아니었나 싶네요. 그리고 이제 <개그콘서트>는 KBS의 프로그램도, 개그맨의 프로그램도 아니고, 국민의 프로그램이 된 것 같아요.
강성범(좌)과 박지선(우)" /><개그콘서트> 강성범(좌)과 박지선(우)
10. 강성범 씨는 오랜만에 수다맨으로 돌아오시게 됐네요. 오랜만에 하시는 건데 여전히 ‘수다’는 잘 되시던가요.강성범 : 걱정돼요. 예전에도 수다맨 할 때, 아침에 일어나면 가슴에 응어리가 졌어요. 혹시나 틀릴까 부담이 됐으니까. 오늘 아침에도 역시나 응어리가 잡히더군요. 사실은 어제 저녁부터 걱정했었어요. 일찍 자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잠이 안와 술만 많이 마셨어요(웃음). 발음이 제대로 되려나 걱정되네요. 특히나 지하철 노선은 오랜만에 하는데, 집사람이 역이 몇 개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지하철 공사에 부탁하는데 앞으로는 역 이름 좀 바꾸지 말아주셨으면, 그리고 특히 연장은 안 했으면 합니다. 오랜만에 하는 거니까 잘 하고 싶어요! 참 이번에 같이 하는 박지선 씨는 지하철 2호선을 정확히 외우더군요. 역시 똑똑하더라고요.
박지선 : 우선 선배님들과 같이 하게 돼서 영광입니다. 그런데 저도 강성범 선배님처럼 아침에 응어리 같은 게 지더라고요. 오늘 까먹지 않고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영광입니다.
김대희(좌)와 신봉선(우)" /><개그콘서트> 김대희(좌)와 신봉선(우)
10. 신봉선 씨와 김대희 씨는 5년 만에 부부로 나오시게 됐다고요.신봉선 : 여기를 다시 올 때마다 후배들이 점점 많아지는데 부담스럽기도 하고, 일일이 얼굴을 다 몰라 미안하기도 해요. 그래도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은 몇몇 선배님들 떡하니 <개그콘서트>를 잡아주는 기둥 역할을 해주셔서 지금까지 탈 없이 흘러가는 듯 해요. 연습을 하고 아이디어 회의를 하면서, 옛 생각도 많이 나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을 많이 느꼈어요. 제게는 오늘의 무대가 처음으로 돌아가 열심히 하라는 뜻의 선물인 것 같아요.
김대희 :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장동민 씨가 같이 자리를 못한다는 점이에요. (신봉선의 젖은 눈을 보더니) 아니, 왜 울려고 해?
신봉선 : 뭉클해서요.
(두 사람은 이날 “사진 찍혀야 돼”라며 감격에 겨워 우는 듯 상황극을 빚어내, 자칫 감동에 겨워질 상황을 다시 한 번 웃음으로 전복시켰다)
박성호" /><개그콘서트> 박성호
10. ‘위기’에 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여전히 <개그콘서트>가 국민 개그프로그램이지만, 시청률이 하락세입니다.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돌파구는 뭐라고 생각하고 계신지.박성호 : 회사의 주식시장에서 주가를 보면 주가가 올라갈 때도 있고 내려갈 때도 있죠. 사실 작년에 <개그콘서트>가 상당히 고점을 찍었고, 올해는 그보다 떨어진 것뿐이지 평균적으로는 결코 위기라고 말할 것 까진 아닌 거 같아요. 그래도 우리는 작년을 기준으로 더욱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또 더 노력하자는 각성이 생겼고요. 그래서 김대희, 김준호와 함께 일 주일 한 번 정기적인 회의를 합니다. ‘원로회의’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새로운 코너, 신인발굴에 대한 연구를 계속 하는 거죠. 당장은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겠지만, 3개월, 6개월, 1년이 지나면 반드시 성과는 나타나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개그콘서트>의 문제점을 굳이 꼽자면 개그 역시도 대중문화의 하나인 만큼 대중은 늘 새로운 것을 원하기 때문이죠. 지난 해 신보라, 김준현, 김원효, 최효조 같은 신인들이 발굴됐기에 사랑받았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신인 27기, 28기들 중 스타를 발굴하는 것이 포커스를 두고 있습니다.
김대희 : 성호 형도 이야기 했지만, 1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는 거죠. 2년 주기로 그것이 반복됐는데 그 때마다 매번 위기설은 나왔습니다. 그래도 잘 해쳐나가 다시 오르막길로 가며 14년을 왔어요. 워낙에 내부적으로 단단히 뭉쳐있기 때문에 다시 또 오르막길로 올라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우스갯소리로 이름 붙인 원로회의를 2달 전부터 시작했는데, 그곳에서 제작진에 건의한 것이 바로 멘토멘티 제도입니다. 보통 개그란 것이 마음이 맞고 친한 사람끼리 짜게 되는데 그런 관습을 없애고, 무작위로 후배 1~2명과 선배 몇 명을 한 조라 두고 새 코너를 짜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렇게 얻은 결과물이 지금의 ‘황해’였죠.
박지영 PD : 사실 제작진 입장에서 연기자들이 먼저 제안해줘서 뿌듯했던 일이에요. 괄목할 만 한 점은, 그런 아이디어가 제작진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원로 개그맨들이 냈다는 점이라는 것이죠. 스스로 위기조정능력이 있다는 점이 바로 <개그콘서트>의 강점이 아닐까 합니다.
김준호" /><개그콘서트> 김준호
10. 오늘 이 자리에 <개그콘서트> 1회 무대에 섰던 분도 계시죠. 어떤 것이 가장 변한 것 같나요.김준호 : 수많은 역사를 지켜본 저로서는 뿌듯하고 행복할 밖에요. 그리고 모두가 모인 오늘의 자리가 명절 같아요. 밖에 있던 가족들이 뭉쳐 파티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꾸준히 무대를 지켜온 우리 원로 3인방은 ‘1000회까지 가자, 이제 6년 남았다’ 하고 있습니다. 안 잘리고 버티기 위해 열심히 하려 합니다. 가장 큰 변화는 과거의 <개콘>은 호흡이 빠른 브릿지 개그를 처음 도입해 화제가 됐었는데, 요즘은 콩트도 있고 토크도 있고, 요소요소를 다 갖춘 코미디 종합선물세트로 구성됐다는 점입니다. 1999년도에는 백재현, 김영철 등과 스피드한 개그를 했었고, 그게 이슈가 됐죠. 그러다가 2001년도부터는 <봉숭아 학당>을 하면서 다시 콩트 위주의 개그가 유행했고요. 그러면서 개그의 캐릭터가 사랑을 받게 됐죠. 저 역시도 그 이전에는 캐릭터로 기억되지 않았지만, 이후부터 이장님을 통해 알려졌던 거고요. 그러나 이런 개그의 트렌드는 재원에 따라 달라지는 듯해요. 결국 트렌드는 사람이라는 말인데, 우리의 강점은 MBC와 SBS에 비해 재원이 출중하다는 점이며 그들이 개그를 주도적으로 선도해나간다는 점입니다.
박지영 PD : 700회를 기점으로 <생활의 발견>이나 <거지의 품격>과 같은 최근의 대표코너들이 아름다운 종영을 하게 됩니다. 멘토멘티제의 결과들은 바로 701회에서 공개될 것입니다. 물갈이가 되는 거죠. 위기를 타파하려는 제작진의 고민은 역시 스타 발굴과 이로 인한 인기 코너 탄생인데, 이를 위해 인기가 있어도 오래된 코너들은 과감히 없애고 새로운 결과물들을 보여드리는 기점이 바로 700회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사진.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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