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 / 사진=텐아시아 DB
비비 / 사진=텐아시아 DB
가수 비비는 영리했다. 워터밤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한 과감한 퍼포먼스로 공연 직후 온라인 화제의 중심에 섰다. 다만 뜨거워진 관심이 비비의 음악으로 향했는지는 의문이다. 노래보다 자극적인 장면만 남았다는 점에서 영리한 선택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비비는 지난 2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야외 글로벌 스테이지에서 열린 '워터밤 서울 2026' 무대에 올랐다. 공연 영상이 주말 사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선정성 논란도 불거졌다.
비비 워터밤 퍼포먼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비비 워터밤 퍼포먼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날 비비는 몸에 밀착되는 흰색 점프슈트를 입고 무대를 시작했다. 공연 도중 점프슈트의 지퍼를 내리면서 안에 입은 비키니 상의가 노출됐고, 이후 상의를 벗은 남성 댄서들에게 둘러싸인 채 무릎을 꿇고 노래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해당 장면은 공연 직후 빠르게 퍼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남성 댄서들 사이에서 마이크를 올려다보는 자세가 성적인 장면을 연상시킨다며 지나치게 선정적이라고 지적했다. 무대 위에서 의상을 벗는 연출 역시 과도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비비는 워터밤이라는 무대의 특성을 누구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수많은 출연자 가운데 가장 많이 언급된 가수 중 한 명이 됐다는 점에서 화제성 확보에는 성공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공연이 끝난 뒤 대중의 관심은 비비가 어떤 곡을 불렀는지보다 점프슈트의 지퍼를 내린 장면에 쏠렸다. 라이브와 무대 장악력보다 남성 댄서들 사이에서 무릎을 꿇은 모습이 더 많이 소비됐다. 화제는 만들어졌지만 음악은 그 뒤로 밀려났다.

이를 비비 개인의 선택만으로 볼 수는 없다. 워터밤은 어느 순간부터 음악보다 의상과 퍼포먼스의 수위가 더 주목받는 무대로 자리 잡았다. 매년 어떤 가수가 얼마나 과감한 차림과 연출을 선보였는지가 행사의 주요 화젯거리가 된다.

권은비와 시그니처 출신 지원처럼 워터밤을 계기로 대중적 인지도를 크게 높이고 방송 활동의 폭을 넓힌 사례도 있다. 가수들에게 워터밤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 이름을 알릴 수 있는 무대로 인식된다. 이 같은 환경은 출연자들이 음악보다 즉각적으로 확산할 만한 장면을 만드는 데 집중하도록 부추긴다.

그러나 영리한 전략이 언제나 최선은 아니다. 비비는 이미 '밤양갱'을 통해 대중성과 음악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흥행 이후에도 비슷한 음악만 반복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며 싱어송라이터로서 자신의 색을 구축했다. 배우와 예능인으로도 활동 영역을 넓혔다.

이제 비비는 자극적인 퍼포먼스로 자신의 존재를 알릴 필요가 있는 신인이 아니다. 노래와 캐릭터만으로도 충분히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가수다. 그렇기에 이번 무대에서 음악보다 선정적인 장면이 앞서 소비된 상황이 더욱 아쉽다.

공연이 끝난 뒤 남은 것은 노래가 아니라 몇 초간의 강렬한 장면이었다. 화제를 만들어내는 능력 역시 스타에게 필요한 경쟁력이다. 하지만 비비는 이런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화제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영리하게 관심을 끌었지만, 정작 가수 비비가 보여줘야 할 음악은 그 관심 속에서 보이지 않았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o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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