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재 셰프 / 사진=텐아시아 DB
안성재 셰프 / 사진=텐아시아 DB
'흑백요리사'로 스타덤에 오른 안성재 셰프가 와인 논란 15일 만에 사과문을 올렸지만, 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과 직후 유튜브 영상을 공개한 행보까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비판은 더 거세졌다. 문제는 이번 논란이 안성재 개인의 위기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흑백요리사' 이후 방송가가 앞다퉈 셰프 예능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대표 셰프테이너인 안성재의 흔들림은 셰프를 기반으로 한 예능 붐의 취약한 기반을 보여주고 있다.
'와인 바꿔치기 논란' 안성재, '싫어요' 1만개…셰프 전성시대 '빨간불' [TEN스타필드]
안성재가 운영 중인 레스토랑 모수는 최근 이른바 와인 바꿔치기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 직후 '모수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사과 입장을 냈지만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이후 유명 와인 유튜버가 구체적인 지적 사항이 담긴 영상을 게재해 다시 한번 논란이 됐다. 안성재는 직접 자신의 계정을 통해 보다 자세한 정황을 담은 사과문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뒤늦은 사과"라는 비판이 나왔다.

사과 이후의 행보도 논란을 키웠다. 안성재는 사과문을 게재한 뒤 약 1시간 만에 유튜브 영상을 업로드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사과를 유튜브 업로드를 위한 명분으로 삼은 것 아니냐"며 비판했다. 해당 영상 댓글란에는 "너무 실망이다", "유튜브 올리려고 사과한 거냐", "CCTV 공개해라" 등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싫어요' 수 역시 1만 개를 넘어서며 논란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안성재 셰프 / 사진=텐아시아 DB
안성재 셰프 / 사진=텐아시아 DB
이번 사태가 유독 크게 번진 이유는 안성재가 단순히 유명한 셰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흥행 이후 셰프테이너 열풍을 상징하는 인물 중 하나로 떠올랐다. 스타 셰프의 전문성, 예능 출연자의 대중성, 레스토랑 오너의 브랜드 가치가 결합되며 방송가와 광고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상징성이 컸던 만큼 안성재 신뢰도에 생긴 균열은 단순한 이미지 타격을 넘어, 셰프를 전면에 내세운 콘텐츠의 리스크를 환기시키는 계기로 번졌다.

셰프 예능은 기본적으로 출연자의 '실력'과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시청자는 셰프의 요리 실력뿐 아니라 재료를 대하는 태도, 손님을 대하는 방식, 직업 윤리까지 함께 소비한다. 일반 연예인 예능이 캐릭터와 서사에 기대는 비중이 크다면, 셰프 예능은 출연자의 실제 직업성과 브랜드가 콘텐츠의 신뢰도를 좌우한다. 그래서 음식과 서비스, 레스토랑 운영을 둘러싼 논란은 다른 예능인 이슈보다 더 직접적으로 콘텐츠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

더욱이 현재 방송가는 '흑백요리사'의 성공 이후 잇따라 요리 예능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냉장고를 부탁해'를 비롯해 '언더커버 셰프', '식포일러', '주방 참견 셰프들의 오픈런', '요리는 괴로워' 등 다수의 요리 예능이 론칭을 앞두고 있다. 출연진 상당수도 '흑백요리사'를 통해 얼굴을 알린 셰프들로 구성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셰프 예능이 빠르게 포화 상태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안성재의 이번 논란은 개인의 실수를 넘어 구조적 문제로도 확장됐다. 셰프들은 방송을 위해 만들어진 연예인이 아니라 각자의 식당과 브랜드를 기반으로 대중 앞에 선 전문가들이다. 방송 경험이 길지 않은 일반인 출신 셰프들이 단기간에 스타덤에 오를 경우, 개인 사업장에서 발생한 문제나 과거 이슈, 위기 대응 방식이 곧바로 프로그램과 플랫폼의 부담으로 번질 수 있다. 과거 음주운전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임성근 셰프 사례처럼, 출연자 개인 이슈는 요리 프로그램의 이미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스틸 /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스틸 / 사진=넷플릭스
이번 사건을 기점으로 셰프를 향한 대중의 관심도 역시 빠르게 식을 가능성이 있다. '흑백요리사' 이후 셰프들은 방송 출연을 넘어 팝업스토어, 브랜드 협업 제품, 식품 광고 등 다양한 영역으로 영향력을 넓혀왔다. 하지만 셰프 개인의 신뢰도에 균열이 생기면 그 파장은 방송에만 머물지 않는다. 유명 셰프의 이름값에 기대온 다이닝 시장과 협업 상품, 관련 브랜드 마케팅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이번 논란은 셰프테이너 비즈니스가 얼마나 개인 신뢰도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유사한 출연진과 한정된 소재도 부담이다. '흑백요리사'가 만들어낸 화제성은 분명 컸지만, 그 성공 공식이 반복될수록 시청자 피로도는 빠르게 쌓일 수 있다. 같은 얼굴들이 여러 프로그램에 겹쳐 출연하고, 대결·평가·주방 뒷이야기라는 포맷이 반복되면 신선함은 줄어든다. 여기에 출연자 신뢰도 논란까지 겹치면 셰프 예능 전반에 대한 기대감은 호기심보다 피로감으로 바뀔 수 있다.

물론 안성재의 논란 하나로 셰프 예능의 전성기가 곧바로 끝났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요리 콘텐츠는 여전히 강력한 대중성을 갖고 있고, 스타 셰프를 향한 관심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이번 사태는 셰프 예능이 흥행을 이어가기 위해 무엇을 갖춰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단순히 화제성 있는 셰프를 섭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출연자의 직업 윤리, 사업장 이슈, 위기 대응 능력까지 콘텐츠의 일부로 관리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흑백요리사' 이후 방송가는 셰프들을 새로운 예능 자원으로 빠르게 소비하고 있지만, 스타화의 속도만큼 검증과 관리 체계가 따라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셰프 전성시대가 일시적 유행에 그칠지, 지속 가능한 장르로 자리 잡을지는 이제 화제성보다 신뢰를 어떻게 지키느냐에 달려 있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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