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하이픈 제이, 팬덤에 "6명, 7명 논쟁 멈춰줘" 호소…요구 어디까지
그룹 엔하이픈(ENHYPEN)의 멤버 제이(Jay)가 생일 기념 라이브 방송 도중, 최근 탈퇴한 멤버 희승을 둘러싼 팬들 사이의 갈등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제이는 "엔하이픈이 6명인지 7명인지"를 두고 벌어지는 소모적인 논쟁을 멈춰달라고 호소하며, 아티스트와 팬 사이의 '파라소셜 관계(일방적 정서적 유대)'가 넘지 말아야 할 선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제이, 생일 라이브 중 일침 "다른 멤버들 상처받지 않게 해달라"

지난 4월 20일, 제이는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WEVERSE)를 통해 24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그러나 방송 중 일부 팬들이 "엔하이픈은 7명이다"라고 주장하는 댓글을 쏟아냈고, 이에 반박하는 "엔하이픈은 6명이다"라는 댓글이 맞서며 실시간 채팅창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다.

상황을 지켜보던 제이는 "여러분 중 일부는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정말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무겁게 입을 뗐다. 그는 "계속해서 6명인지 7명인지 숫자를 언급하며 싸우는데, 나는 괜찮지만 다른 멤버들에게는, 특히 그들의 생일에는 그러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오늘 내 생일은 행복했지만 한편으론 정말 불안하다. 미래에 다른 멤버들이 이런 상황 때문에 우울해하거나 상처받는 일이 생길까 봐 무섭다"며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희승 탈퇴 후폭풍... 팬덤의 집단 행동

7인조로 데뷔했던 엔하이픈은 지난 3월 초, 맏형 희승(현 활동명 EVAN)이 탈퇴하며 6인 체제로 재편됐다. 당시 희승의 탈퇴 소식은 업계와 팬덤 '엔진(ENGENE)'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희승이 솔로 아티스트로서 활동을 이어갈 것임을 공식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팬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그의 복귀를 요구하는 캠페인을 벌여왔다.

일부 팬들은 서울과 로스앤젤레스의 하이브(HYBE) 본사 앞에서 희승의 복귀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그룹의 SNS 게시물과 멤버들의 라이브 방송 때마다 "ENHYPEN is 7"이라는 문구로 댓글 창을 도배하며 집단적인 불만을 표출해왔다.

갈등의 화살은 프로듀서 엘 캐피탄(El Capitxn, 장이정)에게까지 향했다. 희승의 탈퇴 결정에 그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측성 비난이 쏟아지자, 결국 그는 SNS 댓글 창을 폐쇄하고 "이희승에 대한 메시지를 그만 보내달라. 그 친구도 때로는 실수할 수 있다. 진정한 팬이라면 돌을 던지기 전에 그를 먼저 안아줘야 한다"는 글을 남기며 팬들의 행동을 지적하기도 했다.

'지지'인가 '권리'인가

이번 사태는 K-팝 팬덤 문화의 고질적인 문제인 '아티스트와 팬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K-팝 산업은 팬들이 아티스트의 음악뿐만 아니라 그들의 서사, 생일 기념 의식, 개인적인 소통에 깊이 몰입하도록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형성된 강력한 파라소셜 관계는 긍정적인 팬덤 화력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팬들이 아티스트의 삶과 결정, 팀의 구조에 대해 과도한 지배력을 행사하려는 부작용을 낳는다.
ENHYPEN's Jay on Birthday Live 2026 / WEVERSE Live Capture
ENHYPEN's Jay on Birthday Live 2026 / WEVERSE Live Capture
엔하이픈의 다른 멤버들인 성훈, 제이크, 니키, 선우는 6인 체제 안에서 안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왔으며, 리더 정원 역시 라이브 방송 중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팬들의 압박은 아티스트가 설정한 개인적·직업적 경계를 침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유료 소통 플랫폼(버블, 위버스 DM 등)을 통해 '친밀감'을 상품화하여 판매하는 전략 또한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팬들이 느끼는 정서적 밀접함이 '상업적 권리'로 변질되면서, 아티스트 개인의 선택이나 생각은 팬들의 요구 뒤로 가려지기 때문이다.

제이의 이번 메시지는 단순히 팀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팬들의 지지가 아티스트의 정신적 건강이나 주체성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경고로 볼 수 있다. 급변하는 K-팝 산업 속에서 아티스트와 팬이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며 공존할 수 있는 성숙한 팬덤 문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한나 텐아시아 기자 hannahglez@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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