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듣보드뽀》
'시그널', '허수아비' 포스터./사진제공=tvN, ENA
'시그널', '허수아비' 포스터./사진제공=tvN, ENA
10년을 기다린 '시그널2'가 멈춰 선 자리에 새로운 복고 수사극이 들어섰다. 주연 배우의 논란으로 기대를 모았던 대작이 사실상 표류하게 된 가운데, 실화 바탕의 묵직한 서사를 앞세운 '허수아비'가 장르물에 목말랐던 시청자들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통 수사물의 문법을 충실히 따른 이 작품은 첫 방송부터 촘촘한 서사를 보여주며 합격점을 받았다.
멈춰 선 조진웅의 '시그널2', 빈자리 파고든 복고 수사극 '허수아비' [TEN스타필드]
'허수아비'는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군 일대에서 발생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드라마 제목은 당시 경찰이 범인에게 자수를 권고하며 설치했던 실제 허수아비에서 따왔다. 작품은 현재와 1988년을 오가는 시점 교차 방식을 택하며 복고 수사극이 가진 익숙하면서도 흥미로운 재미를 살렸다. 특히 '모범택시'와 '크래시'를 연출한 박준우 감독은 시대적 공기를 디테일하게 재현하며 몰입감을 더했다.

첫 방송에서는 영화 '살인의 추억'을 연상케 하는 서늘한 분위기와 긴장감 넘치는 연출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자수를 받아내기 위해 공권력의 폭력이 일부 허용됐던 1980년대 수사 현장의 실상을 가감 없이 담아내며 극의 사실감을 높였다. 투박하면서도 거친 당시의 수사 방식과 긴박한 현장 묘사는 장르물 특유의 몰입감을 끌어올리는 요소로 작용했다.
'허수아비' 박해수, 이희준 스틸컷./사진제공=ENA
'허수아비' 박해수, 이희준 스틸컷./사진제공=ENA
배우들의 날 선 연기 대결도 볼거리다. 박해수는 집요함과 인간미를 동시에 지닌 형사로 분해 극의 중심을 잡고, 이희준은 속내를 알 수 없는 서늘한 검사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완성했다. 특히 1화에서는 두 사람의 지독한 과거 악연이 드러나며 충격을 안겼다. 학창 시절 학폭 가해자였던 차시영(이희준 분)과 피해자였던 강태주(박해수 분)가 각각 검사와 형사로 재회한 것. 서로를 향한 불신과 증오가 깊은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떤 계기를 통해 사건 해결을 위한 공조에 나설지 기대를 모았다. 시청률도 전국 2.9%, 최고 3.3%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출발을 보였다.

이러한 흐름은 '시그널2'를 기다려온 시청자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앞서 '시그널'은 2016년 시즌 1 종영 이후 약 10년 만에 시즌 2 제작해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주연 배우 조진웅이 과거 소년범 시절의 전과 의혹을 인정하고 연예계 은퇴를 선언하며 상황은 반전됐다. 정의로운 형사 이재한을 연기한 배우의 논란은 대중에게 충격을 안겼고, 결국 tvN은 하절기 편성을 포기했다. 이미 촬영은 마친 상태이나 공개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다만 tvN 측은 방영 무산에 선을 그었다. 작품에 미칠 영향과 여론을 살피는 등 편성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조진웅이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사진=텐아시아 DB
조진웅이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사진=텐아시아 DB
'허수아비'가 보여준 완성도는 수사극의 부활을 기다려온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확실한 선택지가 됐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실화 모티브라 몰입감이 남다르다", "박해수와 이희준의 혐관 케미가 압도적이다", "시그널2를 기다리던 아쉬움이 잊힐 만큼 구성이 촘촘하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웰메이드 수사물의 등장을 알린 '허수아비'가 앞으로 어떤 전개로 흥행세를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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