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과 사는 남자' 개봉을 앞두고 만난 장항준 감독은 이같이 말했다. '왕과 사는 남자'는 계유정난 후 폐위 당해 영월로 유배온 단종과 유배지 마을 촌장의 이야기. 조선 6대 왕 단종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다. 배우 유해진이 촌장 엄흥도 역을, 박지훈이 단종 역을 맡았다.
'기억의 밤', '리바운드' 등 코미디부터 스릴러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재치 있는 연출력을 보여줬던 장항준 감독은 차진 입담을 자랑해 대중들에게 '예능인'으로도 익숙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장난기를 쫙 빼고 진지하게 사극에 첫 도전했다.
"사극이라 처음 제안이 왔을 때 좀 꺼렸어요.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요즘에는 고증 논란이 생기기 때문이죠. 제작비도 많이 들고요. 감독들이 겁내는 분야죠. 그런데 제 성격이 제가 좋아하는 걸 남들 안 할 때 하고, 유행하면 안 해요. 남들과 똑같은 건 안 하고 싶어요. 많이들 사극을 안 하길래 '한번 해봐야겠다' 싶었죠."
흔히 알려진 역사에는 단종이 나약한 인물로 표현되지만, 장항준 감독은 이번에 다르게 그렸다. 유약해 보일지언정 내면은 곧고 강했던 왕, 장항준 감독이 표현하고 싶었던 단종의 모습이었다.
"단종은 원손, 세손, 세자, 왕의 코스를 유일하게 거친 사람이래요. 할아버지, 아버지가 왕이고 할머니, 엄마는 왕비였죠. 적통 중의 적통이에요. 나약하고 비겁하고 힘이 없었을 거라고 하는 건 역사상 결과론적 추측이라고 생각했어요. 총명했고 활 쏘기도 잘했다고 하더라고요. 초기 때는 본인이 주도적으로 정사를 펼치려고 대신들 사이에서 투쟁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유해진이 박지훈을 아꼈어요. 박지훈도 이해는 안 되지만 유해진을 따랐죠. 하하하. 이상하게 둘이 처음부터 좋아하더라고요. 희한하죠. 사람이라는 게 서로 끌리는 게 있나 봐요. 점점 서로 믿고 의지한다는 게 느껴져서 두 사람은 신은 걱정 안 해도 되겠다 싶었죠."
단종 역 캐스팅에 대해서는 주변에서 박지훈을 추천했다고. 장항준 감독은 "박지훈의 심연에 침전해 있는 눈빛이 좋았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캐스팅 과정에서 다소 당황스러운 일이 있었다. 박지훈의 수척한 외모를 예상했는데, '휴식기'였던 박지훈이 살이 올라 나타난 것. 장항준 감독은 "다른 사람인 줄 알 정도로 살이 쪘더라. 체중 감량 얘기도 했다. 하게 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더니 뺀다더라. 그런데 만나고 또 만나도 안 빼더라. '내 유작이 되겠구나' 했다"며 폭소케 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박지훈은 15kg을 감량했다.
"살이 쫙 빠져서 나타났어요. 운동하면서 빼면 살 위에 근육이 더해지니까 운동도 안 하며 뺐다고 해요. 단종 캐릭터가 근육 있고 승모근 있고 그러면 안 되잖아요. 나중에는 볼 때마다 놀랄 정도로 쭉쭉 빠지더라고요. 의지가 상당한 친구였죠. '나중에 큰 배우가 되겠구나' 싶어서 '초창기에 많이 우려먹어야겠다' 생각했어요. 하하."
"감독과 배우 사이가 안 좋으면 촬영 끝나고는 욕하며 안 봐요. 하지만 유해진은 태도가 훌륭했어요. 끝나고 밥도 같이 먹고 술도 마시면서 많은 얘기를 나눴죠. 현장에서 대본을 파고들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종이 대본이 아니에요. 태블릿 PC를 사용해요. 얼굴은 국사책을 찢고 나왔는데, 현장에서 태블릿 PC를 봐요. 하하하."
이번 작품 작업으로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칭찬이 있냐는 물음에 장항준 감독은 이같이 답했다. "영화는 첫째 시나리오, 둘째 배우라고 생각해요. 감독이 좋은 시나리오를 써야 그 시나리오로 유해진, 박지훈, 전미도 같은 배우도 설득해서 캐스팅하는 거죠. 어떤 영화에서 잘했던 배우가 다른 영화에서는 못할 수도 있어요. 그 사람이 전날 쥐약을 먹은 게 아닌데도요. 하하. 감독이 할 중요한 일은 전체적인 콘셉트나 밸런스를 유지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나름대로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력을 돋보이게 하는 데 제가 아주 기여한 것 같아요." 특유의 넉살과 자신감으로 마지막까지 웃음을 준 장항준 감독이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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