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수 화사 'Good Goodbye' MV, 그룹 아일릿 'NOT CURTE ANYMORE' MV
사진=가수 화사 'Good Goodbye' MV, 그룹 아일릿 'NOT CURTE ANYMORE' MV
화사→아일릿, 2026 '이지 리스닝' 돌아올까…K팝 트렌드 전망은 [TEN스타필드]
《이민경의 송라이터》
현직 싱어송라이터인 이민경 기자가 음악인의 시각에서 음악 이야기를 쓰겠습니다. 곡의 숨겨진 의미부터 들리지 않는 비하인드까지 분석합니다.


그룹 아일릿, 마마무 화사로 대표되는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 음악이 최근 국내 주요 음원 차트와 숏폼을 장악했다. 이런 흐름이 2026년 가요계의 새로운 트렌드를 예고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 한 해를 관통한 키워드가 '화려함'이었다면, 연말 들어 대중의 귀가 정반대의 흐름을 택하는 모양새다.
사진=그룹 아일릿 틱톡 캡처
사진=그룹 아일릿 틱톡 캡처
최근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 플랫폼에서는 아일릿의 싱글 1집 타이틀곡 'NOT CUTE ANYMORE'(낫 큐트 애니모어)가 화제다. 15일 기준 이 음원의 스페드업(Sped-up) 버전이 틱톡 내 '바이럴 50' 차트에서 3위를 기록했다. 아일릿이 게시한 공식 음원은 틱톡 기준으로 최근까지 19만4000여개 영상에 활용됐다. 지난 11월 24일 음원을 공개한 지 단 3주 만의 일이다.

그룹 아이브, 트와이스 등 유명 아티스트들도 챌린지에 참여하며 음원의 인기가 높아졌다. 이 챌린지는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 아래 있는 사람의 머리를 잡는 구도로 시작된다. 머리를 잡힌 사람은 인형처럼 팔다리를 앞뒤로 흔들며 발버둥 치는 동작을 한다. 귀엽지 않고 싶다는 노래 제목과 달리 피사체의 귀여움을 극대화하는 연출로 눈길을 끌었다.
사진=그룹 아일릿 'NOT CUTE ANYMORE' MV
사진=그룹 아일릿 'NOT CUTE ANYMORE' MV
주목할 점은 아일릿의 음악적 변화다. 아일릿은 기존의 화려하고 키치한 색채를 덜어내고 청각적 편안함을 택했다. 자극을 덜어내 반복 청취에도 부담 없는 이지 리스닝 음악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장르적으로는 레게 팝(Reggae Pop)을 차용했다. 레게 특유의 뒷박(2, 4박)을 강조해 리듬의 '쫀득함'을 살렸다. 비트 속도는 90 BPM 근처로 설정해 듣는 이의 피로도를 낮췄다. 가사 속 '느슨한 해파리'를 연상시키는 힘 뺀 창법 역시 편안함을 더했다.
사진='46회 청룡영화상' 캡처
사진='46회 청룡영화상' 캡처
현재 멜론 주요 음원 차트인 'TOP100' 정상에 오른 화사의 'Good Goodbye'(굿 굿바이) 역시 마찬가지다. 이 곡은 어쿠스틱 팝과 신스웨이브 장르를 결합한 곡이다. 인간이 듣기에 가장 안정감을 느낀다는 100 BPM 정도 템포를 유지했다. 부드러운 반주 위에는 화사의 다채로운 보컬이 얹어져 귀를 기울이게 했다. 최근 '제46회 청룡영화상'에서 보여준 배우 박정민과의 호흡이 화제가 되며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내년에는 두 귀에 편안함을 안겨주는 이지 리스닝이 다시금 가요계를 지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는 '진자운동'(Pendulum Effect) 현상에 따른 추측이다. 매년 그해 K팝 트렌드에 대한 반작용으로 다음 해에 그와 반대되는 음악이 유행하는 걸 진자운동 현상이라고 한다.

올해 가요계는 강렬한 2000년대 일렉트로닉(전자음악) 사운드와 밴드 사운드가 주류를 이뤘다. 재작년 그룹 뉴진스의 Y2K 감성을 계기로 이지 리스닝 열풍이 돌았던 데 대한 반발이다. 반대로 연말 들어 꽉 찬 사운드와 화려한 퍼포먼스가 주는 강한 자극에 피로감을 느낀 대중이 다시 듣기 편한 음악을 찾기 시작했고, 이는 숏폼 트렌드와 음원 차트 순위 등 수치로 보인다. 2026년 이지 리스닝 유행을 예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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