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 후 세 작품 연속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배우 이준호가 '태풍상사'를 마무리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그가 지난 2일 서울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언론을 만났다. 호불호가 갈린 전개부터 캐릭터의 감정 변주, 그리고 1인 기획사 대표로서의 고민까지. 이준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변화와 생각을 담담히 털어놨다.
'태풍상사'는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겪은 1997년이 배경이다. 직원도, 돈도, 팔 것도 없는 무역회사의 사장이 돼 버린 초보 상사맨 강태풍(이준호 분)의 성장기를 그린 작품이다. '태풍상사'는 첫 회 시청률 5.9%로 시작해 마지막 회 10.3%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 유종의 미를 거뒀다. 펀덱스(FUNdex)가 발표한 TV 부문 화제성에서도 방영 내내 1위를 유지하는 등 뜨거운 화제성을 보였다.
이준호는 "1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애정을 많이 쏟은 작품"이라며 "여러 모습을 보여줄 기회였고, '태풍'이라는 캐릭터를 만날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극 중 태풍상사에 역경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것에 대해서는 시청자 사이에서 '고구마 엔딩'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고구마를 먹었을 때 목이 막히는 것처럼, 작품 스토리 전개가 시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준호는 "빌런이 주인공을 방해하려고 할 때 그 당위성에 대해 고민했다"며 "표현준과 표상선이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분명한 이유가 없는 것 자체가 당위성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작가님과 감독님, 제작사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충분히 방해할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당연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 감독님, 작가님, 제작사를 믿고 연기했다. 다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답답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은 16부작으로 편성돼 전개가 늘어진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지금까지 해온 작품들이 대부분 16부작이나 20부작이었다. 짧은 호흡의 이야기보다 긴 호흡의 작품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며 "강태풍이 가진 감정을 16시간 동안 어떻게 변주할지 고민하며 연기했다"고 밝혔다.
상대 배우 김민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민하가 과거 2PM 팬클럽 '핫티스트'에서 활동했다는 것에 대해 이준호는 "처음에는 안 믿었다. 으레 하는 말이겠거니 했다"며 "나중에 진짜라는 걸 알게 된 뒤에도 '멤버들 사인 다 받아줄까'라고 장난칠 정도로 편하게 받아들였다"고 말하며 웃었다.
지난 4월 이준호는 17년간 몸담았던 JYP엔터테인먼트를 떠나 1인 기획사 O3 Collective (오쓰리 콜렉티브)를 설립했다. 극 중 강태풍처럼 사장이 된 만큼, 배운 점이 있었냐는 질문에 그는 "태풍이처럼 한다는 게 절대 쉽지 않겠다 싶었다.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답답하게 보일 수 있는 선택을 할 때도 '저럴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게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유산 같은 태풍만의 방식이라고 느꼈다. 그런 모습은 나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준호는 "회사를 계속 1인 기획사로만 운영할 생각은 없다"며 "좋은 기회와 같은 뜻을 가진 사람이 함께한다면 점차 범위를 넓혀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준호는 "군 복무를 계기로 내 20대와 30대가 구분된 것 같다. 복무 전에는 '악착같이 이뤄내야겠다'는 열망이 강했다면, 복무 후에는 마음을 내려놓고 자연스럽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준호는 "나이가 들며 이런 내려놓는 자세를 갖추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한다"며 미소지었다. 그는 "'킹더랜드'를 찍고 한참 지나서 보니까 당시 연기에 힘이 들어간 게 보였다. '태풍상사'에서도 분명 그런 게 있을 것 같다"며 "군 복무 후 시작한 작품이 큰 사랑을 받은 게 배우 인생의 발판이 됐다. 점차 여유가 생기고 생각이 넓어지면 더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세아 텐아시아 기자 haesmi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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