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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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가 모순된 진술로 재판부와 방청석을 갸우뚱하게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재판장 남인수)는 하이브가 민 전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소송과,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풋옵션 관련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의 변론기일을 지난 27일 오후 3시 열었다.

이날 민 전 대표는 질문에 대해 서로 다른 내용의 설명을 연달아 내놓으며, 진술의 일관성을 두고 여러 해석을 낳았다.

민 전 대표는 하이브 입사 과정에 대해 "당시 제 퇴사를 아무도 모르던 상황이었는데, 방시혁 의장이 SM에 정보원이 있어 먼저 알고 연락해왔다"고 진술했다. 자신의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었다는 취지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이어 "다른 회사와도 이야기 되는 내용이 있었고, 카카오에서도 제안이 왔다"고 답하며, 동시에 여러 회사로부터 제안을 받고 있었다고 부연했다. '아무도 모르던 상황'과 '여러 회사의 제안이 오던 상황'을 함께 진술한 셈이어서, 발언 간 맥락이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 전 대표가 설립한 법인 '오케이 레코즈'를 둘러싼 답변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됐다. 재판 도중 오케이 레코즈 명의로 된 보도자료가 실시간 배포되자, 하이브 측 대리인은 "피고께서 오케이를 설립한 것이 맞고, 지금도 보도자료가 배포되고 있다. 이 목적을 위한 설립이냐"고 질문했다. 민 전 대표는 즉시 "제가 보도자료를 뿌린다는 건 사실이 아니며, 오케이에는 회사 인원도 없고 출근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후 하이브 측이 보도자료 배포자의 실명을 제시하며 "임OO는 누구인가"라고 묻자, 민 전 대표는 "저희 직원"이라고 답했다. 방금 전 "회사에 인원이 없다"고 진술한 직후 직원 존재를 인정하면서, 방청석에서는 실소가 나오기도 했다.

다음 기일은 오는 12월 18일로 잡혔다. 민 전 대표는 이날도 당사자 신문을 위해 출석할 예정이다.

한편, 하이브는 지난해 7월 민 전 대표가 뉴진스와 어도어를 사유화하려 했다고 판단해 주주 간 계약을 해지했고, 이후 8월 이사회에서 그를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했다. 이에 민 전 대표는 같은 해 11월 사내이사직을 내려놓는 동시에 하이브에 풋옵션 행사를 통보했다. 그러나 하이브는 계약이 이미 해지된 만큼 풋옵션의 효력도 없다고 맞서고 있다.

민 전 대표 측은 계약 위반 사실 자체가 없으므로 하이브의 해지 통보가 무효라며, 그 상태에서 행사한 풋옵션 역시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풋옵션은 어도어의 최근 2년 평균 영업이익에 13배를 곱한 금액에서 민 전 대표 지분율의 75%를 적용해 산정되며, 약 260억 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한편 민 전 대표는 지난해부터 하이브와 경영권 갈등을 이어왔다. 최근 뉴진스 멤버들이 어도어와의 전속계약 유효확인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복귀 의사를 밝힌 가운데, 그는 별도의 신생 기획사 오케이 레코즈를 설립했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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