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사진=텐아시아DB
아나운서 도경완과 결혼한 가수 장윤정이 안타까운 사연에 방송 중 눈물을 쏟았다.

지난 26일 방송된 MBN 예능 '언포게터블 듀엣' 4회의 주인공은 요리 서바이벌에 출연해 배달원에서 중식 셰프까지, 성공 신화와 탄탄한 요리 실력을 보여주며 화제를 모은 글로벌 스타 셰프 철가방 요리사 임태훈과 그를 홀로 키워낸 90세 할머니 문점희 할머니였다. 그리고 가수 임창정이 메모리 싱어로 나섰다.

손자 임태훈은 8년 전 치매 판정을 받은 후 기력을 잃어가는 할머니의 말동무가 되어 드리고자 애썼다. 하지만 뭐든 "몰라"라고 대꾸하던 할머니도 TV 속 손자의 얼굴만큼은 알아보고 단번에 "태훈이"라고 말했고, "아무나 TV에 나오나"라며 누구보다 소중한 손자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고스란히 담은 한마디를 건넸다.
사진='언포게터블 듀엣' 캡처
사진='언포게터블 듀엣' 캡처
이후 임태훈은 할머니의 손을 잡고 기억 정류장으로 향해 임창정과 함께 기억 버스에 담긴 추억을 함께 했다. 버스 안에는 추억이 담긴 사진들, 오래된 생활 도구, 식재료 등 할머니의 삶을 고스란히 담은 물건들이 가득했다. 건빵과 빈 우유팩을 팔고, 경찰서에서 밥을 해주며, 식구들을 먹여 살린 할머니의 생활력에 모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할머니는 손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버텼던 모진 세월을 떠올리며 "하기 싫었던 일이 없어요. 못하면 굶어 죽으니까"라고 털어놔 먹먹함을 안겼다. 젊은 나이에 남편을 떠나보내고 50년 넘게 혼자 가정을 책임진 할머니의 삶의 무게가 짧은 문장에 담겨 있어 이를 지켜보던 장윤정은 눈물을 쏟았다.

임태훈은 "보육원에 있던 우리 형제를 할머니가 데리고 오셨다"라며 애틋할 수밖에 없는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내가 효도를 더 하려면 할머니가 오래 사셔야 한다"고 말하자, 할머니는 활짝 웃으며 "200살까지 살 거야"라고 선언했다. 조혜련은 "살기 싫다고 하시던 할머니가 결국엔 200살까지 살겠다고 하셨다"며 "그 마음에 손주를 향한 사랑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인생곡 세 곡 중 두 곡을 기억하지 못했다. 모두가 간절하게 지켜보는 가운데 마지막 곡 '앵두나무 처녀'가 흘러나왔다. 그 순간 할머니는 놀랍게도 손가락으로 박자를 맞추더니 천천히 입을 떼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관광버스 타고 다니며 매일 부르던 노래"라며 오랜만에 되찾은 기억의 조각을 꼭 끌어안듯 노래를 따라 불렀고 모두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사진='언포게터블 듀엣' 캡처
사진='언포게터블 듀엣' 캡처
제작진은 할머니가 노래를 부르지 못할 상황까지 대비했고, 역대급 긴장 속 무대가 열렸다. 무대에 등장한 할머니는 "가슴이 뛰어요"라면서도 애창곡인 '앵두나무 처녀'의 선율이 흐르자 첫 소절부터 가사를 정확히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음정과 박자까지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목소리에 MC와 패널들은 숨을 죽인 채 무대를 지켜봤다. 할머니가 3절까지 완벽하게 완창하자 무대는 박수와 환호로 가득 찼다. 임태훈은 눈물을 훔치며 우리 할머니, 가수네 가수"라고 말했다.

장윤정이 "오늘 어떠셨어요?"라고 묻자, 할머니는 수줍게 웃으며 "떨려. 나 몇 점 나왔어?"하고 되물었다. 그러자 임창정은 크게 박수를 치며 "100점"이라고 외치며 할머니에게 찬사를 보냈다. 임태훈은 "할머니와 같이 무대에 서 있는 것만으로 영광스럽고 기억을 다시 재생할 수 있는 시간도 좋았다. 할머니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메모리 싱어 임창정은 "고단한 세월을 꿋꿋하게 버텨온 할머니와, 그 옆에서 열심히 살아온 손자에게 노래로 위로를 드리고 싶다"며 진심을 담아 노래 '일일일(일어날 일들은 일어나는 거고)'을 불렀다.

장윤정은 "모든 것이 무너졌을 때 비로소 희망이 시작된다고 한다"라며 "오늘 이 무대가 여러분에게 희망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세윤 텐아시아 기자 yoon@tenasia.co.kr

ADVERTISEMEN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