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는 25일 새벽 별세했다. 고인은 현역 최고령 배우로 올곧게 연기활동을 펼쳐왔다. 방송, 영화, 연극 등 무대를 가리지 않고 활발했다. 최근까지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와 KBS 2TV 드라마 '개소리'에 출연하며 고령에도 현역 무대에서 왕성했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한 이후 그는 1965년 TBC 1기 전속 배우로 활동하며 한국 방송 역사와 함께 성장했다. '나도 인간이 되련다', '동의보감', '삼김시대', '목욕탕집 남자들', '야인시대', '토지', '엄마가 뿔났다' 등 주요 작품만 140편에 달한다.
특히 최고 시청률 65%를 기록한 '사랑이 뭐길래'(1991~1992)에서 보여준 '대발이 아버지' 역할 가부장적 아버지의 상징이었다. 그는 '사모곡', '인목대비', '풍운' 등 1970~80년대 작품에 꾸준히 출연했으며, 이후 '허준', '상도' 등에서 보여준 사극 연기도 명불허전이었다.
이순재는 안주하지 않았다. 70대에 들어 출연한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과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는 기존의 엄격한 이미지를 벗고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야동 순재' 캐릭터로 젊은 층의 큰 사랑을 받았다. 예능 '꽃보다 할배'에서는 나이를 잊은 체력과 열정으로 '직진 순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구순을 앞두고 연극 '장수상회', '앙리할아버지와 나', '리어왕'에서 노년의 깊이를 담은 연기를 펼쳤으며, 특히 '리어왕'에서는 200분에 달하는 방대한 대사를 완벽하게 소화해 극찬을 받았다. 2023년에는 체호프의 '갈매기'를 연출하며 연출자로서도 도전했다.
지난해까지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와 드라마 '개소리'에 출연하며 마지막까지 연기혼을 불태웠다.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그러면서도 이순재는 배우란 홀로 설 수 없는 존재임을 분명히 했다. "이 상은 제 개인의 상이 아닙니다. '개소리'에는 많은 개 배우들이 나옵니다. 그 친구들도 한몫 단단히 했어요. 그리고 각 파트별로 맡은 역할을 최선을 다해준 스태프들이 있습니다. 거제까지 차로 왕복 네 시간 반이 걸리는데 20번 넘게 오가며 촬영한 작품입니다. 정말 모두가 힘을 보탰습니다."
KBS와 제작자, 후배 배우 최수종에게 격려를 전한 이순재는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다정한 인사를 전했다. "늦은 시간까지 지켜봐주신 시청자 여러분, 집에서 보고 계신 여러분, 평생 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 말은 고인이 생전 매스컴을 통해 대중에 마지막으로 전한 유언 같은 말이 됐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0호실에 마련됐다. 장지는 이천 에덴낙원으로 결정됐다. 상주로는 아내와 아들, 딸이 이름을 올렸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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