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토일드라마 '태풍상사'(연출 이나정·김동휘/극본 장현)의 강태풍(이준호 분)은 위기가 닥칠수록 더 단단해진다. 좌절보다 희망, 낙담보다 해결이 먼저인 데다가 주저앉기보다 앞으로 달려나가며 끝내 돌파구를 찾아내는 행동파 태풍의 태도는 시청자들에게 '태풍 활약'을 기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강태풍의 위기 대응력의 원천은 타고난 직감과 관찰력이다. 고급 수입 원단을 납품하기로 했던 대방섬유의 사무실을 한눈에 훑어 뽑힌 전화선, 빈 용지함, 두꺼운 패딩을 입은 직원들의 모습만으로 부도를 감지했다. 원단 보관 창고를 구하지 못했을 땐 텅 빈 인천항 주차장을 보자마자 임시 창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오미선(김민하 분)의 원단 반품 계획을 들었을 땐 환율 상승으로 인해 손실이 아니라 이익임을 증명하고 반품이 거절될 경우를 대비한 '시장 반값 전략'까지 내놓았다. 불리한 조건에서도 스스로 길을 만들어내는 감각이 그만의 생존 방식이다.
또한 계약서 단위 미기재를 역이용해 표상선 사장 표박호(김상호 분)의 실수를 유도하고 남은 원단을 원가의 3배에 되팔아 역전극을 완성한 장면은 태풍의 승부사 기질을 증명했다. 이어 부산에서는 슈박 안전화의 가치를 단번에 알아보며 '물건을 보는 눈' 역시 겸비했음을 입증했다.
그 신념을 증명하기 위해 강태풍은 "언젠가는 영상을 보며 물건을 사는 시대가 온다"는 미래를 내다보고 직접 기획한 홍보 영상을 제작해 외국 바이어들에게 비디오 테이프를 돌리며 적극 홍보에 나섰다. 압구정 날라리 시절의 댄스 실력까지 동원해 안전화의 성능을 몸소 증명한 그의 감각은 시대를 앞선 선구안이었다. 산업안전법이 철저한 시장이라는 분석을 바탕으로 유럽과 미국을 수출 타깃으로 삼으며 계약을 성사시킨 강태풍은 IMF 시대의 거센 비 속에서도 자신만의 길을 꿋꿋이 개척해낸 상사맨의 생존력을 입증했다.
이에 안전화 계약에 성공했지만 그를 시기 질투하는 표현준(무진성 분)의 방해로 해운사 블랙리스트에 오르며 뱃길이 끊겼고 원양어선 선장에게는 소금 세례를 맞았다. 그러나 강태풍은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IMF라는 거센 폭풍 속에서도 끝내 뿌리내리는 그의 모습은 '태풍상사'가 그리고자 하는 인간의 단단한 생명력과 닮아 있다.
아버지(성동일 분)가 남긴 '결과보다 중요한 건 사람'이라는 믿음을 이어받은 강태풍은 그 열매 위에서 스스로 씨앗이 되어 성장하고 있다. 주변의 신뢰와 정직함을 거름 삼아 다시 일어서며 사람을 믿는 마음으로 자신의 길을 넓혀가고 있는 것.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강태풍의 감과 눈썰미, 판단력, 그리고 사람을 향한 믿음이 어떤 꽃과 열매로 이어질지 기대가 모인다.
임채령 텐아시아 기자 syjj426@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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