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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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출산은 인생에 큰 분기점이 된다. 이때를 어떻게 잘 보내느냐에 여배우들의 이후 커리어가 큰 영향을 받는다. 배우 손예진은 현빈과 단란한 가정을 꾸렸을 뿐만 아니라 영화 '어쩔수가없다'로 이 시기를 잘 보내며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손예진은 연일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는 '어쩔수가없다'(감독 박찬욱)로 영화계에 7년 만에 복귀했다. 무엇보다 손예진이 출산 이후 선보인 첫 작품이다.

손예진은 이번 영화에서 싱글맘이었다가 만수(이병헌 분)와 결혼한 미리를 연기했다. 이번 영화는 해고당한 만수가 재취업하기 위해 벌어지는 일을 그린 블랙코미디. 극 중 미리는 발랄하고 긍정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속물 같지만 현실적이기도 하다.

미리는 싱글맘이라는 과거로 인해 여전히 남아있는 결핍과 남편 실직으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하는 가정으로 인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은 미리는 취미를 그만두고 생활 전선에 뛰어든다. 그 과정에서 엄마로서 아이들을 지켜내려는 강인함도 보여준다. 손예진은 극 중 사랑, 분노, 굴욕, 용서, 의심 등 여러 감정을 세밀하면서도 적정히 표현했다. 또한 극적 상황과 인물들이 많은 이번 작품 속에서 현실감을 가진 인물로서 영화에 현실성도 불어넣었다.
'어쩔수가없다' 스틸. / 사진제공=CJ ENM, 모호필름
'어쩔수가없다' 스틸. / 사진제공=CJ ENM, 모호필름
손예진은 '엄마'가 됐기 때문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장면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극 중 아들이 악몽을 꿨을 때 미리는 아들한테 가서 별말을 하진 않는다. 악몽을 꾼 아이가 나쁜 생각을 하지 않게 안심시키려는 눈빛이 있다. 제가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지 않았다면 공감이 거기까지 갔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아이 엄마가 된 후 아이 엄마 역할에 대한 이해도와 공감도가 더 높아진 것이다.

결혼, 출산으로 인한 공백기 후 복귀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을까. 손예진은 "언제 어떤 작품으로 해야 하느냐를 고민하긴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이가 있으면 예전만큼은 시간의 여유가 없다 보니 고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몇 년 만에 작품을 하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고 한다. 그랬던 손예진은 '세계적 거장'으로 꼽히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에 더해 흥행에도 청신호를 켠 '어쩔수가없다'로 성공적 복귀를 했다.

손예진은 엄마로서는 여전히 아들 육아에 몰두해 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려는 엄마"라고 했다. 또한 "아이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해서 장난감을 다 사주는 엄마가 결코 좋은 엄마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 시기에 무엇이 필요하고 내가 어떻게 아이를 대해야 이 아이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올바르게 자랄까' 고민하면서 키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육아가 온통 내 머릿속에 있다 보니 모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사진=드라마 '여름향기' 캡처(위), '어쩔수가없다' 스틸(아래)
사진=드라마 '여름향기' 캡처(위), '어쩔수가없다' 스틸(아래)
손예진은 데뷔 때부터 '톱스타'의 길을 걸어왔다. 영화 '클래식', 드라마 '여름향기' 등을 통해서는 청순가련형의 대명사로 거듭나기도 했다. 그렇다고 연기가 부족한 준비 안 된 배우도 아니었다. 너무 예쁜 나머지 오히려 신인 시절엔 연기가 비주얼에 묻혔다. 그랬던 손예진은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덕혜옹주', '비밀은 없다', 드라마 '개인의 취향',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등으로 비주얼과 연기력을 모두 갖춘 배우로 자리 잡았다. 2019~2020년 방영된 '사랑의 불시착'은 글로벌 흥행에도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현빈과 연인으로 발전한 계기도 됐다. 손예진의 외모, 손예진의 연기, 손예진의 현실 사랑까지 누구도 이견이 없는 작품이었다.

이후 몇 년 새 손예진은 결혼, 출산이라는 인륜지대사를 겪었다. 이러한 과정은 그에게 배우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분명 깊이감과 안정감을 줬다. 그러한 모습은 복귀작 '어쩔수가없다'에 고스란히 담겼다.
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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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은 "이번 여름은 유독 더웠다. 가을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것 같다. 제 연기 인생도 봄, 여름을 지나 가을로 접어드는 것 같다. 저문다기보다 변화를 맞이한다고 생각한다. 더 멋있어질 수도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그렇게 배우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퀀텀점프한 손예진의 인생은 이어지고 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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