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어쩔수가없다'에 출연한 배우 염혜란을 만났다.
'어쩔수가없다'는 25년간 제지회사에 근무한 만수(이병헌 분)가 갑작스레 해고당한 후 재취업을 모색하다 '경쟁자 제거'라는 선택을 하는 이야기. 염혜란은 실직한 후 무기력해진 남편 범모(이성민 분)의 모습이 못마땅한 아내 아라 역을 맡았다.
아라는 극 중에서 연극배우. 아라 부부의 첫 등장 장면에서 아라는 오디션 준비로 인해 검정색 상복을 입고 있는데, 그와 어울리지 않게 손톱 등 치장은 꽤 화려하다. 염혜란은 "제가 네일아트도 작품하면서 처음 해봤다. 분장 선생님이 같이 가서 네일아트 하자고 하길래, 네일아트 정도는 제가 혼자 집 앞에서 하겠다고 했다. 보내준 예시 사진대로 네일아트숍에 가서 했더니 '왜 손톱 연장을 안 했냐'고 그러더라. '연장이 뭐냐'고 그랬다. 손톱 연장이라는 걸 몰랐다. 하루 만에 다 지우고 다시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엔 분장팀이 같이 갔다. 와인색 매니큐어를 쫙 꺼내주시더라. 제가 보기엔 거기서 거기인데, '갈색에 가까운 와인', '빨강에 가까운 레드' 이러고 있더라. 모든 스태프가 디테일하게 그러고 있으니 연기자인 내가 어떻게 연기를 대충 하겠나"라고 이야기했다.
염혜란에 따르면 아라 캐릭터와 관련해 시나리오에는 "관능적인 홍조, 아름다운 여인과 같은 지문이 있었다"고. 염혜란은 "제가 이렇게 다채로운 모습이 나오는 건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연기와는 결이 달랐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조합에서 주는 상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박 감독님은 그때 저를 처음 보셨다고 한다. '마스크걸'로 상을 받았는데, 시상식의 제 모습을 보고 캐스팅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박 감독은 당시 염혜란이 너무 아름다웠다고. 염혜란은 "편안하게 가려다가 숍 들러 꾸며서 간 게 얼마나 다행인지"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염혜란은 GV 자리에서 '관객 모드'가 되어 박 감독의 이야기를 경청했다고. 그러면서 '실직이 문제가 아니고 실직에 대처하는 너의 방식이 문제'라는 대사와 관련된 비하인드를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감독님이 '복수는 나의 것'을 찍고 나서 좌절하고 계실 때 사모님이 그 말씀을 하셨다고 하더라. 우리 모든 배우가 처음 듣는 얘기였다. 새로운 얘기, 의미를 듣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라면서 자기 출연작에 '팬심'도 드러냈다.
염혜란은 GV에서 있었던 또 다른 에피소드도 전했다. 그는 "감독님이 '여러분, 미어캣 봤나' 하더라. 관객들은 화나는 거다. 안 놓치고 보려고 했는데 '미어캣이 웬 말'이 되는 거다"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감독님은 만수의 모자에 '미어캣처럼 항상 자기 가정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미어캣을 넣었다고 하더라. '놓쳤구나' 하면서 또 봐도 되는 거다"라고 말했다. 반면 "만수의 햇빛과 아라의 빛은 뭐가 다르냐는 질문이 GV 때 나왔는데, 별 의미 없다더라. 감독님이 뭐든 의미를 담진 않았구나 싶더라"며 폭소케 했다.
이번 작품은 '배우 염혜란'에게 어떤 것을 남겼느냐는 물음에는 "섹시함?"이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염혜란은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땐 '나한테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놀랐다. 그런데 하면서 보니 '없던 게 아니네' 싶더라. 팜므파탈의 면모, 섹시한 모습, 욕망 있는 모습 등이 없는 게 아니더라. '나 왜 없다고 생각했지? 있었잖아' 싶더라. 사놓고 안 꺼냈던 야한 옷을 꺼내본 느낌이다. 안 입으려고 산 건 아니잖나. 내 옷장에 있던 옷이다. 그런 걸 발견하고 느꼈다는 점이 소중하다"며 이번 작업의 의미를 되짚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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