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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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는 코미디인데, 98분 동안 단 한 번도 웃지 못했다. 그 넓은 영화관이 무서우리만큼 조용했다.

영화 '보스'는 조직의 미래가 걸린 차기 보스 선출을 앞두고 각자의 꿈을 위해 서로에게 보스 자리를 치열하게 양보하는 조직원들의 필사적인 대결을 그린 코믹 액션 영화다. 분명 '코믹 액션 영화'라고 알고 있는데 남은 건 약간의 '액션' 뿐이다.
하이브미디어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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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진은 조직의 2인자이자 셰프를 꿈꾸는 중식당 미미루의 주방장 순태 역을 맡았다. 정경호는 조직의 적통 후계자인 강표를 연기했다. 박지환은 아무도 원하지 않은 차기 보스 자리를 홀로 원하는 3인자 판호로, 이규형은 조직에 잠입한 언더커버 경찰 태규로 분했다.

보스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1인자 자리는 공석이 된다. 순태도, 강표도, 사내이사들도 보스 자리를 꿈꾸지 않는다. 오로지 판호만이 최종 보스를 원할 뿐이다. 통상 한국의 조폭 영화는 1인자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데 말이다. 클리셰를 비틀어 뻔하지 않은 기획을 만든 것까지는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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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야심차게 내놓은 대사와 장면들이 웃음 코드를 모조리 빗나갔다. 대놓고 웃기는 B급도, 블랙코미디도 아니었다. 작정하고 웃기려고 들지만 마치 '창과 방패'의 싸움이었다고 해야 할까.

요즘 같은 시대엔 억지웃음이 잘 통하지 않는다. 이 영화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은 웃기려고 작정해 만들어 낸 억지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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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영화가 끝나갈 무렵 이규형의 연기 활약이 킥인데,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이미 KBS '킥킥킥킥'과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봤던 익숙한 얼굴과 연기였기 때문. 그럼에도 이규형의 열연이 무색하게 웃고 싶은데 웃음이 나오질 않았다.

'보스'를 보고난 후 기억에 남는 건, 영화가 아니라 배경음악이다. '보스'에서는 캔의 '내 생애 봄날은 간다'가 2번 흘러나온다.

"비겁하다 욕하지마 더러운 뒷골목을 헤매고 다녀도 내 상처를 끌어안은 그대가 곁에 있어 행복했다 촛불처럼 짧은 사랑 내 한 몸 아낌없이 바치려 했건만 저 하늘이 외면하는 그 순간 내생에 봄날은 간다"

코미디 영화라 여운이 남기는 쉽지 않았겠지만, 남은 게 없어도 너무 없다. 극장을 빠져나오며 '내 생애 봄날은 간다'만 흥얼거렸을 뿐.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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